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지 혜 개인전 - 시선
오는 8월 17일(금)~ 8월 26일(일), 10일간 노암갤러리에서 박지혜(1983년생) 개인전을 갖습니다. 홍익대학교 회화과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현재 同 대학원에 재학중인 작가로서
<시선>
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노암갤러리 기획으로 이루어진 박지혜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으로서 전시기간 동안 세련되고 경쾌한 느낌의 신세대 사실주의 회화를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박지혜 작가는 본다는 사실을 회화로 표현하기 위해 인물을 소재로 '시선'을 그립니다. 언뜻 보면 어떤 대상을 사실대로 재현해낸 회화로 보이지만, 작가가 시선을 그리게 된 동기는 이와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작가는 하나의 대상을 그린다기 보다는 그 대상이 나로 하여금 볼 수 있게 하는 대로 그리기 위해서 대상과 나의 시각이 만나는 그 지점으로서 시선을 그립니다. 이러한 방식은 재현회화의 한계를 사실적인 기법을 통해서 극복하고 있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사물을 대상으로 재현해낼 때는 필연적으로 재현된 대상을 지시하고 있기 때문에 실재에서 한 단계 멀어지고, 또한 보는 주체의 관점으로만 파악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에서도 한 단계 멀어지지만, 앞서 말한 작가의 의도대로 시선을 그릴 때는 보는 자와 보이는 사물의 경계가 섞여있는 상황이 연출되므로 관람자로 하여금 정지된 느낌이 아니라 동적인 느낌을 갖게 하고, 따라서 실재감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시는 총 15점의 유화작품이 전시됩니다. 80호 3점으로 이루어진 폭 3m의 작품 1점과 80호 5점, 30호 1점, 50호 3점, 100호 3점, 120호 2점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전시개요
1. 전시명 : 박지혜 개인전 - 시선
2. 전시장소 : 노암갤러리 전관
3. 전시기간 : 2007. 8. 17 (금) ~ 8. 26 (일) opening: 2007. 8. 17 (금) 오후 6시
4. 장 르 : 회화(유화)
5. 작품수 : 총 15점
■ 전시서문
자주 느끼는 거지만, 화가들은 본다는 사실에 특히나 민감한 것 같다. 물론 화가들만이 그렇다는 건아니지만, 오래전부터 본다는 사실이 보는 이와 보이는 것의 마주 대하는 관계가 아니라 원래부터 애매하게 섞여 있음을 화가들만은 동물적으로 지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에서 이다. 이러한 사실은 얼마 안 된 지금에서야 일반적으로 정당화되었고, 또한 사유되면서 나타나고 있으나 근대철학에서는 허용할 수 없었던 문제였다. 왜냐하면 근대에는 인간의 주체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보여지는 것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각하는 신체를 객관적인 몸으로 규정했다. 현대에 와서야 자신들이 보여 지지 않는 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양한 철학이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껏 합리적 이성에 도움을 준다고 여겨졌던 화가들은 진즉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멀리 짚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시선의 교차를 확인시켜준 반아이크의 작품
<아르놀피니의 결혼>
이나, 벨라스케스의
<라스메니나스>
가 제작된 시대가 데카르트적인시대 - 전자는 이전 사람이긴 하지만 - 였음을 봐도 알 수 있는데다가, 훨씬 이전부터 대부분의 화가들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즐겨 그렸다는 점도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 주는 증거가 된다.
여하튼, 현대에 와서야 일반화되고 있으나 우리가 알게 된 개념적이든 미학적이든, 무언가를 본다는 것이 동시에 무언가에 의해 보여 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화가들의 공로임을 인정해야 한다
박지혜는 시선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 앞서 말한 시선의 '섞임'을 박지혜는 몸소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림에는 온통 시선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그림에서 시선의 흐름을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우선 화가의 눈으로 보여 지고, 그 다음 화가의 손에 의해 그려지는 모티브들이 보고, 세 번째로 관람자에 의해 보여 지고, 마지막으로 모티브들에 의해 보여 지게 된다. 말하자면 약간은 복잡한 단계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간단한 문제인데다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바인데, 이는 보여 지고 보는 행위 내에서 만큼은 시선의 섞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그림이 나를 보고, 나는 그림에 의해서 볼 수 있다." 세잔이 쌩빅투와르 산을 그리면서 "풍경이 나를 보고, 나는 풍경의 의식이다"라고 항상 되뇌었던 말을 살짝 고쳐 쓴 거긴 하지만, 박지혜의 그림에서는 유난히 그러한 시선의 섞임을 잘 확인 할 수 있다. 잠시 여기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본다는 것은 이성에 의한 것도 아니고, 단지 눈에 의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 포함된 모든 것들은 이미 전부 시선의 주체이다. 외설스러운 목덜미, 가슴팍의 옷 레이스, 또는 머리를 한껏 올리고 있는 손 역시 보는 주체이다. 간혹 직접적인 시선을 피하기 위해 가면을 그린다거나 썬그라스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노트에 ‘거죽’을 그린다고 쓰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그 '거죽'은 실제 나의 피부와 완전히 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보여 지는 나의 다른 측면에 있는 시선으로서 작용하므로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시선을 주제로 그리는 이들은 많았다. 하지만 앞서 되짚었던 이러한 사유가 잘 드러나는 그림은 만나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러한 화가들이 시선의 관계를 몸소 체험하고 예민하게 잘 느낌에도 불구하고, 표현하려는 순간, 항상 그려지는 모티브를 대상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실적인 기법을 고수하는 작가들에게는 이러한 난제가 더욱 풀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시선의 동적인 순간을 경직되게 표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면에서 박지혜는 유심히 쳐다봐야 할 작가이다. 그녀의 그림은 단지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시선을 잘 그리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신의 그림을 시선이라고 명명했듯이 그녀의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는 그림에 가득 채워져 있는 시선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다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말이다. / 박순영(노암갤러리 큐레이터)
■ 관람안내
1. 관람료는 없습니다.
2. 개관시간 : 오전 10시 30분 ~ 오후 7시 (전시기간중 무휴)
3. 찾아오시는 길 : 종로2가에서 들어오는 인사동 입구 대일빌딩 맞은편, 승동교회 옆
가. 지하철 : 1호선 종각역 3번출구, 3호선 안국역 6번출구, 5호선 종로3가역 5번출구
나. 버스 : 종각역, 조계사 입구, 안국역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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