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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장 건축, 근대 역사를 말하다

2013-08-19


1883년 조선은 서구 세계에 최초의 외교 사절단 ‘보빙사’를 파견하고 부산, 원산과 함께 인천을 개항한다. 당시 인천에는 근대 서구문물이 유입되고, 개항장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게 되었다. 이때 현재의 중구청을 중심으로 1883년부터 일제 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은행, 교회, 상점, 호텔 등의 근대건축물이 일본 건축 양식의 이식과 서구 모더니즘 양식의 모방 혹은 답습에 의해 세워졌다.

글, 사진│구선아 객원기자( dewriting@naver.com)

현재 인천 차이나타운 근처는 개항 이래 130여 년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곳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 특히 르네상스식 석조건축물인 일본 제1은행, 일본 제18은행, 프랑스풍 양식의 일본 제58은행, 모더니즘 양식의 인천 부청사, 제물포구락부, 대한성공회 내동교회, 인천우체국, 홍예문 등의 다양한 근대건축물들이 인천의 근대 역사와 격동의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본 우선주식회사와 인근 창고를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든 인천아트플랫폼과 한국 최초의 서구식 근대공원인 자유공원도 과거 역사의 흔적을 더한다.

이 중 일본 제18은행은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인천개항장근대건축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활동하던 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상해와 영국을 잇는 중계무역이 번창하고 무역량이 증가함에 따라, 당시 수출 무역의 중심지였던 인천 개항장에 국내 최초 지점 일본 제18은행 인천지점이 1890년 10월 건립되었다. 약 27년간 일본 제1은행으로 영업하다가 1936년에 조선식산은행에 업무를 양도하여 조선식산은행 인천지점으로 사용되었다. 1954년에는 상공은행과 신탁은행의 합병으로 발족한 한국흥업은행 지점이기도 했다. 그 후 1992년까지는 카페와 중고가구도매상점으로 영업하다가 방치되었으나 2005년 리모델링을 거쳐 2006년 지금의 인천개항장근대건축전시관으로 개관하였다.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의 건축을 살펴보면 평면은 정방형에 입면은 오른쪽으로 입구가 치우쳐 있으나 전체적으로 대칭의 구조체를 가지고 있다. 기단부와 기둥 부위는 석재로 마감했다. 벽체 부는 조적 위에 몰탈 마감을 하여 석조건축물 외관을 갖추고 있으며, 고전적 장식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지붕형식은 지붕 면이 사방으로 흘러내리는 모임지붕이고 지붕 골조는 여러 개의 삼각 구형 트러스에 중앙 수직재가 붙은 왕대공 트러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붕은 일본식 기와로 마감하였다. 주 출입구 석주 장식은 정교하게 시공되어 있으며 창호는 오르내리 창으로 되어 있다. 이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유리로 내부 벽체를 모두 감싸고 있다.

전시관은 크게 3개의 전시실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다. 1전시실에는 개항 당시 국내외 정세와 인천의 모습 등이 사진과 함께 텍스트로 설명하고 있으며, 2전시실에는 1920년대의 인천 개항의 모습과 각 조계지의 풍경이 역시 사진과 함께 텍스트로 보여주고 있다. 가장 넓은 전시공간을 가진 3전시실에는 소실된 근대건축물 영국영사관, 인천해관, 세창양행 숙사, 존스톤별장, 오례당, 성누가병원 등의 사진과 설명, 건축모형과 함께 개항장 근처 전체 모형과 영상이 전시되어 있어 건축물들의 위치를 찾아볼 수 있다.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근처에는 현재 인천개항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본 제1은행과 인천아트플랫폼 아카이브실로 활용되고 있는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 짜장면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최초의 짜장면이 만들어진 공화춘, 일부 증축하여 중구청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본 영사관, 중동우체국으로 사용되는 인천우체국과 1897년 건립된 고딕양식의 성당 답동성당 등도 있다. 또한 역사적 사건들에 의해 소실되기는 했지만 오례당주택터, 세창양행 축사 터, 조선식산은행 터, 랜디스병원 터, 존스톤별장 터 등이 산재해 있어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다.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물론 달라진다는 것이 새로이 정치사나 사회경제사를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나 개화기 시기의 우리 근대사는 씁쓸한 구석이 많아 더욱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비판뿐만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문제이므로 역사 속에 묻혀 있던 건축을 통해 잊었던 시간을 복원해보고, 그 시간과 장소로 대변되는 그 시대를 살았던 대중의 삶과 생각을 다른 시각에서 살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주말엔 카메라 하나 메고 맛있는 짜장면 한 그릇과 함께 인천 개항장 흔적을 쫓아 근대건축물 투어를 떠나보면 어떨까.

인천 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http://www.icjgss.or.kr/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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