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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방영의 꽃이 피는날
미술 마감

2007-04-04 ~ 2007-04-29


박방영의 꽃이피는 날 Pak bang-young solo exhibition

전시기간 : 2007. 4. 4(수) ~ 2007. 4. 29(일)

초대일시 : 4월 4일(수요일) 오후 5시

거침없는 생명의 축복 메시지 화가 박방영 박방영 화가의 그림처럼 시원하게 창이 넓은 그의 작업실. 붓이며 물감이 손닿기 쉽게 편안히 놓여 있고, 많은 책 또한 특별히 가지런하지 않다. 엉성하다는 느낌이 아닌 많은 것이 허용되는 분위기로 다가왔다. 작은 것을 허허롭게 넘기는 그를 보는 듯하다. 80년대 중후반.

대학 졸업 후 그는 <난지도>라는 그룹을 결성하여,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 작업 등 실험적인 작업을 발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났다. 그 곳에서 그는 ‘그간의 작업이 서구에 대한 모방 투성이었다면, 삶의 진정한 기쁨은 자연이 준 환경에서 자유하고, 사랑하고, 너그럽게 살아가는데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다산을 상징하는 물고기, 활을 쏘며 말을 타고 달리는 힘찬 가족들, 사랑을 나누는 남녀 등의 모습이 그 시절부터 화면을 채우게 된다. 현대미술은 뭔가 새롭게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폭 넓고 유연한 동양적 사유에서 찾은 것이다. 고향인 전라도 부안에서 어릴 때 서당을 다니며 익힌 붓글씨와 한학이 몸에 밴 탓도 크리라. 서양화적인 기법과 동양화적인 정신을 어우르는 그만의 개성 있는 화풍을 갖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평면회화에서 시작하여 설치나 영상작업으로 영역을 넓히는데 반해 그의 선택은 거꾸로 였다.

좋은 기운을 우리에게 주는 부적 최소한의 문명인 옷도 걸치지 않고 여러 식구들이 팔을 휘저으며 말을 탄다. 실에 매단 노오란 빛의 물고기를 사람들이 힘차게 잡아당기고 있다. 한번의 붓질로 그려진 바람에 흔들거리는 야생의 들꽃들. 자연 속에서 한껏 사랑을 나누는 연인. 목표를 향해 팽팽하게 활을 당기는 사람 등. 그림과 어울리게 써내려간 시원한 글씨들. 붓이 움직이며 자연스레 흘러내린 물감의 흔적조차도 화면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인정되었다. 이렇게 그의 그림에선 정지된 것은 찾을 수 없다. 등장하는 모든 것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침잠된 상태에서 에너지를 분출하여 빠른 시간 내에 상당수의 작품을 쏟아내는 것이다. 두뇌로 계산하여 만든 공간과는 다른, 그릴 당시의 그의 신명이 전해져 그의 그림은 경쾌하다. 거기에 넓은 여백이 그 활기찬 기운을 돋보이게 하여 생동감은 배가 된다. 자연이나 가족 등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모습을 싱싱하고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마주한 감상자에게 서슴없이 싱싱한 생명의 축복메시지를 건네는 듯하다. 그래서 내겐 그의 그림이 우리 모두를 향해 좋은 기운을 주는 커다란 부적같이 느껴진다. 두려움이 없어져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그의 집 주변엔 소나무 숲과 묘가 많고, 그의 아이들도 다섯이나 된다. 아이들은 그의 넓은 품 안에서 자연의 섭리대로 어우러져 사는 법을 배우는 듯하다. 그는 부모가 자식에게 해야할 일은 한가지뿐이라고 얘기한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라고. 밤에 불빛도 없는 시골 묘지를 아이들과 산책하는 습관은 죽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였으며, 두려움이 사라진 뒤에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자라면 어려울 때도 객관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귀뜸 한다.

또한 부모가 믿어 주는 만큼 자식은 행동한다고 말해주었다. 이런 통찰력에 결코 게으르지 않은 성품까지 갖춘 그이기에, 그림 그리는 일 말고도 자연스레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게 되고 그를 아끼는 사람도 많음은 당연한 일이다. (미술전문기자 강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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