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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행성의 바깥
미술

무료

마감

2011-07-20 ~ 2011-09-30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moca.go.kr

조용한 행성의 바깥



[미디어 소장품 특별전_조용한 행성의 바깥] 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미디어 분야 대표 소장품을 조명하는 컬렉션 특별 기획전이다. 1960년대 이후 동시대 예술은 회화, 조각 등의 전통 매체에서 탈피하여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불러온 새로운 매체를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 필름, 비디오, TV, 사진 등의 매체를이용한 작업에서부터 최근 컴퓨터를 이용한 넷아트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은 다양한 매체의 영역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새로운 매체를 이용한 예술은 빛, 소리, 시간의 세 가지 측면에서 이전의 예술과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전시에 등장하는 영상작업들은 모니터 화면을 통하여, 혹은 프로젝터를 이용하여 스스로 빛을 낸다. 또한 미술작품에 앰프나 스피커와 같이 소리를 내는 매체들이 도입되면서 관람객들은 미술작품을 볼 수 있을뿐만 아니라 들을 수도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미술작품의 감상시간에 시작과 끝이 생겨났다.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던 회화와 조각과 달리 필름, 비디오 등의 매체는 작품 감상에 특정한시간소요를 요한다.

미디어 소장품 특별전에서는 이와 같은 새로운 매체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수 있는 작품을 선별하고 이에 따른 새로운 전시공간을 구성하였다. 빛과 소리를 특징으로 하는 작품의 독립적, 효과적 감상을 위하여 블랙박스를 구성하고 전체 러닝타임이 1시간이 넘는 감상 시간을 배려하여 전시장 중간에 휴식공간과 같은 아카이브 공간을 배치하였다. 미디어 작가의 특별 프로젝트로꾸며진 아카이브 공간은 본 전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작품과 작가에 대한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작품은 기술과 문화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한다. 미술이라는 조용한 행성의 경계 바깥에서 새롭게 등장한 동시대 매체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술관 전시의 형식과 내용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도시의 지하철역에서> 박현기
아연판, 프로젝터, 비디오 삼발이 / 5 mins / 90 x 120 cm / 1998
박현기(1942-2000)는 한국 비디오 예술의 선구자로서 1970년대부터 정신적이고 명상적인 작품으로 한국적 비디오 아트에 한가지 전형을 제시하였다. 그는 서구의 개념적인 미디어작가들과 다르게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매체적 특성을 탐구하거나 매체의 사회문화적 의미에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디오를 활용하였다.

< 도시의 지하철 역에서> (1998)는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가 1913년 출판한 동명의시에서 따온 제목으로. 도시의 지하철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을 젖은 꽃잎에 비유한 시각적 상징시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도시의 지하철역을 바쁘게 지나고 있는 사람들의 영상과 숫자를 반복하여 보여주면서, 일상의 시간과 공간인 지하철의 의미를 묻고 있다.

< 만다라 시리즈> 박현기
프로젝터, .DVD, 밀가루 / 30 mins / 지름 110 cm / 1997
< 만다라 시리즈> (1997)는 밀교의 상징을 불교의 그림으로 표현한 만다라 양식을 차용한 작품이다. 작가는 복잡한 도안에 그려진 신성한 단에 부처와 보살을 배치하는 대신, 책에서 스캔을 받은 수많은 만다라의 이미지 편집 동영상과 수십 개의 포르노 영상을 함께 돌렸다. 강렬한 색채와 종교적 이미지, 복잡한 기하학의 형상이 드러나며 관람자의 시각을 사로잡는다. 전통적인 종교적 영역과 현대의 지극히 세속적인 세계를 병치시켜 현란한 영상으로 재해석한 < 만다라 시리즈> 에서 관람자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세계가 하나의 이미지 몽타주로 겹치는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 보행자> 육태진
프로젝터, 모니터, 모터, DVD / 가변크기 / 1996
육태진(1961-2008)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도시의 대중문화와 그 속의 개인을 주제로 한 비디오와 키네틱 작업을 하였다. 육태진의 작업에서 움직이는 시각 이미지의 표현은 영상뿐만 아니라 전시장에실재하는 조각적 오브제의 움직임과 함께 나타난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영상의 흔들림이 이미지를 경험하게한다. 설치작품 속 영상에는 주로 혼자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작가의 자화상일수도 있고 익명의 인간일수도 있는 인물들은 지극히 단순한 반복을 보여준다. 육태진이 전하는 얘기는 비극적인 얘기도 드라마틱한얘기도 아닌 지루하게 되풀이되는 일상적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 보행자> (1996)는 걸어가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투사한 작업이다. 일정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남자는 원형의 벽면과 TV모니터에 비춰진다. 영상 속의 남자뿐만 아니라 둥근 회전판 위에 놓여진 TV 모니터와 설치 프로젝터가 함께 회전함으로써 관람객의 발길과 시선은 남자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움직인다. 여기서 걸어가고 있는 남자는 익명의 현대인이다. 목표를 상실한 인간, 그리고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자신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무작정 걸어가고만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작가는 기계의 힘을빌려 그려내고 있다.

< 튜브> 육태진
모니터, DVD, 알루미늄튜브, 바이브레이션장치, 스테레오장치 / 2 mins 24 secs /130 x 45 x 55 cm / 2003
< 튜브> (2003)는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대형튜브, 모니터, 그리고 튜브를 진동시키는 모터장치로 구성되어있다. 모니터의 영상과 함께 지하철이 다가오는 소리가 커짐에 따라 관통하는 알루미늄 튜브 자체의 기계적 진동이 증폭되면서 튜브는 물리적으로 흔들리고, 관람자는 모니터 영상 내부로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잠시 완전한 어둠에 대면한다. 이 터널 속에서 관람자는 곧 희미하고 위태롭게 흔들리며 정면을 바라보는 육태진의 영상과 마주친다. 그러나 그 영상은 기차소리와 함께 근접하고 멀어져 가기를 반복하다 충격적인 클로즈업과 함께 소멸해 버린다. 튜브를 사이에 둔 관람자와 작가의 거리는 서로 근접하여 있지만 무관심하고, 가까운 듯하지만 소외된 현대 도시인들의 관계를 은유한다.

< 자화상> 김승영
싱글 채널 비디오 / 16 mins 1 sec /1999
김승영(1963- )은 시각뿐만 아니라청각, 후각 등의 다양한 공감각 매체를이용하여 작업을 한다. 작업의 주제는사람들 간의 소통의 문제와 기억, 흔적의 문제 등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영역에 함께 걸쳐있다. 그의 작업은 배치된 공간과 호응하며 전감각적 체험을이끌어낸다.
< 자화상> (1999)은 작가 자신이 찍은전신 사진을 실제의 크기로 인화하여벽에 붙이고, 그 사진이 벽에 떨어질 때마다 계속하여 다시 붙인 후 사라지는작가 자신의 모습을 12개의 이미지로영상에 담은 것이다. 커다란 사진이 마치 절망으로 추락하듯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뿜어내는 굉음은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작가의 비디오 작업은 사진이 실재이고 작가 자신이 영혼인 듯이 보여지는데 이는 작가가 영혼처럼 사라지는 반면 사진은 실재처럼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진이 바닥에 닿을 때 공명하는 소리, 실제로 떨어지는 속도보다 약간 느림을 조장하고 작가의 모습을 겹쳐 놓은 편집은 실재와 가상을 오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반복해서 떨어지는 사진은 힘겨운 노력이다시 무화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떨어진 사진을 끊임없이 다시 붙이는 행위를 통해 관계에 대한 희망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 해인> 김기철
스피커, 모터, 혼합재료 / 가변크기 / 2000
김기철(1969- )은 소리라는 매체를 통해 공간을 조각한다. 소리는 공기가 움직여서 들리게 되는 매질의 움직임이다. 소리에는크기와 속도, 색감이 있고, 소리를 통해 공간을 느낄 수 있다. 소리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소리를 내는 장치들이 결합하여 사운드가 지배하는 특정한 공간을 형성한다. 관객은 청취라는 감각적 행위로 작품을 감상하고 전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 해인> (2000)은 ‘바다의 도장’, 즉 ‘해탈의 큰 의미’라는 뜻으로, 가운데서 목탁소리가 울리고 그 주변에 16개의 스피커 채널을 통해 물 떨어지는 소리가 함께 들리는 작품이다. 간결한 형식의 설치를 통해 보이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들리는 소리로 공간감을 창출한다. 작가는 해인(海印)을 바다처럼 이 세상을 조망할 수 있는 큰 거울로서 삼매(三昧)의 경지를 가리킨다고 이해하였다. 녹음되는 소리들은 거울처럼 주변의 정보들을 같이 흡수하면서 현장감 넘치는 장소의 특수성을 재현하는 소리 거울로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재현되는 소리를 통해 전시장에서 광활한 바다나 깊은 산사로 공간을 이동한다. 소리가 재생되면서 공간에 감각적 속성이 부여되고, 관객의의 상상력의 영역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 레이디 로드미어 컬렉션 프로젝트> 조덕현
캔버스에 연필, 콘테, FRP 조각, 거울, 나무 구조물 / 가변크기 / 2008
조덕현(1957- )은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을 여러 가지 매체로 재구성한다. 작가의 정교하고 섬세한 드로잉은 다양한 방식의 설치작업을 통하여 현대적인 조형어법으로 제시된다. 그의 작업은 과거의 사건이나 장면의 사진적 기록을 통해서 제시되는 객관적인 사실과, 사진 속에 포착되어 있는 개개인의 삶의 주관적인 순간들을 연결함으로써 역사와 개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동시대 예술의 특징을 보여준다.
< 레이디 로드미어 컬렉션 프로젝트> (2008)는 한국 여성으로서 보기 드물게 영국 귀족 반열에 오른 실존인물인 로드미어 자작부인 이정선의 삶을 다룬 작업으로 5점으로 구성된 작업이다. 그 중 전시에 나온 작업은 < 레이디 로드미어의 초상> 과 < 연 연> 이다. 흰 천이 드리워진 여인의 초상은 사실적인 묘사를 사용하면서도 공간적, 시간적 거리를 둠으로써 낯선 땅에서의 이국적인 삶을 막연하게나마 짐작하도록 한다. 자작부인의 개인사과 관련된 연꽃이 비치는 거울 작업은 주관적 삶의 순간의 포착이다. 우물처럼 생긴 신비스러운 어두운 사각 공간 안을 들여다보면 어둠 속에 흰색 빛이 선연하게 빛나는 연꽃이 자작부인의 환생인 듯 전시장 안에서 환하게 피어난다.

< 비누> 김영진
싱글 채널 비디오 / 4 mins 7 secs /2006
김영진(1961- )은 1990년대 이후 한국 미디어 아트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아의 분열과 이탈, 자아와 타자의 결합과 분리의 문제를 ‘몸’이라는 메타포(Metaphor)를 통해 탐구해왔다. 특히김영진의 작업은 일상적 소재를 기술적으로 변용시킴으로써 새로운 미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작가에게 있어서 테크놀로지 미디어를이용한 작업은 개인적 놀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불러온 새로운 매체를 이용하여 개인의 미적 체험을새로운 방식으로 표현 하는 것이다. 매체의 변화를 통하여 작가가 작품의 주제를 풀어가는 형식의 변화를 기대 할 수있다.
< 비누> (2003)는 화장실에 놓인 비누로몸을 닦는 사람들의 영상이 비치는 수도꼭지를 촬영한 싱글 채널 비디오 작업이다. 비디오는 거울의 기능을 갖고 있다.비누와 사람은 굴절된 수도꼭지의 화면을 통해 한번 비춰지고 그 영상은 비디오의 렌즈를 통해 다시 한번 찍힌다. 물을 틀어 비누로 손을 닦는 일상의 장면은 수도꼭지와 비디오라는 두 겹의 레이어를 거치면서 왜곡되고, 굴절된다. 굴절을 통해 일회적으로 흘러가는 일상은 미학적 경험으로 전이되는 것이다.

< 영원한 삶 Ⅰ> 이불
화이버 글래스, DVD, 가죽 / 97 x 108 x 130 cm / 2001
이불(1964- )은 1980년대 ‘기존의 박물관에 대항하는 형식의 실험실’을 기치로 내건 뮤지엄 그룹 활동 이래 1990년대 진행된 한국 현대미술의 변혁을 주도한 작가이다. 초창기 설치작업과 몸을 전면으로 내세운 퍼포먼스 이후 아름다움과 그로테스크의 경계를 오가는 일련의 오브제 작업들을 생산하며 사회적, 문화적 현상들을 미학적인 방식으로 해석하여왔다. 이불은 설치와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하는데, 이러한 매체들은 성공적으로 사회적, 정치적 주제들을 시각적 이미지로 은유한다.
< 영원한 삶 Ⅰ> (2001)은 1999년 ≪제48회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했던 1인용 노래방 부스 < 속도보다 거대한 중력> 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으로 집단유흥의 장소인 노래방을 밀폐된 사적 공간으로 변화시켜 새로운 미적 경험을 창출한다. 미끈한 외제차를 연상시키는 검은색 고급 가죽 소파를 장착한 노래방 기기는 자막과 배경이 따로 노는 영상을 프로젝션하고, 흘러나오는 팝송 리스트는 지나치게 유명하여 싸구려 물건처럼 익숙하다. 노래방 연작의 첫 번째 작업인 이 작품에는 명성과 불멸을 주제로 한다소 과장되고 감상적인 멜로디와 가사의 팝송들이 담겨있다. 오브제화된 노래방 기기 안에서 관람객들은 일상을 잊고 고급예술이자 대중예술로서의 미술작품을 즐길 수 있다.

< G5> 김홍석
싱글 채널 비디오 / 17 mins 14 secs / 2004
김홍석(1964- )은 삶과 사회에 내재된 가치와 문화적 코드들을 작가적 해석과정을 통해 재구성하고 새로운 창작물로 만들어 낸다. 기존 개념에 대한 개인적이고도 다양한 해석과정은 간과하고 있던 힘의 논리와 일상의 정치성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영상, 설치, 조각, 일상의 물건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아이디어를 표현하는데, 특히 기존 사물의 개념을 낯선 형태 혹은 개념으로 제시함으로써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기호의 전복을 시도하기도 한다.
< G5> (2004)는 G8 강대국 중 한국에 큰 영향을 준 영국, 러시아, 일본, 미국, 프랑스 5개국의 국가를 평범한 시민,오페라 가수 등 다섯 명의 한국인이 한국어로 번안해 부르는 내용이다. 국가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국민성,가치관 등이 포함된다. 이를테면,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는 승전과 평화, 영국 국가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는 존귀하고 자애로운 여왕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국가 정체성’ 혹은 ‘민족주의’란 한개인이 ‘국가’ 혹은 ‘민족’이라는 집단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과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신념, 국민의 일원으로서의 유대감과 연대의식, 애국심을 기초로 한다. 그런데 국가 정체성의 한 표현으로서의 국가를 다른 국민이 다른 언어로 부를 때, 원래의 맥락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 형성되므로 미묘한 긴장감이 야기된다. 김홍석은 여기에서‘국가주의’라는 이데올로기(Ideology)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교란시키는 동시에 언어와 소통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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