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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영화 시나리오 읽는 사진가, 트위터에 표지사진 묻는 사진가

2012-07-02


“표지를 찍는 날은 아직도 전날에 잠을 못자요.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라요. 결과물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대되고 흥분돼요.”

글│박지수 기자
기사 제공│월간사진

올해로 쉰살인 ‘씨네21’의 손홍주 사진부장은 여전히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누비며, 아직도 카메라 앞에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는 1995년 영화주간지 ‘씨네21’의 창간멤버로 들어와 지금까지 영화배우들의 인물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어온 베테랑 사진기자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제작현장의 스케치사진을 찍고, 개봉을 앞두고는 감독과 주요배우의 인터뷰 사진 그리고 ‘씨네21’의 표지사진까지 영화판에서 그의 카메라를 피해가기란 쉽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송강호, 이병헌, 장동건, 고현정, 전도연 등 유명배우들을 가장 많이 촬영한 사람이자 매주 버스와 지하철의 가판대에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사진을 찍는 이가 바로 ‘씨네21’의 사진부장 손홍주다.

“어릴 적에 우연히 완장을 차고 카메라를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봤어요. 아버지에게 물어보니 사진기자라고 하더군요. 왠지 멋있어 보여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었죠.” 자신의 바람대로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보도사진을 공부하고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사진기자의 첫발을 내딛었다. 서울신문사의 출판사진부에서 주간지 ‘TV 가이드’와 월간지 ‘퀸’ 등 여러 매체를 경험하며 사진작업에 재미를 느꼈지만 스스로 갈증도 커졌다. 보다 전문적이고 새로운 사진일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겨레신문사에서 새로운 영화주간지의 사진기자를 선발한다는 광고를 보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당시만 해도 표지모델은 카메라를 쳐다보고 항상 웃어야 했어요. ‘씨네21’에서 보다 자유롭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어요.” 처음에는 국내 최초의 영화주간지 ‘씨네21’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영화판에서조차 ‘뭐 그렇게 쓸게 많냐?’라거나 ‘오래가지 못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외국배우들이 표지를 장식하는 것이 익숙했던 때라 국내배우를 표지로 쓰는 것조차 비아냥거림이 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고 ‘씨네21’은 대표적인 영화잡지로 자리잡았고, 손 부장은 ‘씨네21’과 함께 잔뼈가 굵었다.

대표 영화잡지의 대표 사진기자

표지사진을 찍을 때 어떤 준비를 하나? 개봉작 리스트를 보면 대충 어떤 영화를 표지로 할지 감이 온다. 미리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보고, 시나리오나 시놉시스를 보면서 영화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파악한다. 가끔은 운좋게 시사회를 보고 난 후에 표지를 촬영하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게 따라 할까봐 일부러 영화를 안보기도 한다.(웃음) 어쨌든 사전에 표지모델과 관련된 자료와 사진을 많이 본다. 인물에 관해 모르는 상태에서 인물사진이 잘 나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기존의 자료와 사진에 상상을 더해 몇가지 안을 구상한다. 다음엔 코디네이터와 헤어 디자이너에게 연락해서 촬영의 콘셉트를 설명하고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주문하고 장소섭외도 한다. 사진부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하기 때문에 할 일이 많다.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일단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한번 촬영하고 끝나는 사이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시킨다. 그 배우가 출연한 영화, 드라마, CF 등으로 화제를 꺼내 분위기를 푼다. 그리고 배우들이 최대한 감정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동생 현주를 팔아먹는다.(웃음) 모델이 지치고 힘들 때쯤 ‘내 동생도 이쪽에서 일한다’고 말하면서 ‘탤런트 손현주’가 내 동생임을 밝힌다. 그러면 ‘서로 닮았다’면서 한결 분위기가 풀어진다. 같은 일을 하는 한가족처럼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다면? 제일 고마운 배우는 설경구다. 12주년 창간기념호에 설경구, 양동근, 류승범을 찍었는데 강화도의 갯벌까지 와줬다. 날씨가 무척 안 좋았고 갯벌의 조개껍데기 때문에 다리에 상처가 나기도 했는데 끝까지 싫은 소리 안하고 촬영에 임해줬다. 또 영화 ‘실미도’ 때에는 표지사진의 아이디어를 제공해줬다. 그때 “매번 나만 표지를 찍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이번 영화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다. 다 함께 찍어보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모두 함께 영화를 만드는데 왜 누구는 인터뷰 한번 못해보고, 표지사진도 한번 찍혀보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표지를 펼침면으로 기획해 실미도의 모든 출연배우들을 길게 세워서 촬영했다. 인원이 많아서 배치하는데 무척 애를 먹었지만 기억에 남는 표지사진이다.

최종컷을 고르는 일이 촬영만큼이나 어려울 것 같다 배우 유아인을 촬영했을 때는 트위터에 한번 올려봤다.(웃음) 세개의 사진 중에서 어떤 것을 표지로 하면 좋을지 물었다. 특히 최종 2컷이 충돌할 때가 많은데 내 의견과 젊은 친구들의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표지사진은 개인적인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고집을 밀어붙일 수 없어 내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진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표지사진은 잡지로고와 기사제목이 들어가면 전혀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사진만 놓고 보면 훌륭하지만 표지로는 안 어울리거나, 반대로 사진은 별로인데 디자인해 놓으면 좋은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잡지사진은 사진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촬영할 때 아예 로고나 텍스트가 들어갈 자리를 고려하기도 한다.

매번 새로운 인물사진, 칭찬과 위로가 비법

인물사진의 매력은 무엇일까?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로운 사람이 계속 나오고, 사람마다 새로운 모습을 계속 발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이 성장하거나 파괴되는 것처럼 사람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신을 망치는 사람이 있고 잘 가꿔나가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모습이 무척 흥미롭다. 배병우 작가가 같은 소나무를 계속 찍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은 대상을 찍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작가는 때와 계절에 따라, 자신의 느낌에 따라 대상이 무척 다르다는 것을 안다. 또한 언제나 새롭고 변하기 때문에 단 한번도 만족스럽게 담아낼 수 없다. 그럴수록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계속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흥미롭다.

인물사진을 잘 찍는 비법이 있다면? 무조건 칭찬하는 거다.(웃음) 빈말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야 한다. 그냥 “영화 잘 봤어요”라면 소용이 없다. 영화의 어떤 장면에서 연기가 좋았다며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려면 상대에 관해 많이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위로다. 누구나 힘들고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스케줄이 몇 개인지 물어보고 일단 편하게 쉬라고 말한다. 모델이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내 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관찰하느라 무척 바빠진다. 눈으로 인물의 모든 것이 파악되면 “촬영하자”는 말 대신에 “즐겁게 놀자”고 이야기한다. 인물사진은 우선 상대방을 위해 주고, 상대방을 올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상대를 올려주면 자신도 함께 올라간다고 믿는다.

오랫동안 배우들을 찍어왔다. 찍고 싶은 사진이 있다면? 얼마 전에 ‘은퇴하면 뭐하지?’라는 고민에 빠졌다. 곧 이런 걱정은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진은 내 삶의 방식이지 단순히 돈벌이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중에 배우들을 못 찍으면 일반인을 찍으면 된다. 친구도 찍고 가족도 찍으면 된다. 단지 사진을 내 마음대로 찍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 안에 담겨 있는 그대로 말이다. 외국서적에 ‘In the mind, On the page’라는 문구가 있다. 즉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나 느낌이 결과물에 그대로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In the mind’ 와 ‘On the page’가 서로 같아야 그것이 온전히 사람이고 예술이 아닐까? 무척 어려운 이야기지만 그래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가능하지 않다고 해도 한평생 그것을 위해 노력했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나는 무척 행복한 사람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배우들이 내가 원하는 장소에 와주고 내 아이디어에 맞게 옷을 입고 분장을 해서 카메라 앞에 서주니까 말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신이 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계획은? 네이버, 웅진출판과 함께 우리나라 명사 20명과 인터뷰하는 프로젝트에 동참해 사진을 찍었다. 고은 시인, 윤학원 지휘자, 김훈 소설가, 김인식 야구감독, 구봉서 코미디언, 승효상 건축가, 박서보 화가 등 국내의 걸출한 인물들이다. 지금까지 19명을 인터뷰 했고 4월이나 5월 중에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인터뷰를 지켜보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저런 생각을 하니까 성공하지’ 감탄을 계속한다. 그러다 ‘저 사람도 인간이구나, 똑같구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들은 실천을 통해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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