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혜는 주로 회화라는 장르를 통해, 꺾여진 꽃이 담겨진 접시와 그것이 놓인 상황을 의도적인 연출로써, 인간이 삶 속에서 끊임없이 갈망하고 채우려 하는 욕망에 대한 주제를 표현해왔다.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은유적으로만 나타내는가 하면, 미술시장이라는 구체적인 현실의 상황을 상징적인 이미지와 오버랩 시키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그려왔던 이미지의 연출적인 성격을 좀더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회화를 통해 접근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프린트된 이미지가 회화로 전치되어 교묘한 속임수로 관객을 맞이하고, 그려진 회화가 사라져가는 영상을 통해 Vanitas를 상기시킨다. 애써 그린 작품을 전시장에 걸어두고 한 순간에 지워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퍼포먼스는 작가로서 전시에 임하는 태도와 생각, 혹은 뒤섞인 감정을 관객과 함께 공유하고자 기획했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직접 그린 회화작품은 전시되지 못하고 모두 포장된 채, 수장고에 보관, 혹은 감춰져 있거나, 갇혀있는 상황을 설치작품으로 보여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