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권 개인전
Scenes from the Ordinary Days
● 대상의 왜곡을 통해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만드는 조각가, 이환권의 개인전
가나아트는 환영과 왜곡을 3차원의 조각으로 재현해 내는 이환권(1974-)의 개인전 "Scenes from the Ordinary Days"를 개최한다. 이환권은 2000년대 초부터 주변 인물들을 대상으로 길게 늘어나거나 납작하게 눌린 조각을 선보여 왔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3대에 걸친 가족의 초상 등 친숙한 장면을 담은 그의 작품은 덕수궁 돌담길이나 세종문화회관 앞과 같은 열린 공간에 설치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개인전 "Scenes from the Ordinary Days"에서는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록키 Rocky’, ‘장고 Django’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최근작을 포함하여 2000년대 초 대표작을 함께 선보인다.
● 이환권의 신작 ‘무비 시리즈’, 3차원의 공간에 옮겨진 영화 속 장면들이환권은 자신이 감명 깊게 본 영화 장면들을 바탕으로 2009년부터 무비 시리즈를 진행해 오고 있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가늘고 긴 형태로 작업한 무비 시리즈는 과거 TV에서 길게 혹은 눌려진 형태로 왜곡되었던 이미지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직접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또한 무비 시리즈는 기존 작업들에 비해 작가의 상상력을 더 필요로 하며, 더욱 복잡한 제작과정을 거친다. 이환권은 영화의 2차원 영상에서 드러나지 않는 대상의 움직임, 시간의 흐름, 대상을 둘러싼 공간 등을 재현해내기 위해, 수많은 개별장면들을 편집하여 설득력 있는 입체를 만들어낸다. 이로써 관람객은 마치 영화 속 세계에 뛰어든 것 같지만, 한편으로 기억 속 장면이 왜곡된 형태로 다가오는 순간, 낯설고 생경한 느낌을 갖게 된다.
● 일상적 장면을 재현한 극적인 조각들, 그 사이를 거닐며 체험하는 실재와 가상의 경계이환권은 대중들의 기억에 각인된 클라이막스 장면이 아닌 영화 속 평범한 순간을 선택한다. 가령 영화 “록키”에서는, 록키가 링에 올라 엉망이 된 얼굴로 여자친구의 이름을 부르던 극적인 장면 대신, 조깅을 하다 정육점에 걸린 큰 고깃덩어리를 때리는 순간을 재현했다. 이처럼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영화 속 장면은 작가가 의도한 이미지의 왜곡을 거치면서, 관람객에게 극적인 시각적 효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한편,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한결 같이 관람자를 외면한 채, 스스로의 상황에 충실하게 몰입하고 있다. 이는 작품 주변을 서성이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그 조각이 현실 공간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거리감을 느끼도록 한다. 특히 왜곡을 통해 조각 위에 차원적 회화의 환영을 입힌 그의 작품은 감상자의 감각과 인식을 혼란스럽게 하며, 실재와 가상 사이를 오가는 생경한 경험을 전달한다.
“평범한 것은 특별한 것을 가지고 있어도 그저 평범하게 보일 뿐이다. 평범하게 보이기 때문에 누구도 그것이 특별한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평범함은 특별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노트 중-
● 디지털 시대, 조각의 새로운 차원을 제시한 이환권의 즐거운 상상
근래 해외 미술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한국 작가 가운데 한 명인 이환권의 힘은 익숙함과 낯설음, 재현과 왜곡, 회화의 환영과 조각의 실재 등 관람객으로 하여금 역설적이고 절묘한 조합 사이에서 상호 간의 유사성과 미세한 차이를 찾아내도록 하는 즐거움에 있다. ‘늘어난 세상’에 대한 즐거운 상상이 만든 그의 왜곡과 환영은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대한 작가의 긍정적인 시선이자, 테크놀로지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의 결과물이다. 이번 전시 "Scenes from the Ordinary Days"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각환경을 담고 있는 동시에, 다양한 매체와 주제들이 넘쳐나는 현대미술에서 흥미로운 상상력을 더한 색다른 차원의 조각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