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란 같은 공간·시간에 존재하는 자신과 닮아 거울을 보는듯한 이미지의 상반된 자아와 마주하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데 우리는 그런 도플갱어와 쉽게 마주 할 수 없다. 자신을 완전히 인지하지 못한다면 절대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낯선 모습을 들여다보다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고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해 가고 있다.
그 방식 중 하나는 한 평면 안에 가상의 두 공간을 만들어 내 또 다른 자아인 그림자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이는 같은 공간·시간 안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쉽게 인식할 수 없는 상황을 이중 공간(문 너머로 흑백의 현재와 칼라의과거로 존재하는 장소)을 통해 공존하지만 넘나들지 못한다면 서로의 존재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무대로서 그 무대에 오른 그림자가 취하는 어떤 행동들은 내 감정을 대변하거나 무심코 떠올리는 생각들의 잔재들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거울에 비춰진 내게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의 공간을 그리는 거울이미지이다.
왜 우린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무의식적으로 화장실로 향하고 자연스레 칫솔을 집어 드는 순간 갑자기 손에 들린 이것이 무엇인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드는 그 상황 자체의 낯섦, 혹은 거울을 통해서 바라보는 나의 얼굴이지만 항상 같은 모습이기에 자세히 볼 필요 없이 외워진 데로 여기저기 매만지다 어느 순간 내가 알던 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 것 같은......, 그런 감정의 순간 속에 내 언젠가의 시간이 베여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찾아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든 것인지, 비어있는 나를 그때의 나로 채우는 것인지, 아직 내게 없는 나를 발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울을 통해 그 너머를 바라보는 그 순간만은 진정으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멈춰진 시간인 것이다. 그 멈춤 안에서 나는 완전히 나를 인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