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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울퉁불퉁한 오브제로 재탄생
기타 마감

2005-09-14 ~ 2005-10-03



전시기간: 2005년 9월 14일 (수) ~ 10월 3일 (월)
장소: 인사동 쌈지길 갤러리쌈지,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38번지
문의: 02-736-0088, http://www.ssamzieg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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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작가는 특정 매체와 하나의 주제로 지속적인 작업을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전이되는 주제에 따라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들로 국내외의 각종 전시에 참여해왔습니다.
본 전시에서 이수경 작가는 기존의 도자기 설치작업과 신작을 함께 선보입니다.
기존에 선보인바 있는 도자기 설치 작품은 작가가 조선 백자를 재현하는 도자 공방에서 일부러 깨트려버린 도자기 조각들을 수거해 하나씩 맞춰 기이하고 울퉁불퉁한 오브제로 재탄생 시킨 것 입니다. 작업의 과정에 있어서 하나의 조각들은 예기치 못할 구조를 향해 서로 붙으며 무한히 증식해가는 세포처럼 보여집니다. 

또한 드로잉 신작들은 흔히 부적을 그릴 때 사용하는 재료로 알려진 경면주사로 제작된 독특한 드로잉들로 바리데기 설화 속의 바리공주가 모티브가 된 묘기여인이 등장하는 하나에서 열두개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리즈 입니다.
본 전시에서 열린 서사구조로 설화 속 인물의 단순한 차용에 그치지 않고 묘기여인이라는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 시리즈를 통해 유닉한 작가 세계와 이수경 작품의 새로운 면모를 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갤러리 쌈지 큐레이터 양옥금
근간 이수경은 협업형태의 프로젝트(collaborative project)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특히 "번역된 도자기(Translated Vases, 2001)", "투 얼리 투 레잇(Too Early, Too Late, 2002)", "페어런털 플레이츠(Parental Plates, 2003)" 등의 작업들은 이미 존재하는 하나의 오브제 혹은 작품들- 도자기, 꽃, 접시 등-에 또 다른 맥락(context)을 부여함으로써 가시화되지 않은 사회적, 문화적 의식의 단편들을 시각화한다.
이 같은 이수경의 개개의 프로젝트들을 하나의 연결선상에 놓는다면 그것들은 일종의 체인과 같은 연결 고리로 각각의 작업들은 하나의 프로젝트로서의 독립성과 이들 프로젝트들 사이에 공유되는 공통점으로 인해 연계성을 함께 갖는다.

본 전시에서 이수경은 두 개의 전시공간에 기존의 작업, "번역된 도자기, 2001(Translated Vases)"와 신작 드로잉 시리즈들을 선보인다.
신작 시리즈는 드로잉이라는 매체와 경면주사라는 다소 생소한 재료의 이용, 그리고 바리데기 설화에서 비롯된 바리공주 인물을 차용한다는 점에서 이수경 작업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동시에 도자기 이미지, 그리고 백자 도자기 표면에 그려져 있음직한 풍경, 식물 등을 드로잉 안에 묘사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기존 작업들과의 연결점과 신작 자체의 개별성을 함께 보여준다.

바리데기 설화 속의 바리공주가 모티브가 되어 완성된 열 두개의 드로잉 시리즈는 한지 판넬 위에 경면주사를 주 매체로 제작되었다.
이러한 신작 시리즈에서는 이수경의 근작들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지는 '서사구조'와 '차용'의 방식들 - 도자기의 재 제작, 인터뷰를 통한 비디오 작업 등 -이 협업을 거친 간접적인 방법이 아닌, 보다 직접적인 설화적 인물의 차용과 로우테크적인 작업 방식으로 보여진다.
특히 주재료인 경면주사는 흔히 부적을 그리는 재료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 쓰임과 재료가 가지고 있는 건조한 텍스쳐, 미세한 반짝임과 오렌지와 레드의 중간인 색감은 그 재료가 갖는 특성만으로도 강렬하다.

이수경의 경면주사 드로잉은 크게 두개의 시리즈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부적이미지와 도자기 풍경이 오버랩이 된 일종의 부분 풍경 시리즈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에서 열 두개로 멀티플하게 이어지는 묘기여인이 도자기를 떠받치고있는 인물 시리즈이다.
특히 하나에서 열 두개로 이어지는 묘기여인 드로잉 시리즈는 불교의 보살상이나 부처상에서 보여지는 신체 이미지의 반복과 혼합이 보여지는데 이는 요가를 하는 듯한 기이한 포즈의 묘기여인 수만큼 많아지는 도자기 수를 고려할 때 마치 세포분열이나 번식에 가깝다.
화면 안에 탱화나 부적에서 차용된 듯한 단순한 라인으로 처리된 묘기여인은 얼굴을 제외하면 거의 중성(neutral)에 가깝다.

팔다리의 구분이 쉽지 않을 만큼 묘한 발란스로 떠받치고있는 흰 도자기와 뒤엉킨 듯한 묘기여인의 몸들 사이에는 도자기 표면에 그려져 있음직한 나무나 구름 등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풍경의 일부분이 도자기의 표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자기 밖으로 비집고 나와 복수(multiple)로 존재하는 묘기여인과 가는 끈으로 연결되어 화면의 전체적인 윤곽선을 만들어 낸다.

한명에서 두명이 되고 세명, 네명 … 열 두명이 되는 과정동안 묘기여인은 마치 거미가 자신의 몸에서 만들어내는 거미줄로 투명한 제 바운더리를 만들어나가듯 이수경은 수겹의 레이어의 또 다른 묘기여인 이야기를 쌓아 올렸는지 모른다.
이 세상에서 제 생명을 다한 사람을 무사히 저 세상으로 인도한다는 바리데기는 이수경의 드로잉 속에서 그 설화적인 배경을 넘어서 스스로의 신화(myth)와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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