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근혜 갤러리는 2월 4일부터 2월 28일까지 최봉림의 < 우연의 배열> 展을 개최한다.
최봉림은 한국 사진 계에 가장 큰 이론적 영향력을 미치며 왕성하게 비평활동을 하고 있는 최고의 사진평론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2006년, 평론가로서 과감하게 자신의 사진작업을 발표하는 개인전을 열어 미술계와 사진 계에 화제를 모았던 < Photographic Reconstruction - 사진의 재구성> 전에 이은 두 번째 개인전이다. 사진의 복제성과 가변성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 지난 전시처럼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의 "우연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20년 전 군 복무를 마친 학생시절, 불빛을 찾아 몰려드는 나방들로 책을 읽을 수 조차 없었던 산사에서 보낸 여름 방학의 경험들을 담아낸 사진들이다.
전시 제목 "우연의 배열"은 1951년 엘스워스 켈리 Ellsworth Kelly가 연필로 종이에 격자들을 그어 놓고 그 격자들에 색 번호들을 무작위로 기입한 다음, 그에 따라 접착 색지를 붙인 < Spectrum Colors Arranged by Chance> 에서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빛을 통해 나방과 밤 벌레를 불러들여 평면에 유도하여 배열시키는 최봉림의 작업들은 켈리의 것보다 더욱 우연의 성격을 띤다. 날아올 밤 벌레의 수도, 그 종유도, 그 배열도 작업의 주체인 작가가 전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사진이란 무엇인가' 를 글이 아닌 사진으로 보여주는 최봉림의 이번 전시를 통해 매체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성급히 작가활동을 하는 많은 젊은 작가들에게 사진의 대한 본지적인 질문을 던져볼 기회를 주는 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