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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n_김두진개인전
미술

무료

마감

2011-10-22 ~ 2011-10-31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noamgallery.com


김두진개인전 "skin"


깨어지기 쉬운 질서의 재배치-김두진의 작업에 관하여

김우임(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김두진은 회화와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해왔다. 그는 최근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하위문화적 요소와 고전회화를 버무린 회화작업으로 드러내며 다양한 코드를 생산해왔다. 그가 만들어낸 코드는 기존의 관념으로 굳어진 코드를 교란시키며 재배치하는 것들이다. 곧 기존 코드를 해체하는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해내며 타자로 치부되어 버린 동성애자로서의 입장을 은유적으로 표현해왔다.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령처럼 느끼게 되고 만다고 말한바 있다. < 눈먼 미키마우스는 비자가 필요하다> 에서 볼 수 있듯 화면에 뭔가 부족한 캐릭터와 비자를 병치시켜 이 땅에 발붙이며 살아가기에 힘든 현실을 유쾌하면서도 역설적인 그림으로 그려내는 식이다.
이 때문에 작가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발언해왔지만, 그의 작품은 정치적인 뉘앙스보다는 유머러스하고 역설적인 코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입되었던 상식을 살짝 뒤틀어 사회적 기준을 깨뜨리는 것이다.

작가는 회화 뿐 아니라 영상, 설치를 넘나들며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해왔다. 이같은 회화와 영상은 서로 연결고리를 이루며, 하나의 모티브가 무한 증식되며 확장되어나간다. < 잔인한 장식장> 과 < 당신곁을 맴돕니다> 와 같은 작품에서 보듯 절단된 신체, 신체의 파편화 작업은 지속적으로 회화와 영상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벌레와 나무줄기 혹은 장기의 다발들처럼 보이는 유기체적인 이미지들은 반복해서 그의 회화 속에 등장하고 있다. < 도로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와 는 게이 아이콘으로 사랑받았던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같이 서로 다른 작품 속에서 얽히고설킨 이미지들은 작품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심화시킬 뿐 아니라,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끊임없이 다른 이야기들 속에 편입되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한편 동화와 애니메이션, 영화와 같은 하위문화적 요소들은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그것은 상투적인 대중문화 이미지가 성별을 전형화하고 현실의 모순은 삭제한 채 무작정 밝고 희망적인 인식만을 심어주는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형적인 이미지들을 조금씩 뒤틀어 굳건해진 사회적 질서와 규범에 균열을 가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 된다.

김두진은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에서 좀 더 절제된 어법으로 회화와 미디어의 접점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영상과 회화작품은 형식은 다르나 소재나 내용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알레고리를 형성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해골의 이미지는 초기회화작품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던 소재이다. < 당신곁을 맴돕니다> 와 < 도로시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2000년작)> 등 에서 배경에 파편화되어 등장했던 해골을, 이번에는 전면에 내세우며 전작에서 보여진 죽음의 그늘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신작은 3D로 해부학적 비율에 맞추어 일일이 수작업을 한 것으로 작가의 치밀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에서도 일일이 영상을 이어 붙였던 수고스러움이 이번에는 3D 작업을 통해 이어졌다. 표면만을 모델링한 것이 아니라, 얇은 층들을 겹겹이 쌓아올려진 듯한 질감 표현이 미묘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은 무엇을 위해 사용된 것일까? 이번에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과 표현에 충실한 신고전주의 작가 부게로의 작품을 차용하여, 살점은 모두 사라지고 부서질듯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뼈만 남겨놓았다. 그것을 3d로 만들어, 프린팅하였다. 전혀 다른 맥락과 느낌이 되어버린 작품은 모델의 포즈를 빼면 원작의 단서는 찾기 힘들다. 아름다운 여인과 큐피드 그림에서 살을 모두 걷어낸 해골 인물들에게서는 인종도 성별도 알 수 없다. 이는 어떤 편견이나 계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각으로 보여진다. 차이를 지워낸 해골 초상 그림은 역설적으로 어딘지 우울하며 잡히지 않는 존재처럼 보인다.

미묘한 골격의 차이를 빼고는 해골은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가 삭제된 것이나 다름없다. 성별도, 인종도 알 수 없는 해골이미지는 타자로 치부되어왔던 ‘차이’들을 불식시키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회화에서 3D 모델링 방식으로 작업형식을 바꾸어 전혀 다른 이미지로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해골이라는 모티브를 전면에 내세워 이전 회화에 존재했던 파편화된 이미지들을 연결시켜 새로운 알레고리를 구성하며 확장된 시도를 보여준다.    이렇게 살아있는 인간의 흔적이 지워진 그의 작업은 죽음의 그림자를 음울하게 드리우면서도, 기준으로 여겨진 정상적인 것들에 대한 뒤집기 한판을 시도하고 있다. 죽음이나, 공포, 불완전한 현실에 대한 두려움, 결핍된 것들에 대한 표현으로 나타났던 해골은 오히려 아름다운 대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쯤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유령처럼 느껴졌다는 작가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의 캐릭터들은 본질적으로 ' 남성적' 인 특징들을 결여한 존재들로 ' 도로시의 친구들' 이란 말은 게이를 칭하기도 했다. 눈먼 미키마우스,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겁쟁이 사자, 기형의 해골들, 인형 파편, 살은 드러낸 채 남아있는 해골들. 김두진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이같은 이미지는 어딘가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어딘지 2프로 부족한 뒤틀린 캐릭터들은 이성애 코드에 대한 전치를 표상할 뿐 아니라, 사회에서 정상이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모든 것들을 수수께끼 같은 이미지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이같은 김두진의 시선은 이번 신작에서 보편적인 이미지로서의 가능성으로 확장되고 있다. 보다 절제된 표현과 해골의 표현 이외에 어떤 요소도 배재한 신작은 더욱 깨어지기 쉬운 사회시스템으로서의 이상적인 미, 가족, 성별에 대해 허무함과 회의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가 겪고 느낀 여러 가지 복잡한 감성들이 이번 작품에서는 한층 더 두드러지며 개인적인 진술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자신의 나이에 마주치게 되는 특수한 상황들에서 경험된 감성들을 세련된 화면에 담아낸 작가의 새로운 행보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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