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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당신의 서울은 어떠한가

2012-04-03


당신의 서울은 어떠한가.

내가 제일 잘나간다며 서로 뽐내고 서있는 빌딩들, 여기가 어디지 비슷비슷한 아파트들,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얽히고 설킨 지하철 노선들, 무섭게 몰려드는 사람들, 그리고 어디를 가도 빽빽이 드나드는 자동차들.

혹시 당신의 서울은 여기 어디쯤 있는가.

이미 익숙해져 일상이 되어버린 서울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자. 어떤 풍경이 보이는가. 아마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서울과 다른 어딘가에서 또 다른 당신이 보고 있는 서울도 그리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다르지 않은 하나의 풍경이 서울의 이미지겠다. 그렇다면 이것이 곧 서울의 정체성이란 말인가.

에디터 | 구선아 객원기자
자료제공 | 아트센터 나비

산업혁명과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세계의 도시들은 양적으로 급격히 팽창했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6.25를 겪으면서 도시가 황폐해지고 역사적인 도시 유물이 파괴되었었던 서울의 경우, 도시 회복을 위한 산업발전과 도시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단기간 경제 성장을 이룩해 낸 역사적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된 획일적인 아파트의 모습과 전통과 역사를 쉽게 뒤엎는 서울의 풍경을 이제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도시계획가 케빈 린치(Kevin lynch)는 그의 저서 ‘The Image of the City’에서 도시 이미지는 공공이미지 즉 '어느 도시 주민의 대다수가 공유하는 심상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도시의 이미지를 3가지 구성 요소로 분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각각을 정체성(identity), 구조(structure), 의미(meaning)라고 정의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을 살펴보면 근래에는 서울의 풍경을 개선하고자 여러 가지 사업과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의 풍경은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바라본 서울은 어떠할까.
당신이 바라보는 서울과 그리 다르지는 않다. 1995년부터 약 17년간 한국에서 작업하고 있는 독일 출신 작가 올리버 그림(Oliver Griem)은 관찰자적 시선을 통해 거대한 빌딩숲의 이미지로 발견되는 서울의 풍경을 지난 3월에 진행된COMO 「서울견문록 : Description of the City」展에서 보여주었다.

올리버 그림은 전통과 역사, 문화 등을 너무나 쉽게 갈아 엎는 현 한국의 세태가 안타깝다고 말한다. 외부적으로는 “디자인 서울”, “Green Greener 서울” 과 같은 이미지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도시 전체가 획일적인 아파트 단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높은 곳에 올라가 서울을 내려다 봤을 때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거대한 도시가 똑 같은 네모 모양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충격에서 시작한 작업 「Looping Seoul」(2012)은 외국인으로서 작가가 바라보는 도시 서울의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다. 그는 자신이 바라본 서울의 이미지를 가지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낸다.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위 ‘뉴타운’ 개발로 인해 나타난 낯선 광경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도시 안에 있을 때는 ‘너무나 흔해서 보이지 않던’ 아파트와 빌딩의 창문만을 담은 영상이 반복적으로 느리게 재생되고, 그 과정에서 추상적으로 패턴화 된 화면은 도시의 몰개성과 익명성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정리된 전시장 내부에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을지로 SKT-타워의 외부 및 1층 로비에 설치된 LED 스크린과 SK 텔레콤 대전 둔산 사옥 1층 로비에 설치된 LED스크린으로 이루어져 있는 COMO에서 전시되었다. 때문에 새롭고 독특한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도시 이미지의 대부분이라고 한 빌딩의 일부 요소들에 전시가 되어 색다른 풍경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올리버 그림의 작품이 빌딩의 일부가 되어 설치되어 있는 모습은 예술과 건축이 조화롭게 보인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하나의 건축 풍경과 같이 보인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간에 그는 새로운 도시의 한 이미지를 제안한 것이다.

도시디자인, 공공디자인은 이 시대의 화두가 된지 오래다. 그리고 당분간은 지속 될 것이다. 지금껏 물리적인 개발과 외부적인 치장이 난립하였다면 진정한 서울의 풍경을 가질 수 있도록 의미 있는 개발과 숨겨진 서울의 모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이제 당신의 서울도 새로운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작가소개
올리버 그림(Oliver Greim)은 1964년 독일 함부르크 생으로 함부르크조형예술대학(HfbK)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하고, 쾰른 미디어아트아카데미(KHM)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했다. 1997년 뮤지움 살(Museum Sal)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총 4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2000년 <미디어시티 서울- 디지털 앨리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2년 (토탈 미술관, 서울), 2004년 (서대문형무소, 서울), 2009년 <인천디지털아트페스티벌(indaf)> , 2011년 (갤러리 정미소, 서울) 등의 전시에서 영상, 인터랙티브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선보였다. 현재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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