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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색깔있는 레이블 일렉트릭 뮤즈

2011-11-29


그리 오래가진 못했지만, 서브(Sub)는 참신했던 음악전문지로 기억된다. 텍스트는 약간 건방지고 자유로웠지만, 가볍지 않았다. 부록으로 제공된 인디 컴필레이션 시디도 파격적이었다. 성문영 편집장과 김민규, 김미영 기자의 이름을 아직 기억하고 있고, 내 방 책꽂이에는 지금도 몇 권의 서브 매거진이 꽂혀있다. 핫뮤직, GMV, Rockit 등 매달 음악 잡지를 보는 재미로 살던 그 시절이 가끔은 그립다.
레이블 ‘일렉트릭 뮤즈’를 설립한 김민규 대표의 경력은 특이하다. 음악전문지의 기자였고, 밴드 플라스틱 피플을 이끌며 주목 받은 뮤지션이었다. 여러 음악 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한 덕에 충분한 노하우도 생겼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레이블 운영과 개선점,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글, 인터뷰 | 윤태호 VMSPACE 에디터


먼저 ‘일렉트릭 뮤즈’ 레이블을 간단히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일렉트릭 뮤즈는 2006년 마포구 망원동에서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21장의 음반을 발매했어요. 비둘기우유, 플라스틱 피플, 굴소년단, 아톰북, 텔레플라이, 선결, 빅베이비드라이버, 드린지 오, 김목인, 도경만, 오르겔탄츠, 빛과 소음, 아미 등의 아티스트와 함께 하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내는 게 저희 레이블의 색깔입니다. (웃음)

일렉트릭 뮤즈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해외 인디 레이블의 좋은 사례들을 도입하셨고, 특히 전속계약 대신 음반계약만 하는 방식이 파격적이었어요. 레이블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면 쉽지 않은 선택일 것 같은데요.
시작할 때 앨범단위 계약을 하게 된 것은 인디 레이블에서 전속계약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신분상의 구속을 하는 것이 같이 음악을 풀어가는 데 별 필요 없다는 생각이었죠. 틀어진 관계를 계약으로 묶어서 어떤 음악이 나올까 싶었어요. 같이 할 관계라면 계약과 무관하게 잘 풀어갈 것이고요. 현실적으로 큰 회사에서 데려가려고 맘 먹으면 계약서 따위는 자본의 위력 앞에서 아무런 힘도 없어요. 하나 남은 숙제가 매니지먼트에 대한 것인데, 지금까지는 계약서에 매니지먼트에 관련된 조항이 없었지만 지금의 현실이 레이블에게 매니지먼트까지 요구하는 추세인지라 고민 중이에요.

플릿 폭시즈(Fleet Foxes)는 미국 인디 레이블 서브 팝(Sub Pop)의 대표적인 밴드인데, 메이저 레이블들의 적극적인 구애에 오히려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고 하죠. 올해 2집 ‘Helplessness Blues’도 서브 팝에서 발매했고요. 저 역시도 플릿 폭시즈를 통해 서브 팝 레이블을 주목하게 됐습니다. 이처럼 아티스트와 레이블이 함께 성장하려면 무엇을 가장 중시해야 할까요?
레이블에게 가장 큰 무기는 카탈로그라고 생각해요. 레이블의 카탈로그를 보면 어떤 음악적 취향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수준의 프로덕션을 하고 있는지가 보이니까요. 아티스트가 어떠한 레이블과 같이 할 때 가장 큰 이유는 돈 그리고 카탈로그가 아닐까 싶어요. 서브팝은 미국 인디 레이블 중 로컬레이블이자 인터내셔널한 레이블로 성장한 곳인데, 서브팝의 카탈로그를 보면 신뢰도가 있어요. 이는 머지, 마타도어, 4AD, 크리에이션 등의 다른 해외 인디레이블도 마찬가지예요. 너바나, 스크리밍 트리즈, 세바도, 마크 레너건 같은 이름을 보면 죽이잖아요. (웃음) 저희도 어떤 아티스트와 함께 하고, 어떤 카탈로그를 개발할 것인가에 가장 집중하고 싶어요. 아티스트와 레이블이 함께 성장하는 건 좋은 음반을 낼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것이 1순위라고 생각해요. 좋은 음반은 청자들에게 반응을 이끌어 내니까요. 홍보, 마케팅은 그 다음 문제라고 생각해요.

음반 많이 모으고, 음악 듣고 이야기 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은 오히려 음악 관련 일을 하는 게 더 힘든 것 같기도 해요. 저도 1년 정도 공연기획 일을 하며 뼈저리게 느꼈죠. (웃음) 레이블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현실적으로 힘든 건 경제적인 이유죠. 우린 음반을 팔아 수익을 내는 회사인데 최근의 음악산업의 축은 공연 쪽으로 옮겨가고 있어서 음반 쪽은 계속 축소되고 있는 추세예요. 그런데 그건 어떻게든 견뎌내면 되는 문제이고, 레이블 입장에서 가장 힘든 건 좋은 음반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시스템을 보다 수준 높게 이끌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최근 일본 쪽 레이블과 연결이 되어 저희 카탈로그를 일본 시장에 판매하고 있는데, 우리가 만든 음악의 힘으로 어떤 피드백을 얻는가를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어요. 홍보에 의한 선입견을 배제한 상태에서 우리의 프로덕션 수준이 어떠한 평가를 받는가를 알 수 있어 흥미로워요. 좋은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너무 정확히 지적해줘서 깜짝 놀라기도 해요.

굴 소년단, 비둘기우유, 아톰북 같은 색깔 있는 팀들이 레이블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것 같습니다. 여기엔 개인의 취향도 많이 반영됐을 것 같은데요.
네. 일렉트릭 뮤즈는 아직 1인 회사인지라 제 취향이 크게 반영되어 있어요. 누구와 함께 할 것인지 어떤 스타일의 음반을 발매할 것인지 제가 판단하는 부분이 크니까요. 그래서 장르적으로 일관성이 있지 않아요. 그럼에도 지금까지 21장의 음반을 보면 저희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보인다고 생각해요. 음반 작업을 할 때는 혼자서 다 해먹지는 않고, 아티스트와 의논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음반마다 프로듀서를 정해서 가는 게 저희 원칙이라 프로듀서가 정해지면 저는 큰 틀의 콘트롤만 하고 나머지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가 알아서 하도록 해요. 아무래도 제가 음반사 A&R 출신이다 보니 이런 방식으로 일을 전개하는 게 편하기도 하구요.

일렉트릭 뮤즈에서 곧 발매될, 기대해도 좋을 앨범이 있다면 살짝 알려주세요.
곧 발매되는 김목인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캐비닛 싱얼롱즈로 활동하던 김목인 군의 솔로앨범인데, 지금까지 저희가 발매했던 음반들이 영미팝/로큰롤의 영향권 내에 있는데 반해 김목인 군은 여기에서 좀 더 자유로운 음악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의 화법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아직 밝히기 어려운 모종의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일본과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질문 하나 드릴게요. 플라스틱 피플의 새 앨범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플라스틱 피플의 신보가 나오려면 일렉트릭 뮤즈에 직원이 생겨야 할 것 같아요. (웃음) 아직 신보 계획은 없고, 2장의 컴필레이션에 신곡으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그 중 하나는 ‘서울’을 주제로 28개의 팀이 참여하는 컴필레이션인데, 내년 초에 발매될 예정입니다. 플라스틱 피플은 ‘서울의 봄’이란 곡으로 참여해요.

흥미로운 앨범이 될 것 같군요. 발매되면 저도 꼭 들어보겠습니다. (웃음) 또 하나 개인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요새도 음반을 많이 사시는지 궁금합니다. 음반을 제작하는 친구 녀석이 최근 몇 년간 시디를 1장도 안 샀다는 얘기를 해서 충격을 받았어요. (웃음) 음반보단 음원이 훨씬 유용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더군요.
레이블을 운영하며 잃은 게 있다면 컬렉터의 즐거움입니다. 음반은 간간이 구입하는 정도이고, 동료 레이블, 아티스트의 음반을 선물 받아 듣는 경우가 더 많아요. 얼마 전 핑크 플로이드 박스셋, 모타운 박스셋, 블루노트 박스셋이 나오는 걸 보면서 속상했어요. 막상 업자가 되고 나서 이런 음반을 구입하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다니 하면서요.

전문공연장이 하나 둘 생기고 있지만 아직 열악하죠. 기획 공연도 부족하고요. 여러모로 힘든 상황 속에서 인디음악이 꾸준히 발전하려면 어떤 노력과 개선이 필요할까요?
개인적으로 국내 공연장이 열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콘텐츠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지만 공연을 하기에 어려울 정도는 아니니까요. 지난 3월 서울소닉의 기획팀으로 미국투어를 다녀오며 느낀 점이 많아요. 하드웨어적으로 좋아졌으면 하는 면과 소프트웨어적으로 좋아졌으면 하는 면이 뚜렷하게 보이더라고요. 한 예로 오랜 역사를 가진 펍에서 비둘기우유가 공연을 했는데, 장비는 클럽 빵에서 하는 정도였어요. 하지만 어쿠스틱한 공간의 소리와 엔지니어의 귀가 비둘기우유의 공연을 최고로 만들어줬어요. SXSW에 참여하는 신인팀을 모은 공연의 기획도 좋았고요. 이 부분은 씬의 역사와 인력의 노하우가 얼마나 쌓여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저흰 음반사이니 음반 발매 스케줄이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12월 1일 김목인의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를 발매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비둘기우유 2집, 선결 1집, 빅베이비드라이버 EP, 글리터링 블랙니스, 폴 2집, 일렉트릭 뮤즈 레이블 컴필레이션, 텔레플라이 EP, 일본과의 합작 프로젝트 등을 발매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내년 3월초 비둘기우유와 텔레플라이의 일본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렉트릭 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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