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시 제 목 : 임영택 개인전
- 전 시 기 간 : 2005년 8월 3일(수) ~ 8월 9일(화)
- 전 시 장 소 : 갤러리 라메르 1층 (제1전시실)
- 자 료 문 의 : 갤러리 라메르 홍보팀 채문정 (Tel. 02-730-54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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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글 -
글. 화가 박종철
일찍이 키에르 케고르에서 싸르트르에 이르기까지 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연구하고 고뇌하며, 논증해왔다.
우주의 본래성과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문명은 공허하리만치 불완전한 것이며 가변적이다. 문명의 소산인 이데아 조차도 헤게모니의 보전 여부로 인한 그 축적의 가변성으로 변증법적인 논란에 휘말리곤 한다.
임영택은 이러한 우주의 본래성-실존-과 문명의 변증법적인 추출물인 이데아의 사이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존재론적으로 인정하며, 검증하고 ‘무위의 짓거리’로 성찰해 가는 방법론으로서 공간을 인식해 간다.
또한 인간이 우주이면서, 문명이기도 하며, 공간사물로서의 이데아에 예속되어야 하는 이 불합리한 실존을 확인하며, 자신의 존재에 관한 두려움을 수반하는 드로잉의 짓으로서 공간을 구성해 간다.
아마도 그는 화면의 어느 한 자락에서 첫 점을 찍을 때 두려움, 또는 새로운 공간에 임하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잠시 망설일 것이며 곧이어 자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지성과 열정, 논리와 감성, 일상의 권태, 세속에의 유혹과 절제, 극기, 편견, 유희성 등의 다단계적이고 복합적인 감정과 표상의 사유를 배제하는 직관적인 공간 점유욕을 모티브로, 마치 누에고치에서 실이 뽑아지듯 무아지경인 상태에서 우주의 심연-화면-속으로 유영해 갈 것이다.
이것은 그의 일상에서의 일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가 다루어온 오일 볼펜과 지류(강도가 있고 코팅이 잘 된 아트지, 하드보드지, 또는 한지 등)는 다양한 기법을 구사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볼펜이 갖고 있는 섬세한 필치와 내구성으로 인한 그 역학상의 한계-볼펜의 마모도와 종이결의 훼손-로 저 추상표현주의의 잭슥폴락이 취한 바 있는 큰 제스처의 드리핑이나 일필휘지의 휘저음 같은 기법은 불가능하지만 비교적 단순한 재료로 인한 제작과정의 용이성과 차근차근 조금씩 슬라이딩 터치(미끈한 화면 위에 볼을 굴려 칠하는 행위)로 ‘초잠식지’(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듯이 조금씩 조금씩 공간을 점유해 가는 것)를 행함에 있어, 화필과 화용지가 갖는 상호 매끄러운 재질의 물질성으로 인한 앙상블은 그에게 필흥과 유희성의 쾌락을 배가시켜 줄 것이며 그의 직관적인 드로잉 작업에는 적절한 재료일 수 있을 것이다.
임영택은 오래전부터 볼펜과 상호성이 있는 지류들을 접해왔다.
그가 서서히, 그리고 무수히 몰입, 반복해 가는 볼펜의 슬라이딩 터치의 과정은 우리에게 잘만킹(미국의 영화감독으로 에로티시즘으로 유명하며, 스크린 뮤직과 사운드가 독특함)의 영화음악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같이 음험하리 만치 물씬물씬하고, 느릿하며 격정을 억제하는 듯 하고, 야릇한 연동성이 있는 리듬감을 준다.
이러한 이미지는 리비도의 끝자락인 그 떨림과 황홀경의 직전처럼… 즉, 관능의 미학을 감지케 해 준다. 또 한편 그의 작품에서 결코 작위적이지 않은 조형성, 수시로 이뤄지는 개별적인 것들과 여러 단위의 반복적인 전이, 즉흥적이고 몽환적이며, 조금은 초현실적인 패턴의 전개, 작가 자신도 예상치 못하는 결과론적인 상태의 형상, 그로 인한 다양한 이미지와 뉘앙스들… 완전히 배제해 버릴 수만도 없는 경험한 바 있는 조형성과의 갈등과 터치의 중첩으로 오는 권태감, 약간의 혼돈과 혼란스러움, 소품임에도 적지 않은 제작시간이 소요되는 것 등에서 우리는 오토매티즘의 일단을 엿 볼 수 있으며, 우주와 인간-작가자신-의 존재가 등가이며 실존에 대한 인지와 성찰이 전개되고 있음도 감지할 수 있다.
그는 우연성, 추상표현성, 상징성, 기호성 – 결과론적인 것들이지만-등을 매개로 독특하고 생소한 형상들을 분출 시킴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해 간다.
한편, 그의 작품이 비교적 소품임에도 불구하고 현대미술의 어떠한 장르도 다 수용해 버린듯한 광대함이 엿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은 찰나의 유희적인 형상과 형이상학적인 이미지 추출의 지난함, 의도하지 않은 색면의 비례임에도 상승되어가는 주조색의 웅집력, 단순하거나 봅합적이며 상징적인 형태의 이미지, 시공을 초월한 듯한… 무의미하면서도 형태심리가 드리워지는 백색공간의 시각적 연출 등에서 기인 될 것이다.
이러한 임영택의 방법론은 그가 동서양의 미학을 넘나드는 관조적 조형성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논거이기도 하다. 그는 한때 자신의 “짓거리”에 대해서 진력이 난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것은 화필(볼펜)의 섬세함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과 끊임없는 덧칠에서 오는 권태감일 수 있으며, 안료와 캔버스에로 회귀하고 싶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분화구의 분출물처럼 꿈틀대고, 일렁이며, 치솟아 오르는 그 무엇인가 – 실존의 흔적-를 표현하기에는 펜과 종이의 작업이 갈증을 불러올 수 있을 것 임을 유추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가 이미 체험했던 물성의 것들이어서 안료이든 캔버스든 그외 어떤 재료라도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의 조형적 공간인식이 그대로 일지, 아니면 내면의 성찰과 사유로 인한 새로운 조형성을 창조해 낼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틈틈이 산행으로 얻은 자연과 호연지기를 화면에 풀어놓곤 하는… 그의 또 다른 행보를 기대해 본다.
- 작가 프로필 -
임영택
20년 전(1980년대) 우리나에에선 처음으로 볼펜화 전시를 가졌던 작가. 그가 보여주는 가느다란 선의 중첩으로 덛어지는 '형상'은 그린다는 말 보다는 긋기의 무수한 반복행위이다.
이러한 자동적인 단순 반복행위는 정형화된 조형의지와는 상관없는 심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선이 쌓여서 면을 이루고 덩어리를 이루는 과정에서 둥글게 모아지는 형태는 무의식에서 건져올려진 리비도적인 관능을 엿 볼 수 있기도 하다. 바로 실존의 몸부림을 느끼게 하는 옥특한 색감과 양태를 작은 지면에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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