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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개인전 _ 더 하여지다
이현정의 작업은 우리의 주변에 있는 오브제가 갖는 화려한 장식에서 출발하는데, 이현정은 장식을 이루는 반복되는 문양이 갖는 기하학적인 표식을 선의 패턴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강렬하면서도 위엄 있는 색의 형태로써 나타낸다.
이것은 작가의 관심이 장식 속의 문양이 갖는 화려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장식의 이면에 담겨있는 어떤 등가의 상징에 주목함을 보여준다. 장식의 양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였다. 장식은 본래 원시 사회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의 기제로서 자신의 몸에 더 빠르고 강한 동물의 문양이나, 달과 산을 모방한 원과 삼각형의 도형을 문신하였던 것에 비롯한다. 이렇듯 자기애로부터 출발한 기능으로서의 장식의 역사는 고대 사회에서는 삼각형의 피라미드나 탑과 같이 타인과 제도에 관한 권력의 표출 혹은 절대자에 관한 심리적인 메아리로 진행하게 된다.
장식은 지금까지도 자연을 모방한 원, 삼각형 그리고 응용된 마름모꼴 등 익숙한 문양과 패턴을 새로운 재료와 기술로써 반복하고 있다. 연못에 투영되었던 확고한 나르시시즘은 희미한 상으로의 주술과 신화의 세계를 벗어나 거울 속에 비친 뚜렷한 꾸밈과 치장의 장식으로 놓이게 된 것이다.
이현정 역시, 장식에 관한 관심을 표현하기 위하여 독특한 작업의 방식을 전개하는데, 그것은 보편적인 회화의 바탕인 캔버스 천이 아닌 투명 아크릴판 위에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다. 삼각형의 구도로 그려진 샹들리에, 위엄과 권력을 보이는 대칭의 구도로 나타나는 성문 혹은 화려한 치장으로 왕권을 보이는 르네상스 시대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는 아크릴의 매끄러운 표면에 투영된다. 이현정의 방법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아크릴판 위에 그려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크릴판 안에 이미지를 투영하기 때문인데, 그것은 자신이 그린 이미지를 뒤집어서 보이는 방법에 따른다.
치장과 꾸밈에 관한 장식은 새로운 재료로서 점점 화려해지며, 또한 특정의 권력자가 아닐지라도 보편적인 상황으로 우리의 주변을 이루게 되었다. 그것은 좀 더 값싼 조악한 재료일지라도 장식에 관한 열망을 이루기 위하여 부족함이 없다. 다만, 좀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이는 미디어 속 누군가의 열망이든,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던 원시 누군가의 주술적인 최면이든 장식에 관한 욕구와 열망은 그 현란함 속에 담은 영속성을 더 하여 갈지라도 유한한 생과 함께 덧없는 것이 되고 만다.
17세기 초 네덜란드의 바니타스(vanitas 라틴어로 덧없음을 의미) 양식이 보석, 술병, 책 등의 상징적인 물건과 해골을 정교하게 그려 세상의 권력과 쾌락과 업적이 덧없음을 나타냈다면, 이현정의 회화적 방법은 작가에 의하여 그려진 대로 화려한 장식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뒤집힌 아크릴판의 두께에 따른 공간적 층에 투영된 장식으로, 그리고 작품을 보는 관객이 아크릴판 안쪽에 그려진 그림 위에 비치어 겹치어 보이도록 하여, 장식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그에 대한 회의 등을 돌아보게 한다.
이현정의 또 다른 작업인 캔버스 작업은 아크릴판 위에 처음 자신이 그린 사실의 이미지와 뒤집혀 투영된 이미지를 오가며, 장식과 색채에 관한 탐구를 펼치고 있다. < 글: 김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