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sible Mind
[Invisible Mind] 전에 참여한 세 명의 작가는 각자가 사적이거나 공적으로 경험했던 (심리적, 역사적, 사회적) 사건들(events)을 회화 공간 안에 재구성한 작업을 선보인다. 여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이질적인 이미지들의 조합으로 발생하는 충돌과모순적 관계는 자신과 사회를 연결하는 심리적인 지형도를 그리는 과정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사회와 고립된 개인의 모습(이정희), 역사에 획을 그은 화제의 인물들을 재해석한 얼굴(영비), 안락한 가정에 대한 꿈을 반어법적으로 그려낸 판타지(최윤영)와같이 세 작가는 궁극적으로 삶을 지배하는 조건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이정희는 고립감과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인간과 개 이미지가 접목된 변종의 형상과 그 속에 기하학적 이미지가 개입된 드로잉을 주로 그린다. 변종의 얼굴은 대개 눈이 텅 비어있거나 마치 얼굴 속에 눈을 묻은 것처럼 과장되게 그려지는데 이는 심리적 공허함의 표정이라 부를 수 있다.
영 비는 역사적 인물의 눈을 꽃으로 대신하여 죽음 뒤에 사라져버린 욕망의 덧없음을 드러낸다. 꽃이 가지고 있는 꽃말과 신화적 이야기와 같이 그녀가 탄생시킨 “자연의 일부가 된 역사적 인물”의 초상은 진실과 무관하게 전설이나 신화를 재생하는 역사의 부조리함을 건드리고 있다.
최윤영은 오늘날의 가정을 개인의식이 팽배한 이기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그녀가 그린 집은 뿌리가 뽑힌 채 표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집들의 모습은 물리적 상태의 재현이나 만화적 상상력으로만 포장된 초현실주의 회화가 아닌 심리적 공동체로서의 가정이 겪고 있는 불안정한 현실의 알레고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