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설레다, 설레다, 설레다

설레다(최민정) | 2011-08-22


어린 시절에는 그 누구나 특별한 삶을 살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의 꿈은 그리 터무니 없이 큰가 보다. 그들은 대통령을 꿈꾸고 우주 과학자를 꿈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큰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여, 그들이 꿈꾸는 건 ‘남들처럼’ 사는 일.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은 처절할 정도로 빨리 온다. 이러한 되풀이되는 상실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고려문화사

‘바닥이 드러난 통장잔고와 거절과 탈락의 메일만이 가득한 메일함’을 보며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설레다, 설레다, 설레다’의 첫 장은 저자의 절망 속에서 시작한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까지 그만 두고 고군분투하던 저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실패를 경험한다. 자신의 답답한 마음과 현실을 한 장의 노란 메모지에 담아내기 시작한 저자는 일기를 쓰듯 그림을 그려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저자의 페르소나인 짝짝이 귀를 가진 설토(설레다, 토끼)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수는 점차 많아지기 시작한다. 이 책, ‘설레다, 설레다, 설레다’는 저자와 설토의 3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설레다, 설레다, 설레다’의 토끼 설토는 우리네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나이 스물이 되면 혹은 서른이 되면 세상사에 굴하지 않는 튼튼한 심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작은 기대. 이는 막상 그 나이로 접어들면 이 모두가 터무니 없는 억측이었다는 현실로 돌아온다. 스물을 먹고 서른을 허위허위 넘어가도 사소한 일로 자신을 상처 내거나 센 척 하고, 사랑 앞에 주저하며,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남의 행복을 질투하며,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남들처럼만 평범하게 살겠다 다짐해도 흔히 말하는 세상의 기준에 따라가는 일은 턱이 숨에 차오르게 뛰어도 요원하기만 하다. 이 책의 설토 역시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저자는 화려한 그림과 거창한 말들로 독자를 섣불리 위로하거나 공감을 강요하지 않는다. 설토의 눈물 맺힌 작은 눈이, 축 쳐진 어깨선이, 하늘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즐기는 입꼬리가 우리의 평소 모습과 다르지 않다. 노란 메모지에 담긴 짧은 그림 속에 우리네 삶의 모습이 숨어있는 것이다.

이 책은 글로 된 목차도 없고, 특별한 목적의 장 구분도 없다. 제목과 본문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페이지 번호도 드문드문 적어놓았다. 그 이유는 이 책이 글 보다는 그림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책이기 때문. 그래서 글로 된 목차 대신 본문을 구성하고 있는 애초의 노란메모를 미리보기 형식으로 편집하여 이미지로만 목차를 구성하였다. 각 장은 봄(노랑), 여름(블루), 가을(갈색), 겨울(빨강) 네 가지로 구분하였으나 각 장마다 특별한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사계절이 있는 일상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그저 맘 가는 대로 걸터앉아 아무 페이지나 넘기다 보면 주인공 설토가 전하는 인생의 진한 페이소스와 소소한 기쁨들을 공감하게 될 것. 힘들어하는 자식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벼랑 끝에 서서도 포기하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설토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진정한 의미의 위로란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facebook twitter

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