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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아름다운 공간 속의 이야기

2006-04-17


언제나처럼 분주한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오늘도 우리가 지나치는 수 많은 공간들, 그 공간 속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의 시선 속에는 따듯함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그와 나누었던 조금은 진지했던 이야기들을 기억 속에서 꺼내어 봅니다.

안녕하세요 우경선님, H’ro라는 닉네임 참 독특하네요.

닉네임에 대해 말씀 드리려니 괜스레 쑥스러워지네요. 하하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면서 몇 년 전부터 사용해오고 있는 닉네임입니다. 아내 이름의 마지막 글자인 ‘희에게로’에서 따온 닉네임이었죠. 조금 닭살스러운가요? (웃음)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던 이야기 좀 부탁드릴께요.

제가 건축학과 90학번입니다. 은연중에 나이가 드러나 버리네요. (웃음) 전공학과의 특성상 과내 동아리 활동으로 사진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건축이란 언뜻 딱딱해 보이는 학문이기도 하지만 생활을 위한 조형적 감각이나 구성하는 방법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적인 소양이 요구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또한 기록매체로서의 사진 또한 건축학도에게는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어서 당시 많은 학우들이 사진 동아리에 함께했었죠. 당시는 암실작업에도 참 열심이었던 시절이었는데 눈으로 본 이미지를 내 손으로 실현시킨다는 것이 퍽이나 매력적이었죠. (웃음)


사진을 시작한지 오래되셨네요. 첫 카메라는 어떤 것이었나요?

캐논의 G3 기종이었습니다. 캐논에서는 흔치 않았던 수동 RF방식의 카메라였는데 이모의 카메라를 빌려서 사용했었어요. 생각해보니 빌린 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네요. 이모께서도 가끔 웃으며 언제 돌려 줄거냐고 물어보시기도 합니다. (웃음) 지금도 갖고 있는데 고장이 나서 지금은 사용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오래되었지만 애착이 많이 가는 카메라죠.


현재는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기종을 사용하세요?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은 직장생활에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한동안 사진에 소원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본격적으로 사진의 세계에 빠지게 된 건 3년 정도 전인 것 같네요. 그 때 첫 디지털카메라인 캐논의 10D 모델을 구입했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이 녀석과 늘 함께했었죠. (웃음) 지금은 얼마 전 기변한 5D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진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웃음) 실은 건축물이나 인테리어 등 어쩌면 일반적이지 않은 소재의 사진들이 많아 여쭤보려 했는데 건축을 전공하셨다니 질문을 드리기도 전에 궁금증이 풀어져버렸네요. 건축물 등의 사진촬영에 대한 노하우가 있으실 것 같은데요.

전공의 특성상 저희는 전공하지 않으신 분들 보다는 일반적으로 공간을 보는 시각적인 훈련이 많이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웃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글쎄요.. 흔히 사람들이 다니는 루트가 아닌 모서리나 끝부분을 찾아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의외의 장면들을 담아내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웃음)

건축물이나 인테리어 소재의 사진들에 대해 질문 드렸지만 그 외에도 참 다양한 소재들을 담아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듣고 보니 그런 편인 것도 같네요. (웃음) 제 경우에는 사진을 굳이 예술이라고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편하게 다가가려고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상황이나 소재를 미리 정해놓기 보다는 주어진 그 상황들 속에서 가장 적합한 표현을 찾아가는 것이겠죠. 아직은 나만의 소재보다는 다양한 소재들을 경험해 보고 싶은 욕구가 더 큰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세월과 경험이 쌓여나간다면 그 때는 저만의 소재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예전에 어떤 프로 사진가분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요즈음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실력은 한 컷, 한 컷으로 비교하자면 이미 프로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성장해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럼에도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라면 자기만의 주제를 유지해 나가는 힘이 아닐까 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주제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해 나아가는 힘..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터라 고개가 끄덕여졌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그 동안의 사진들을 세가지 테마로 정리해서 보여주셨는데요.

앞에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아마추어가 일관된 주제를 갖고 표현해 나간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예외일 수는 없었죠. 그 동안 주제에 대한 단편적인 표현욕구만 있을 뿐 그 사진들간의 일관성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런저런 공모전에도 참여해보고 운이 좋았는지 몇 몇 공모전에서는 입상도 해보면서 그 동안의 사진들을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제 사진들을 돌아보며 만들게 된 테마였습니다. 촬영 당시 이렇게 세가지로 국한된 카테고리를 생각하고 촬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일관성이 발견되더군요. 어쩌면 그 것이 잠재되어있는 제 성향일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다양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인물사진 분야는 그다지 눈에 뜨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인물사진을 특별히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웃음) 간혹 지인들과의 촬영모임을 통해 간간히 촬영을 하기도 하지만 자주 보여드리지 않을 뿐이죠. 인물사진 분야는 저로서는 나만의 색을 찾기가 무척 힘든 분야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촬영이 아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니 자기만의 독특한 앵글을 잡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지인들과의 촬영모임이라고 하시면 포토에세이의 한문철 변호사님을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한문철 변호사님과는 어떤 계기로 알게 되셨나요?

꼭 한문철 변호사님과의 촬영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변호사님이 운영하는 포토에세이와 함께했던 촬영모임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웃음) 언제였는지 우연한 기회에 변호사님 홈페이지를 알게 되었지요. 그 때는 지금의 포토에세이 홈페이지는 아니었습니다. 변호사님 홈페이지의 한 켠에 마련되어 있던 갤러리에 간간히 사진도 올리고 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뭐하는 사람일까 상당히 궁금해 하셨었다고 하시더군요. (웃음)
그렇게 온라인을 통해서만 알고 지내다 포토에세이가 오픈 할 즈음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나게 되어 사진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운 사이가 되었죠. 작년 5월~10월 사이에 참 많이도 함께 출사를 다녔던 것 같네요. 부산, 보성 등..
늦도록 함께 술을 마시고도 새벽처럼 전라도 여수를 갔던 기억도 나고 위험한데 올라가시는 걸 밑에서 제가 붙잡고 촬영했던 기억도 나네요. (웃음)

외국에서 촬영한 사진들도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웃음) 사실 그리 많이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일본과 캄보디아의 사진이 전부입니다. 아무래도 이국적인 풍경들이다 보니 조금 더 눈에 뜨이는가 보네요.
일본은 신혼여행 때 다녀왔었고 캄보디아 역시 아내와 함께 휴가를 내고 다녀왔었죠.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웃음) 그래도 가보신 곳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이나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가보았던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사실 캄보디아는 오랜 내전과 정치불안으로 아직도 굉장히 못사는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 캄보디아의 밀림 속에 이렇게 멋진 광경이 숨겨져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되고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나 중국의 자금성에 비해서도 결코 작지 않을 그 규모에 또 한번 놀라게 됩니다. 앙코르와트의 많은 부분이 밀림에 가려져있지만 실제의 그 크기는 정말 대단하죠. 혹시 캄보디아에 가보실 분들은 조금 부지런을 떠셔서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낮 시간은 너무 더워서 사람이 지치거든요. (웃음)


사진을 시작하고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는 것 같으세요?

사진을 즐기시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하지만 우선은 어디를 가도 즐겁죠. (웃음) 늘 다니는 인사동 거리를 걸어보아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것을 찾아 볼 수 있는 마음과 시선이 생긴 것 같습니다. 때로는 굳이 카메라가 없더라도 눈으로 보는 자체를 즐기고 때로는 마음에 담아두곤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보다 직접적으로는 언젠가 그 장소를 촬영할 때의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간접적으로는 나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도 같습니다.
그 외에는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네요. (웃음)


사진을 보면 연출보다는 우연과 찰나를 잡아낸 사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연과 찰나를 영원히 담아낸다는 것은 사진만의 매력임에 분명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인터뷰를 보실 분들에게 노하우를 조금만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음.. 글쎄요. 저도 여전히 어려운데.. (웃음)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선은 많이 찍어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수많은 상황들을 경험하다 보면 자신만의 경험치가 쌓이는 것 같아요.
경기가 한창일 때, 스포츠 기자들이 경기의 상황을 예측하고 멋진 장면을 포착해내듯이 그런 힘이죠. 우연한 상황이라면 조금 더 과감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머뭇거리다 보면 내가 원했던 상황들이 뒤틀어져 버리기 일쑤죠. 제 경우는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 속에 원하는 이미지를 그리고 첫번째 컷에서 원하는 느낌을 잡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제 마음 속의 심상이 첫번째 셔터소리와 함께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두번째 사진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웃음)


앞으로는 어떤 사진을 하고 싶으세요?

조금 더 진지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년에는 제 스스로 생각하기에 조금은 정체된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순간들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공모전에도 참여해 보기도 했었죠. 요즘은 다큐 분야의 사진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현재 취미로서의 사진, 나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한 행위로서의 사진에서 생존경쟁으로의 사진으로 스스로가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너무 고민이 많죠? (웃음)
그렇지만 결국은 제가 사진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실 분들께 추천해주고 싶은 사진이 있으면 소개 좀 부탁드릴께요.

개인적으로 매그넘의 사진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정말 놓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사진들이 많은 곳이죠. 구성이나 사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에 참 충실한 사진들이기 때문에 저에게 그랬듯이 다른 분들께서도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웃음) 사진에 대해 막히거나 궁금할 때 언제라도 찾아가 보고픈 그런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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