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간: 2006년 2월4일~22일
전시장소: 대안공간 아트 스페이스 휴
문 의: 02-333-0955, www.artspacehue.com
이학승은 갤러리에 작은 방송국을 차리고 자신이 편곡한 고래들의 음악(?)을 갤러리 내에서 송출하고 수신하는 과정을 연출한다. 이 작은 방송국의 한 구석에는 소음과 인위적 음파에 반응하고 몸을 떠는 기이한 새가 그 과정을 더욱 극화한다.
이 과정은 아주 오래 전 잃어버린 소리를 더듬어간다. 갤러리 천장에는 작은 휴대용 라디오 수 십대가 매달린 채 빙빙 돌며 관객의 머리 위에서 웅성거린다. 너무 오래 전에 잃어버린 기억의 단편들이 아우성을 치며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울리기 시작한다.
거기서 파장과 리듬이 생성된다. 아마도 의식적으로 노력해서라기보다는 침묵과 기다림 속에서 갑자기 우리의 의식을 호출하는 어떤 순간을 만나는 것이다. 인간의 의미들로 가득한 문명과 역사의 소리가 아닌 만물의 고유한 소리와 우주의 노래를 은유한다.
송출되는 음악 중에는 언젠가 작가가 런던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유랑 악사의 기이한 악기와 그 악기의 독특한 소리들이 고래들의 노래와 함께 편곡되어 연주된다.
고래의 울음소리에 빠져들었듯이 작가는 이름모를 악사의 소리에 매료되어 소리를 수집하고 재구성하였다. 그것은 호출이고 영감이기에 소리들이 스스로 작가에게 찾아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세계는 점차 인간의 소리로 가득 차버린 세계는 자신의 본래 소리를 상실한 채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일종의 존재의 침몰과 망각의 승리였다. 망각은 인간이 자신의 고향을 잃어버린 사건을 단지 무의미한 중얼거림으로 환원시킬 뿐이다.
흰 고래는 결코 멜라닌 색소가 생성되지 않은 돌연변이가 아니다. 흰 고래는 과학과 의미의 존재가 아닌 상징과 은유이다. 흰 고래는 생과 사를 둘러싸고 울리는 소리의 현현이다.
흰 고래는 어디에서 자신의 소리를 되찾을 것인가. 아니 인간 자신, 작가 자신은 어디에서 자신의 소리를 되찾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