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망막의 진실
미술

0

마감

2009-05-22 ~ 2009-06-10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interalia.co.kr

망막의 진실 Truth about retina


●만약, 우리의 안구가 심하게 손상되어 복구가 불가능해졌다 치자.
하지만, 경이로운 자연 과학의 발달로써 고성능 렌즈가 장착된 디지털 기계장치가 개발되었고, 그것을 눈에 삽입해 예전처럼 깨끗하게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렌즈에 포착된 대상이 기계장치를 통해 기호화 되고, 이것이 전선을 타고 뇌의 신경을 건드려 최종적으로 인지되는 매우 복잡한 프로세스는 생략하자.
이 상황에서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일까, 아니면 디지털 시각 장치일까.
전자라고 답을 했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어떻게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인가. 우리 눈의 망막을 통해 비쳐지는 사물들은 실제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일까?
혹시 알게 모르게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는 관념이나 경험에 의해 왜곡되어 인지되는 것은 아닐까? 과연 눈에 보여지는 것들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수정체를 지나온 빛이 망막에 상을 맺으면, 시신경이 그 자극을 대뇌 피질의 시각 중추에 전달한다. 결국, 망막은 빛을 통해 들어온 상을 통과시켜주는 통로 역할을 할 뿐, 그것에 대해 인지하고 판단하는 것은 뇌라는 말이 된다.
실제로 정신맹증의 경우 시각 자체는 정상이어도 후두엽에 손상이 있으면 눈으로 본 것을 파악하거나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대상을 인지하여 판단하는 것은 시각이 아니라 우리의 뇌라는 것에 모두들 동의할 줄로 안다.
이제, 다시 다른 예를 한번 들어보겠다. 당신이 주말 드라마를 보며 펑펑 울고 있다. 우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의 눈인가, 대뇌 피질의 시각 중추인가, 아니면 그대의 그 마음인가.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 미술에 접근하는 우리의 올바른 방식에 대해 되짚어 보고자 한다. 동시에 관람객 각자가 담고 있는 기억의 편린들이 망막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와 결합하여 본인 각자만이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정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되길 기대한다.
다만, 한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모든 것들을 자신이 원하거나 보고 싶은 방향으로 환원시켜 함부로 규정해 버리지 말자.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상대방이 하려는 말을 배제해 버리지 말자.
그리고 부디, 실재하지도 않는 본질 추구와 관련해 고정되어 있는 관념으로부터 더 이상의 강요를 받지 말자. 미간에 힘을 빼고 큰 심호흡을 하며 느릿하게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12명의 작가들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분명 깨닫게 될 것이다

facebook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