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롯데갤러리본점에서는 영국현대사진10인전을 준비하였습니다. 신의 창조물을 모방하는 것에서 출발한 예술의 개념은 사회 구조 그리고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서 개념과 표현양식이 달라졌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예술사진도 사회문화적인 현실에 영향을 받으며 작품의 경향과 미학이 변화되어 왔습니다. 즉, 예술사진은 작가의 개인적인 정체성 외에도 당대의 지배적 가치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영국 예술사진은, 19세기에 발생한 회화주의적 예술사진처럼 한정된 표현 방식을 바탕으로 하거나 20세기 사실주의적 사진과 같이 특정한 현실을 기록하고 재현하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작가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관과 미적 기준을 바탕으로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과물을 생산하는 표현방식이 다양화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달하는 주제도 개별적이고 역동적입니다. 이것은 현대가 다원화 사회라는 것을 반영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영국의 현대 예술사진은 표현방식의 다양화, 디지털 프로세스의 적극적인 수용, 탈 장르화, 주제의 개별화 및 다양화가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독자적인 학문과 예술 장르로 존재하기 보다는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서 다양한 분야와 접목하여 새로운 외형과 내부구조를 보이며 변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 예술사진이 당대의 문화적인 현실과 구조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는 주요 매체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작가 중 한 명이 이번 에비뉴엘 전시에 참여하는 Jon Santa Cruz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양극화가 심해지는 도시, 상처로 균열된 도시, 그리고 그 속에서 흔들리는 도시적 삶들을 보여줍니다. 그가 보여주는 세계는 언뜻 평범한 듯 하지만 그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삭막한 현대 도시와 그 속에서 도시인들이 겪어내고 있는 위기의 삶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난무하는 도시 개발 속에 높이 솟아난 마천루들과 이 그늘에 가리워진 낡은 건축물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 그의 사진들은 바쁘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도시인들에게 한번쯤 뒤돌아 자신들의 자화상을 새김질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철학과 사유, 개인적 내레이션과 통괄적 서사를 하나의 범주 안에서 발산하고 있는 이번 전시의 작가들은 인간의 상상력과 감수성에 어필하는 작품들로 통일된 공감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의 첫 아시아 무대로 그 동안 이들이 발표해온 조형언어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