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기간 : 2008년 06월 18일(수) ~ 07월 03일(목)

+ 주최 : KTF갤러리 디오렌지
+ 구분 : 개인전시회
+ 담당자 : 김지혜
+ 전화 : 02-773-3434
+ EMail : 2890021@ktf.com
+ 장소 : 서울 중구 명동 2가 51-18 2,3층
+ URL : http://www.ktf.com

김영욱이 안내하는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일단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사용하고 있는 ‘선’이다. 그의 작품세계를 형성했던 초기 중심 개념은 복제였고, 이를 표현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선’이다. 왜냐하면 컴퓨터 그래픽에서 픽셀보다는 벡터(vector)가 용량이 적은 탓에 상대적으로 복제를 얘기하기에 훨씬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그의 ‘선’을 시각적으로 좀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일단 당신의 지갑을 열어라. 지갑 속에 고이 모셔진 지폐 속에서 어지럽게 난무하는 선들과, 선으로 이루어진 위인의 형상이 그의 ‘선’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2006년 즈음 작가는 컴퓨터상에서 만들어진 선이미지들을 손으로 옮겨 그리며 ‘기계적인 인간적임’에 대해 사색했다. 그가 그려낸 선들은 컴퓨터상에서나 등장할 법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섬세함과 치밀함으로 무장된 인간의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작품 속에 기계적임과 인간적임에 대한 차별은 없다. 양자의 공존을 허락하는 김영욱의 작품은 마치 복제된 개 스너피의 야릇한 온기처럼 가슴에 스며 깊은 사색을 요구한다.

그의 초기 작업들에서 선들의 기계적 유희를 보았다고 해서 그의 작업을 추상이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김영욱은 2008년 자화상 작업을 통해 반복적이고 단순한 선들의 유희에서 벗어나 선들로 이루어진 형상을 구현한다. 또한 헤겔이 정신성을 담을 수 있는 최고의 형상으로 인간의 형상을 꼽았던 것이 무색치 않게, 수많은 선들로 이루어진 이 형상은 곧 그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이성적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자기반성, 더 나아가 보편적 인간에 대해 반성 공간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으니, 그것은 직사각 평면 위에 배치된 이 인물 형상들이 우리에게 돈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를 포착하는 순간 작가는 사회에 관한 다음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실 자본주의, 기계문명 따위는 이미 흔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천원짜리 지폐 뒷면의 자연풍경을 작가가 만들어낸 특별한 ‘선’ 안에 가둠으로써, 심지어 자연마저도 자본주의 속에 잠겨버렸다라고 얘기한다면 그것은 꾀나 충격적이다. 화려하지만 험한 세상. 그런 세상 속에서 예술이 단지 예쁘고 화려한 것으로 남아 인간을 위로할 뿐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작가 김영욱. 김영욱의 작품이 들려주는 진지한 이야기에 그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 김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