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달 불가능(nicht kommunikation-konnen)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인간은 서로 만나도록 운명지워져 있는 것일까? 만남의 짧은 매혹 끝에는 기나긴 상처의 길밖에 남겨져 있지 않음에도 왜 인간은 만남에 황홀해 하는 것일까? 인간은 거의 만남에 의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속 불가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다.
언제나 가능한 것은 독백뿐이다. 대화의 메아리(echo)는 언제나 독백으로 공허하게 울린다. 언제나 '너'를 찾으려던 우리의 시도는 '나'를 다시 찾은 것으로 끝나고 만다. 그리고 고독은 깊어지고 넓어지고 무섭게 어두워진다. 그러나 우리의 영혼(seele)은 몹시도 목말라 있다. 한 개의 자매혼(schwester-seele)에, 이해하는 마음에, 눈에 그것은 떨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영혼과 영혼이 부딪칠 때, 그 찰나에 우리는 영원을 본다. 시간성을 느낄 수 없게 꽉 찬 순간,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감득될 수 있는 유일한 영원이다. 그 영원의 순간을 위해서 우리의 영혼은 언제나 목말라 있는 것이다.
전혜린, <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中
타인과의 교감
이혜림의 이번전시 "나누다"전은 일상적인 상황설정을 배제하고, 인물과 물감이 섞이는 것을 혼합함으로써 그리고, 전체의 일부만 제시함으로써 시각의 상상력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옅은 주황색인 사람의 얼굴에 흑백이 컴퍼지션된 이혜림의 화면을 보고 있으면 기이하고 모호한 느낌을 받는데,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얼굴과 손이 만나서 서로 섞이는 것은 타인과 교감이 되는 순간을 의미한다. 상반되는 색감인 흑과백이 얼굴 위에서 춤을 춤으로써 구체적인 대상의 의미는 흐려지고 물감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난후 얼굴이나 손을 인식하게 된다. 인체 위를 떠도는, 혹은 낙인된 감정과 생각의 소용돌이들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물들이기 마련이다. 언제까지나 우리는 서로 독립된 개체인 개개인이지만 교감을 통해 서로 조금씩 마음을 열어나가고 비로소 행복해 진다.
마치 거대한 생물체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이 커다란 사회집단과 도시 안에서 미미한 존재일 뿐인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늘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를 통해서 생각을 공유하는 가운데에 차이점과 공통점을 인정해 나간다. 특히 연애를 할땐 상대방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게 되고 서로 닮아간다. 가족, 친구와 대화하며 생각이 통하는 느낌을 받는 그 순간의 기쁨은 누구나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보편성을 바탕으로 작가만이 느낀 특수성인 그 순간의 떨림을 2차원의 평면위에 옮겨 그림을 바라보는 관객과 소통 하고자 하며, 이 소통은 우리를 또 다 른 몽환적인 상상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갤러리 자인제노 큐레이터 손비나
이혜림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 및 동대학원 재학
2007 개인전 '나누다' (갤러리 자인제노)
2004 색깔전 (대전 이공갤러리)
2004 환경미술대전 입선
2004 충남도전 입선
2005 회룡미술대전 입선
2006 프린지 페스티벌(홍대앞 걷고싶은 거리)
2006 14회 거리미술전(홍대앞 걷고싶은 거리)
2006 대한민국 청년미술의 힘(서울 부남갤러리)
2007 리메이크 탠 캔 전(서울 부남갤러리)
2007 보물찾기전(대안공간 틈새)
2007 스튜디오 유닛 옥션파티 'artist day'(티 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