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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문화예술의 실질적 나눔

2012-02-02


문화바우처사업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문화바우처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 법정차상위계층이 연간 5만원 한도 내에서 문화카드를 신청하고 발급받아 개인이 원하는 문화예술 공연이나 전시관람 및 도서•음반구입 등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소의 지원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즉, 간단히 말하면 문화예술을 나누는 문화예술복지시스템이다.

글 | 구선아 객원기자
자료제공 | 경기문화재단

예전에는 연탄을 나누고 쌀을 나누고 김장김치를 나누고 학용품을 나누고 옷을 나누는 물질적인 나눔이 대부분이었다면, 문화바우처사업은 그보다 확장된 나눔의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문화바우처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카드 발급이나 실제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물질적인 빈곤 보다는 문화예술공간을 찾을 마음의 여유도 없고 문화예술이 어렵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화려한 모습 뒤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문화바우처의 추상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실제적인 그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적인 그들 삶의 현장에서 접점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그 노력은 이미 실제로 행해지기 시작했다.

2011년 경기문화바우처는 ‘가난’, ‘예술’, ‘소외’, ‘사람’을 다루는 우리 사회의 태도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여러 협력기관과 작가들과 함께 그들과의 관계를 이루어 냈다. 당시 진행된 경기문화바우처 사업 내용을 보면 크게 ‘가가호호 문화교감’, ‘낮달 문화소풍’, ‘활생 문화공명’ 세 가지 사업으로 나뉘고 이 안에서도 총 11개의 카테고리가 나뉘어 각 주제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가호호 문화교감
가가호호 문화교감은 예술가들이 가정집과 생활시설에 찾아가서 공연, 사진촬영, 체험 등의 문화예술 활동을 기부하는 나눔 활동이다.

카테고리 1. 찾아가는 고양이들
청년 예술가들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집으로 찾아가서 다양한 시각예술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을 여행 가방에 모아서 ‘찾아가는 고양이’ 전시회를 연다.

카테고리 2. 안녕하세요 대부도 사진클럽입니다
박준식 사진작가와 대부도 사진클럽 멤버들이 안산 대부도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의 집에 방문하여 장수 사진 촬영, 옛 사진 복원, 방풍작업과 그림문패 그리기 등의 작업을 한다.

카테고리 3. 재능기부 재가방문
예술재능기부자의 방문을 요청한 복지기관과 생활시설에 찾아가서 소규모 공연을 하고, 거동이 불편한 개인 신청자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서 그 사람만을 위한 공연을 한다.

카테고리 4. 크크 오케스트라
광주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이 24명의 성남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작은 오케스트라를 만들어가는 예술 교육 프로젝트다.

낮달 문화소풍
낮달 문화소풍은 우수한 공연과 전시 관람을 지원하고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버스로 모셔오는 문화서비스이다.

활생 문화공명
활생 문화공명은 수원, 안성, 안양, 안산, 포천, 부천 지역에서 활동하는 대안예술공간 주관으로 각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사회공헌형 3D업종 종사자를 위한 예술 오마주 프로그램이다.

카테고리 1. (부천) 아트포럼 리 – [도시 스킨케어링]
환경미화원들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환경미화원들이 작가로 참여하여 낙엽을 쓸면서 낙엽으로 드로잉을 하고, 실내 청소를 하며 비누거품으로 드로잉 작업을 하면서 자신을 이야기한다.

카테고리 2. (안성)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 [넌 나 뭐줄래?]
임시직 특수교사들이 상담•미술•난타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 워크숍에 함께 참여하면서 자신과 동료 교사들에게 관심을 돌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다.

카테고리 3. (수원) 대안공간 눈 & 이웃EWUT – [예술수다로 돌A봄]
여성 돌봄 노동자들(지역아동센터 교사)이 수다를 통하여 예술적 감수성을 회복해가는 치유 프로그램이다.

카테고리 4. (안양) 스톤앤워터 & 소셜아트컴퍼니 – [집배원의 손편지]
우체국의 집배원들이 직접 손편지를 작성하고 손편지 공모전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찾아간다.

카테고리 5. (안산)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 [수다.ZIP-다문화 활동가들의 이야기]
이주민 인권 운동과 다문화 가정문제 상담지원 활동가들이 자신의 삶과 일을 주제로 스토리텔링 구성을 통해 책으로 엮어낸다.

카테고리 6. (포천) 문화살롱 공 – [치유와 나눔의 숲, 어처구니 숲 학교]
소아암 간병인과 백혈병 어린이 가족들은 작가들이 마련한 숲 속 쉼터와 나들이 길을 따라 걸으며 명상과 음악회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숲과 교감한다.


그리고 지난 1월 18일부터 1월 29일까지 이러한 2011년 경기문화바우처 사업 과정과 이야기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기획된 아카이브 전시가 경기도 안양시 석수시장 안에 있는 전시공간인 ‘석수아트터미널-샛’ 에서 열리기도 했다.

주관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기도
후원 복권위원회
협력기관 스톤앤워터 & 소셜아트컴퍼니,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대안공간 눈 & 이웃(EWUT),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아트포럼 리, 문화살롱 공, 에이블 아트센터
전시기획 김월식 (무늬만 커뮤니티)
전시참여작가 곽동열, 박영균, 이아람, 장성진, 천원진
코디네이터 장혜윤
디자이너 busy busy

사업에 직접 작가로 참여하고 이번 전시를 기획한 커뮤니티 아티스트 김월식 작가의 말을 빌려보면 “경기문화바우처의 기획사업 아카이브 전시는 각 사업과 프로젝트들이 수행과정에서의 다양한 함의를 포함한다. 그것은 예술가들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일 수도 있고 예술가들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때문에 이 과정의 이야기들을 담는 그릇으로써 전시는 기획되었다.” 고 한다.

전시는 아카이브 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 사업 내용과 카테고리별 내용을 기록한 자료와 과정을 보여주었다. ‘가가호호 문화교감’은 4개의 카테고리별로 나누어 관련 영상과 작품들이 전시되었고 ‘낮달 문화소풍’은 4개월 동안 총 8,391명이 함께한 유쾌한 공연장과 전시장 나들이가 소개 되었다. 또한 ‘활생 문화공명’은 각 6개의 카테고리의 영상과 작품으로 각 프로그램들과 진행 과정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재현과 재연의 요소를 포함시켜 간접적인 경험과 이해가 쉽도록 하였고 시각적인 관람보다는 공감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전시를 읽을 수 있도록 헤드셋 등 여러장치를 마련하여 관람객과 소통하기도 했다.

이번 경기문화바우처 기획사업 아카이브 전시는 깔끔한 마감과 정리된 콘텐츠로 바르게 정돈된 전시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날 것이라 더 흥미롭고 따뜻한 울림이 있었다. 우리의 삶이 깔끔하고 정리된 질서를 보이고 있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많은 단체와 작가들이 진정한 문화바우처 사업을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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