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상의 이미지와 실물 작품은 다른 공간에 존재하며 비슷한 대상일지라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시의 참여작가 방소윤과 신다은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이미지를 컴퓨터 프로그램과 회화로 구현하는 작업을 시도해왔다.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이미지들은 인간의 손이 재현하기 어려운 정교함을 담고 있다. 생동감이 흐르는 그래픽 이미지는 사실적으로 보이면서도 모니터 내부, 닿을 수 없는 디지털 공간 내부에 있다. 그러나 회화는 모니터 화면 속에 있는 그래픽 이미지들과는 다르다. 캔버스 위에 중첩되는 물감들은 촉각으로 감각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디지털 공간에서의 이미지, 입자의 물감이라는 이 두 성질은 모두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몸 만들기》에서는 두 매체를 전환해보는 시도와 함께, 가상의 신체를 구현하는 두 작가를 다룬다. 현실 세계에서 인간의 신체는 일련의 순차적으로 성장을 거치지만 작가들이 제작한 몸은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띠면서도 그들이 부여하는 이야기에 따라 차이점을 띤다. 작품 속의 몸들은 내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부유하기도 하며 인간에게는 없는 다채로운 색감, 정체성을 얻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환경 내에서 이루어지는 수정과, 변환, 대체에 의해 대상들은 조립되고 분해되는 과정을 거친다.
《몸 만들기》는 이처럼 물리적 세상과 동떨어져 보이면서도 ‘인간을 만드는 인간’이라는 공동의 명제에서 나아가, 새롭고 낯선 형상의 신체를 제작하는 작가들의 창작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