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퍼니처 展
일시: 2010년 2월 23일~3월 1일
장소: 인사동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02-398-7900 / www.kcdf.kr)
참여작가: 고영규, 김명호, 김선아, 박연규, 안형재, 이경원, 황영주
오랫동안 손으로 직접 나무가구들을 만들던 일곱 작가들이 모여
슬로우 퍼니처, 즉 느림의 철학을 담은 가구들을 선보인다.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찍어내는 ‘상품’으로서의 가구가 아니라
삶에 가장 밀접한 ‘환경’으로서의 가구를 고민하고 만드는 사람들.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올곧고 튼실하게 자란 나무를
다시 오랜 시간을 들여 잘 건조시킨 뒤
차분히 결을 고르고 자르고 켜고 대패하고 다듬어 가구로 만든다.
그 목재는 단단하고 묵직하며, 저마다 고유의 결과 빛깔과 향기를 품고 있다.
나무의 자연성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때문에,
가구로 만들어진 후에도 나무들은 숨을 쉰다.
시간에 스러지지 않고 오래도록 살아 숨쉬면서도 현대적인 미감과 쓰임새를 가진 가구들.
아름다운 나무의 결과 색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번 전시를 방문한 목적은 충분히 보상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가구들의 더 큰 가치를 느끼려면 직접 쓰다듬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가구들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알려면,
함께 세월을 보내보아야 한다.
가구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다. 가구는 환경이다.
그 위에서 앉고 먹고 쉬고, 쓰다듬고 기대고 눕는다.
혼수품으로 일괄 사들였다가 더 넓은 집으로 옮기면 싹 바꾸곤 하던 종전의 방식에 이젠 의문을 던져보자.
책상 하나, 서랍장 하나라도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가구가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천천히 함께 세월을 숨쉴 수 있는 가구.
시간이 흘러서 낡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억과 생활이 쌓여 언제나 거기에서 차분한 위로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가구.
이제 이런 가구들을 만나 볼 시간이다.
느긋한 발걸음으로, 슬로우 퍼니처 展을 찾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