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개인전 '허공속의 시간들'
미술
마감
2002-09-13 ~ 2002-10-08
미디어아트의 창작을 지원하고 전시・상영하는 일주아트하우스에서는 김지영 개인전 ‘허공속의 시간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기술문명으로 인한 강박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의 무의식과 꿈, 그리고 삶의 모태인 자연으로 초대한다. 용암을 품고 있는 화산의 울림,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가면 바다 속을 유영하는 고래의 울음소리가 들리던 작가의 기존 설치 작품들에서는 자연의 원시성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감각, 즉 단순히 시각만이 아닌 몸 전체의 감각적 환기를 요구한다. 이렇게 순수한 자연의 숭고한 가치에 주목하는 작가의 작품은 폐쇄성이 극대화된 탈 현대사회의 구조가 가하는 폭력에 대한 저항의 몸짓, 혹은 히스테리에서 벗어나려는 치유의 몸짓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맥락아래 작가는 이 전시에서 숫자의 배열이 나타내는 객관적 시간에 대한 재고를 통한 주관적 시간의 체험을 유도한다. 주관적 시간은 시계라는 기계로 계산되는 근대적 시간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파악하는 자연의 시간이다.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태고부터 인간에게 부여된 잠재의식을 환기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작가의 싱글채널 비디오 작업들 속에 나타나는 꽃잎, 폭포, 사막과 바람들로 표현된 것으로, 굳이 의식하려고 하지 않아도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미세한 감정들의 떨림, 꿈과 무의식이 드러내는 최면상태의 몽롱함, 나른하고 황량한 느낌으로 나타난다.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경직되지 않은 좀더 자유롭고 개방적인 시・공의 체험을 위한 것으로, 그 순간적 경험은 우리의 삶의 고삐를 잠시 풀어줄 수 있는 또 다른 상상의 모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