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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미소의 상징인 ‘모나리자’ 패러디

Jungle 2007-12-27 14:35:37

콧수염 달린 모나리자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명화로 보는 논술]
마르셀 뒤샹 ‘L.H.O.O.Q’
최혜원 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경희대 강사


◆성스러운 미소의 상징인 ‘모나리자’ 패러디

전 세계 각지에서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왜 루브르에 왔느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모두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모나리자(Monna Lisa)’를 보러 왔다고 답한다. 그런데 ‘서양 미술사 최고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이 성스러운 미소의 주인공 ‘모나리자’가 모욕을 당한 적이 있다.

20세기 전위예술의 한 위대한 축,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복제한 그림에 연필로 콧수염과 턱수염을 그려 넣어 여장한 동성애자로 표현했다. 뒤샹은 기존의 위대한 예술품이던 ‘모나리자’라는 작품에 낙서 같은 수염을 그려 넣음으로써 기존 회화를 조롱하고 반대하는 작가의 생각을 나타내고 있다. 기존 원작을 훼손시키는 듯한 작품으로 틀에 박힌 예술의 양식에 대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모나리자’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국 런던의 한 부동산회사 광고에도 등장한다





◆모방과 창조: 패러디도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이런 과거 명작들에 대한 패러디 광고들은 현대사회에서는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미의 여신을 주제로 한 그림이기에 화장품과 액세서리 브랜드의 광고로 등장한다.

‘패러디(Parody)’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존의 명화나 기성품을 모방한 작품으로 작가의 창조성으로 인해 새로운 시각으로 재창조된 것을 말한다. 모든 예술문화의 역사는 모방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의 패러디가 문학작품에서 단순한 변형을 통해 사회에 대한 풍자였다면 현대 사회의 패러디는 거의 모든 예술과 대중매체에까지 확산돼 사회적 이슈나 일련의 사건에 대해 신랄한 비판과 함께 유머를 포함한 가벼운 풍자까지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 그러나 기존의 작품을 모방하고 변형하는 패러디의 특성상 사회적인 파급효과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이유에서 표현의 자유와 표절이 문제시된다. 패러디와 표절의 문제에서 재형과 모방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패러디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


◆패러디 예술의 전성시대

패러디는 원래 ‘문학작품의 한 형식으로 어떤 저명 작가의 시의 문체나 운율을 모방하여 그것을 풍자적으로 또는 조롱 삼아 꾸민 익살스런 시문(詩文)’을 말한다. 그 역사는 고대 그리스로 올라가는데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의 ‘시학(詩學)’에도 등장한다.

19세기의 유럽에서는 원작에 해학적인 요소를 가미해 개작한 문학작품과 음악에서 인용되는 기법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1547~1616)의 ‘돈키호테(Don Quixote)’(1605)도 중세 기사들을 패러디 한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원본에 유머나 해학을 가미해 변형할 경우 넓은 의미에서 패러디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요즘의 패러디는 이미 문학과 음악에서 뿐만이 아니라 상업적인 광고와 오락적인 영화·코미디·드라마·뮤직비디오·인터넷 등 거의 모든 대중문화매체 전반에 확산돼 장르의 구분 없이 새로운 문화코드로 각광 받고 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패러디는 기존의 사회 현상과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또는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재구성하는 ‘사회의 구조적 모방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최혜원 블루 로터스 아트디렉터
패러디는 기존의 예술작품처럼 한 명의 예술가가 만들어내는 개인적인 산물이 아니다. 빠른 시간에 널리 확산돼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패러디가 각광을 받는다. 번뜩이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표현의 독창성은 물론이고 시대정신의 핵심을 파악해 사회적인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어야 좋은 패러디인 것이다.

입력 : 2007.12.1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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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le2009-10-29 20:4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