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점더하다"
김미로 개인전
Kim, Miro Solo Exhibition
2008. 11. 5 (Wed) - 11. 16 (Sun)
Opening : 11. 5 수요일 6pm
비유 : 돌려 말하기
: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렇지만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돌려 말하는 습관 때문인지 대놓고 이야기 하기란 쉽지 않다. 어린아이가 인형놀이를 통해 감정을 투사하고 욕구를 해소하듯, 꽃과 원숭이, 강아지, 토마토나무 등을 그림으로서 답답한 나 자신에게 비유적으로 말을 건다. 이미지를 찾아다니고, 발견하고, 표현하는 각기의 과정마다 심장에서 그림으로, 또는 머리에서 그림으로, 생각과 마음이 전달되는 듯 느껴지며 시원한 기분이 든다.
지극히 개인적인 동기에서 유발되어 그림으로 표현된 동물이나 식물의 형태들은 화면속에서 여러 가지 방식의 조합을 통해서 시어와 같은 역할을 할 준비를 한다.
반복 : 효율과 어리석음의 이중성
: 어떤 이미지는 그림으로 그린 후 판을 만들어 여러 개로 반복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작은 단위로 오려낸 후에 다시 원본의 형태로 만들거나 변형하거나 추상적으로 배열하여 다시 붙인다.
실크스크린, 석판, 에칭 등을 통해 다수의 표범무늬, 얼룩말패턴 나비 모양 등을 만들어내는 효율적인 반복의 작업방식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원래의 이미지를 모두 해체한 후에 다시 구축하는 어리석은 과정을 거친다.
이때, 효율적인 반복의 과정보다 어리석은 반복의 과정에서 훨씬 더 집중하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또 즐거움마저 느끼는데, 과연 예술이란 바보같은 짓인가보다.
오려붙이기-계획된 즉흥성
“우리의 삶은 ‘삼총사’보다는 “율리시스‘와 비슷한데 우리는 ’율리시스‘보다 ‘삼총사’의 범주를 사용해서 삶을 생각한다. 전통적인 소설, 즉 로망스로 생각할 때만이 삶은 회상하거나 삶에 대해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는 에코의 문장처럼, 사회생활에서 우리의 일상은 육하원칙, 즉, 원인과 결과가 규명된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된다. 발 뺄 틈이 없다. 이러한 빈틈없는 사건이나 생각의 문장들을 마치 시어처럼, 혹은 무의미한 음성의 나열처럼 조각조각 분리해버린다면, 조금은 숨통이 트일까.
반복, 중첩된 이미지들을 오려내고 붙이는 행위를 통해 기억의 조각이나 단편적인 경험을 다시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 수 있는 실마리를 구성한다.
이미지들을 오려내는 과정에서 각기 형태에서 도출된 작은 단위나 조형요소로 인해 규칙들이 생기고, 그것이 어느 순간 작업의 패턴이 된다.
그러나 캔버스나 한지에 오려낸 이미지를 붙여서 작업을 완성하는 것은 매우 순간적이며 즉흥적이고, 한 번 붙이면 떼어 낼 수 없기 때문에 긴장감을 유발한다.
쌓이는 그림들-“나”를 그리다.
일정한 기간동안의 드로잉과 판화, 이미지들을 한 화면에 수직으로 또는 겹쳐서 꼴라쥬한 작업 “쌓이는 그림들”은 작가로서 매일 매일의 드로잉들이 쌓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 동시에 기억이나 경험, 심리적 상태의 축적, 중첩된 기억들을 은유하며 나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