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양한 사물을 통해 보이지 않는 개념이나 의미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이것은 자연 그대로의 재현이 아닌 구체적인 대상을 변형해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한 것으로 각각의 이미지는 독립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상징화되어 의미를 나타내는 가상의 풍경이 된다.
내 그림은 몽환적인 공간속에 사물과 사물이 맞물려져 모순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환영을 표현하는 도구로써 역설의 방법이 사용되었으며 각각의 의미를 지니는 사물을 모아 새로운 상징적 의미로 재구성하여 의미를 형상화하고 있다.
나의 작업은 자연의 외관보단 그 내부에 존재하는 본질과 현상 같은 추상적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시간과 공간의 철학적 사유에 관심이 있고 시간의 순환과 복수성, 공간의 이질성을 형상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 제논의 패러독스, 느림의 미학...등과 같은 철학적 사유를 나의 주관과 적절히 버물어 심오하게 때론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
그림의 특징 중 하나는 운동성과 더불어 색이 많이 절제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색칠공부 스케치북’같은 작용을 한다. 관객들은 색이 절제된 그림에서 빨간 해바라기를 볼 수 있고 파란 지구본도 볼 수 있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마음의 색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각각의 사물이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있는 현실세계와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상상의 풍경을 더욱더 극대화 시킬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특징은 그림마다 각각 다른 내러티브를 품고 있는 것이다. 나의 그림은 하나의 주제, 하나의 소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개념에 대한 나만의 시선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림마다 이미지도 다르고 이미지에 따라 많은 이야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내 그림에서는 어떤 사물을 그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사물들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다.
조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