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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개인전 – “BARAJI”전
기타 마감

2006-03-18 ~ 2006-03-29




전시기간: 3월18일~3월29일
전시장소: 대안공간 미끌
문     의:
www.miccle.com, 02-325-6504

‘바라지’는 일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옛말로, 국어사전의 뜻풀이에 의하면 햇빛을 받기 위하여 벽에 낸 자그마한 창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옛 건축물을 살펴보면 누각이나 바람벽에 바라지 창을 내어 빛과 공기가 넘나들게 하여 주거 공간을 쾌적하게 해주고, 방 안에서 그 창을 통해 바깥을 살펴볼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했음을 알 수 있다.
작가 김은정이 대안공간 미끌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며 이 ‘바라지’라는 생경한 옛말을 사용하고, 그 소리음을 다시 영문으로 옮겨 표기한 것에 대해 우리는 그가 지나온 시간들을 참고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 해에 한국을 떠나 프랑스라는 새롭고 낯선 땅에서 미술-페인팅을 접하고 공부하게 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페인팅 작업 외에도 광고 일러스트레이터, 파티기획, 모델, 전시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였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를 통해 ‘마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동작, 예를 들어 양치질을 한다거나 두부를 먹는다거나 하는 사소한 일상의 행동이 그저 일상적인 행동이 아니라 놀라운 사물들, 내 자신,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물질과 세계를 엿보게 하는 동작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말한다. 평범하게 느껴지는 사소한 모든 것들이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변하며,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일상 속에서 이러한 우연적 만남을 통해 상기된 기억들을 작업이라는 물리적 노동에 의해 또 다른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으로 발견한 것이다.



다시 돌아가 ‘바라지’라는 말의 의미를 살펴보면, 그것은 햇볕이 들게 하기 위해 벽에 낸 자그마한 창을 뜻한다. 그가 쉬운 말로 창 또는 윈도우 라는 말을 쓰지 않은 것, 그것도 그 소리음을 BARAJI 라는 영문으로 표기하여 마치 하나의 암호처럼 제시한 것은, 그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지나치게 소비적인 이 서울이라는 도시 한 켠에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크기로 창을 내어보기로 결심한 까닭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어쨌든, 이제 그가 낸 작은 바라지-창을 통해 우리는 작가 김은정이 바라보는 일상으로부터 그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세계를 향한 가능성, 미묘한 변화의 조짐들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곳에 드는 햇볕, 그 곳에 부는 바람, 그 곳을 통해 이야기를 걸어오는 모든 이들이 그와 그의 작품세계에 또 다른 가능성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선한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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