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소통에 대한 운명애(amor fayi)적 모색
하계훈(미술평론가)
인간존재의 의미에 대한 실존주의적 해석은 보편적인 것 같으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특수하고 개별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어머니의 방>
이라는 주제로 여덟 번째 개인전으 열며 입체 작품을 선보이는 심정은은 자신의 개인적 예술관과 인간관계를 조심스럽게 노출하면서 현대인이 느끼는 존재의 불확실성과 거기에서 유래하는 불특정적 불안과 부조리를 주제로 삼아 이를 작품으로 숙성시켜왔다.
어머니의 방으로 상징되는 공간은 회귀적이고 휴식과 안정을 갈구하며 모성의 부드러움에 대한 욕구와 생명의 잉태, 탄생과 순환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작가는 유학시절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이러한 주제로 영상 설치작품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제시하는 어머니의 방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주제가 내포하는 의미가 좀 더 확장되고 은유적으로 표현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저닛 공간 전체를 모성의 공간 또는 창작이 잉태되는 공간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표제에서 언급된 어머니는 유아적 본능이 지향점으로 삼는 생물학적 모성이 아니라 예술적 영감의 근원으로서의 모성, 정신적 위안과 치유의 사회적 요람으로서의 모성으로까지 그 의미가 확산된다...(중략)...
자기정체성의 탐구와 작업환경의 변화에 의해 의식의 흐름을 결정짓는 작업태도를 유지해 온 작가는 유학시절을 통해 드러나는 불안한 이방인의 정서를 천착하였고 이제 귀국 후 박사과정 연구를 마무리 짓고 난 상태에서는 다시 작업에 몰두하면서 붙잡은 창작의 화두로 인간 존재의 부조리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선택한 듯하다.
심정은의 목조각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입체 위에 부분 또는 전체 채색이 가해지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입체와 평면의 통합과 매체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확장을 꾀하고자 한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특히 문이라든가 지퍼와 같은 표현이 두드러지는데 이러한 소재들은 공간을 나누거나 봉쇄하기도 하고 다시 개방하여 양쪽 공간을 연결하기도 하는 통로나 채널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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