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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tas : 허무하고 허무하니 이 또한 허무하다.
기타 마감

2006-12-20 ~ 2007-01-23






에스파스 솔에서는  벨기에와 한국의 20-30대 신진 작가들의 그룹전인 'Vanitas' 전을 개최한다. 벨기에 작가 8인과 한국작가 8인 총 16인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유머’와 ‘덧없음’이라는 주제로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영상 등 현대미술 약 30여 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벨기에 화단의 대부격인 초현실주의자 르네 마그리트는 1880년대부터 의도적으로 아카데믹한 화풍을 택하여 그림 자체를 조롱하는데 주력해온 화가이다. 유머스러운 그의 작품 이면에는 진지한 문제들이 잠재되어 있었다. 예술의 위치를 비롯하여, 죽음, 실종, 상실 등의 주제 등이 그러하다. 벨기에 예술에서 아이러니와 조소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 나아가서는 단순히 예술가 혹은 삶의 덧없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내포하고 있다.

인생의 덧없음이란 주제에 대해 에릭 들레앙은 특별한 재감상을 제안한다: 한 관객이 연단 위에 선 채, 다른 관객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의 발치에는 나무에 새겨진 두개골 형태의 변체가 천천히 증발하는 물로 채워진 채 자신의 순간적인 이미지를 내비친다.



인생이 짧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구상화를 그린다는 것이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 이것이 바로 아니크 리젱자비에 마르탱이 제기하는 질문이다. 아니크는 디지털 사진에 병적으로 끌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에 평생을 바쳤다. 자비에의 경우, 그림을 통해 흐르는 시간과 풍경, 그리고 우리의 관계를 서양적이고도 아시아적인 상상의 세계에 표현하여 자신의 감정을 분출해내는 화폭과 동일시하였고, 이렇게 함으로써 그 관계를 상당히 미묘하게 상대화시켰다.



레오폴딘 루와 엘로디 앙트완은 예술의 성(性)과 같은 진지한 문제를 의도적으로 가볍게 다루었다. 이것은 색채와 물체, 형태와 비정형 같은 미학적 관심요소에 직접 관련이 되어있건, 또는 더 은밀하게 육체와 신체기관의 관계에 관련이 되어있건 마찬가지였다. 레오폴딘은 몇몇 작품들을 통해 일부러 예술의 요람기를 상기시킴으로써 그림의 위치에 관해 더 나은 질문을 유도했다. 엘로디의 경우에는, 수가 놓인 속옷과 펠트로 된 물건들을 통해 여성스러움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키면서 조각에 대한 또 다른 개념을 제시하였다.




카린 마렌느의 작품에서도 역시 여성스러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카린은 처음에 유혹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하여 현대 예술에 대한 개인적인 성찰을 발전시켜나갔다. 그녀는 다른 여성 예술가 및 여성 전시 기획자와 함께 ≪I Love Art≫가 새겨진 운동복을 입고 브뤼셀 미술관 전시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특히 덧없음을 주제로 한 17세기 네덜란드 그림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였다.



세바스티앙 드리르 제롬 콩시데랑의 경우에는, 유머가 작품을 지배한다. 하지만, 이 유머는 항상 예술의 의미를 성찰하는 범위 내에서 표현되었다. 세바스티앙은 뺨에 붉은 종이조각을 붙인 채 자신의 사진을 찍었다. 전시회에서 어떤 작품이 팔렸을 때 빨간 딱지를 붙여 표시하는 것처럼, 그 역시도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팔린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제롬은 그의 최신 작품에서 예술 걸작품들을 벨기에의 도로교통 표지판에 픽토그램으로 변형 시켜놓았다. 여기서 예술사가 실용도구로 전락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긴 하지만, 이것은 창작의 길에 표지를 설치함으로써 이 길에서 빠져나가는 자를 좌절 시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한편,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의 한국 작가들은 아이러니와 조소를 어떠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을까? 우리가 일상에서 확실하게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있는 사물에 대한 고정된 시각을 반성하게 하는 작업을 하는 도영준박형규를 통해서 마그리트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재료의 다양성을 통한 작업을 하는 도영준은 오브제에 영상 투영을 통한 가상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박형규는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물건들을 이용하여, 작가의 상상력과 꼼꼼한 손놀림을 통해 일상 사물을 기묘하게 병치시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작업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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