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 to the Sky: 상상력의 힘이 만든 놀이터
하늘을 날고 싶은 것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오랫동안 좌절된 욕망이었다.
깃털을 밀랍으로 붙여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갔던 이카로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간 탓에 날개의 밀랍이 녹아 바다에 추락하고 말았다.
하늘을 날고자 했던 욕망은 현실의 원리에서는 무모한 것이었다.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브뤼겔은 「추락하는 이카로스가 있는 풍경」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보여준다.
브뤼겔은 추락하여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카로스를 그림의 오른쪽 아래에 보일 듯 말듯 그리고 있는 반면, 그림의 한 가운데에는 농부가 그저 무심하게 밭을 갈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현실의 밭을 갈고 있는 농부에게 이카로스의 비행이란 한낱 헛된 욕망에 불과한 것이었다.
욕망은 현실이 되었다. 기술은 인간의 욕망을 하늘을 넘어 우주로 향하게 만든다.
밀랍으로 붙인 날개가 아니라, 초정밀로 가공된 금속판과 최고의 기술로 결합된 날개를 달고 이카로스는 날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인간은 왜 하늘을 날고 싶어 했을까?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은 인간 자신이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리라.
욕망의 뿌리는 한계이다. 그러니까 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날고 싶어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바로 상상력이 작동한다. 상상력은 현실, 한계, 욕망 사이를 매개한다.
현실에서 불가능했던 이카로스의 욕망은 상상력이 자극한 기술을 통해 현실이 되었다.
상상력은 이 현실에서 또 다른 현실을 자극하는 힘이다.
예술은 상상력의 힘으로 이곳 현실과는 또 다른 현실의 놀이터를 제공한다.
이번 『Fly to the Sky: 하늘을 날다』展 또한 상상력의 힘과 예술의 놀이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예술적 상상력은 이곳 현실과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주는 힘을 가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망상, 몽상, 허상, 공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다섯 작가(김창겸, 공시네, 노동식, 신정필, 노상준)는 각자의 특유한 조형성을 통해 예술적 상상력으로 만든 놀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 『하늘을 날다: Fly to the Sky』는 열린 주제를 갖고 있다.
전시의 전체 구성을 얼핏 보기만 하더라도, 『하늘을 날다』라는 하나의 주제에 얽매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상 『하늘을 날다』라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비행이나 비행기에 관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히 인간의 욕망, 꿈, 초현실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것에 관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해석보다는 다섯 작가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예술적 분위기를 읽어낼 때 더욱 흥미로운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을 날다: Fly to the Sky』展은 예술의 놀이터이다. 관객들은 어린아이가 되어 이곳에서 자유롭게 참여하고 놀기만 하면 된다.
전시의 주제 『하늘을 날다: Fly to the Sky』는 감상의 지침이 되는 주제라기보다는 단지 관객들이 마음껏 상상하는 놀이를 통해 "일상적인 것의 변용"을 체험할 것을 권유하는 안내문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