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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파란 물이 일렁이는 도자기 연못

2011-08-30


2009년부터 현재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은 세계 현대미술의 동향을 알리는 기획 전시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인도, 오스트리아 등의 기획 전시를 개최한 바 있으며, 2010년에는 한국 스페인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소장품 전 ‘언어의 그늘’을 개최하였고 올해는 미국 휘트니미술관 소장품 전 ‘이것이 미국미술이다’와 프랑스 현대미술 전 ‘오늘의 프랑스 미술’을 선보이고 있다.

글, 사진 | 구선아 객원기자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그 중 7월 26일부터 10월 16일까지 과천 본관에서 개최되는 ‘오늘의 프랑스 미술: Marcel Duchamp Prize’는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 수상자 및 후보자 중 세계 미술 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작가 16명의 100여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는 프랑스 소장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현대미술국제화추진회(Adiaf)가 2000년부터 프랑스 미술을 세계화하는데 기여한 젊을 작가들에게 주는 상을 일컫는다. Adiaf는 매년 4명의 후보자를 선정하고 그 중 1명에게 이듬해 퐁피두 센터에서 개인전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오늘의 프랑스 미술 : Marcel Duchamp Prize‘ 전시는 필립 라메트, 발레리 블랭, 로랑 그라소, 자비에 베이앙, 미셀 블라지, 마티유 메르시에, 사단 아피프, 클로드 레베크, 디디에 마르셀, 시프리앙 가이야르, 니콜라 물랭, 발레리 주브, 카미유 앙로, 피에르 아르두뱅, 카데르 아티아 그리고 셀레스트 부르시에-무주노 이렇게 16명의 젊은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 전시는 16명의 젊은 작가의 개인의 개성과 작품의 특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모노그래픽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작품은 21세기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인 미디어, 설치, 조각, 사진, 판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각기 다른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들 중 특히 눈에 띄는 작가와 작품이 있다. 셀레스트 부르시에-무주노(Celeste Boursier-Mougenot, 1961년 니스 출생, 세떼에서 활동)의 작품으로 현대미술관 내부 전시장 사이의 중앙홀에 설치되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파란 물과 하얀 도자기 그릇의 눈부신 대비, 도자기 그릇끼리 땡그랑 부딪치는 소리가 조용히 울리는 작품은 미술관 속 연못을 떠오르게 한다.



셀레스트 부르시에-무주노의 작품은 실험음악과 조형예술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그는 실험적인 작품들을 통해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소리나 형태를 생성하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 펌프에 의해 발생되는 가벼운 전류로 회전하는 저수조 안에서 도자기 그릇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땡그랑거리는 작품, <무제, i~vi 시리즈(1997-2009)> 는 테크노-아니미스트(techno-animist)방식을 사용하여 익숙한 오브제나 악기의 형태를 변형하여 그들이 지닌 음악적 잠재력을 드러내거나 확장시킨다.

여기 139개의 흰 도자기 그릇이 동동 떠서 서로 부딪치며 영롱한 소리를 낸다. 실험음악과 조형예술 사이의 그 무엇을 시도하는 셀레스트 부르시에-무주노의 작품이다. 익숙한 사물이 가진 음악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게 그의 장기다. - <전시 설명문 중>




이 흰 도자기 그릇들은 오브제로의 형식을 빌어 실험음악과 조형예술 사이는 물론 공간연출 영역까지 넘나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술계에서 오브제는 벽에 걸려 있거나 바닥에 놓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었다. 그러나 현대로 올수록 셀레스트 부르시에-무주노의 작품에서와 같이 오브제의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오브제가 미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움직이거나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오브제로 발전하고, 키네틱 아트의 기계적 요소가 아닌 자연스레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오브제는 새로운 공간을 구성하고 시간적 거리감을 나타내어 관객들이 사물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또한 관람객들은 땡그랑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주변에 앉거나 서서 한참을 머무르며 작품을 응시 하게 된다. 하나의 도자기 그릇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기도 하고 이 그릇, 저 그릇 눈길을 움직여 보기도 한다. 마치 연극을 보는 것처럼. 이처럼 관람객의 오브제와 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은 예술 영역간의 경계를 흔들고 관람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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