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명 : 강영길 개인전
■ 전시기간 : 2007년 8월 22일 (수) - 9월 3일 (월)
■ 전시장소 : 아트싸이드 전관, Tel 725-1020, Fax 725-1553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의 의미를 “오랫동안 기억 바깥에 버려진 기억”이라고 했다. 기억, 그것은 한번도 문을 열지 않은 녹슨 문고리의 시간의 방에서부터 아주 최근이지만 그러나 뜻하지 않게 문을 열어주지 못했던 바로 어제의 시간 창고이다. 그런 시간 창고가 어느 순간 현실의 틈 사이로 건너다보게 되는 것이 기억이다. 강영길의 사진은 시간창고 속의 풍경이다. 시간창고가 열렸을 때 오랫동안 기억 바깥에 버려진 시간들이 오롯하게 얼굴을 내미는 풍경이다. 기억의 풍경들은 하나하나 모으면 회상의 연합이 되고, 하나하나 내버려두면 고립된 시간으로 남는다. 강영길의 사진은 전체로서 회상의 연합, 부분으로서 고립된 시간을 보여준다. 때문에 시간창고의 문을 열었으나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고 슬금슬금 올라와 회상의 언저리를 감싸는 느낌을 준다. 물기를 천천히 머금은 습자지처럼 사진이 촉촉하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진동선
전시서문 - “이를 수 없었던 기억”
광활한 하늘전체를 뒤덮은 먹구름 혹은 희한한 구름의 자취를 찍은 사진은 그 아래 하단에 겨우 위치해 있는, 직립한 나무들을 가리고 덮으면서 시시각각 돌변하는 모습들을 촬영한 것인데 정작 그의 메시지는 그 아래 그렇게 변함없이 서있는,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그렇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에 있다. 작가는 거기 그렇게 서있는 나무에서 자기를 바라본다. 강영길은 이렇듯 세계 속에서 위치한 사물 속에 자기 자신을 투영한 존재를 찾아 나선다는 느낌이다. 결국 그가 찍는 것은 자신의 분신들이다. 숲 속에 덩그러니 놓인 단 하나의 벤치가 그렇고 비가 내리는 보도블록에 고인 물속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고 또한 지하철 역 구내의 사람들, 흔들리듯 스치는 모든 이들의 잔상이 그렇다.
아울러 강영길이 찍은 대상, 사물들은 다소 기묘한 시간대에 위치해있다. 그는 사물과 세계의 풍경을 보면서 결국 지난 시간대의 그 모든 추억과 냄새와 향기, 아찔한 상념의 흔적들을 찍는다. 그것은 현재의 대상이며 지금 이루어진 순간적인 만남이지만 모든 것들은 갑자기 덤벼드는 지난 시간대의 기억들로 다시 현존하는 지금의 사물이고 세계이다. 그것은 현재이지만 과거이고 과거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현재이다. 과거의 현재와, 현재의 과거화다. 아니 결국 사진이 찍는 것은 지금에 붙들어져있는 지난 시간들의 총체이다.
그러니까 강영길이 본 것은 지난 시간의 모든 흔적이 자기 마음과 시선에서 흘러나와 그 대상과 사물의 피부에 가 닿아 생긴 감정의 목록들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은 퍽이나 감성적인 면이 강하다.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에 아련히 묻어나는 슬픔 같은 것들이다. 사실 예술은 슬픈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의 슬픈 운명과 시선 속에 다시 환생하고 기록되고 기억되는 모든 것들이 예술이라면 그 운명 역시 슬픈 것이다.
(박영택 - 미술비평, 경기대 교수)
작가약력
강영길
1995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졸업
1999 e.f.e.t(paris) 예술대학 순수 사진전공
개인전
1999 서남미술관, 서울
단체전
2001 New Color(How Art)
2001 오딧세이(성산아트홀)
2000 How Art 컬렉션전(서울)
1999 샬롱 드 몽후즈(Salon de Montrouge a paris) 졸업작품전(A Paris. e.f.e.t)
1995 13인전(동우갤러리,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