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영 남 작가 40년 특별전
코카콜라프렌즈 COCACOLAFRIENDS
■ 전 시 소 개
• 조영남 작가 경력 40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으로, 회화, 콜라주, 설치, 사진 등 총 50여점의 작품 전시
• 작품에 등장하는 “코카콜라” 상징적 의미에 따라 조영남 작품을 재조명하여 팝아티스트로서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전시
• LG 생활건강 후원, 코카콜라 병과 캔을 이용한 레디메이드 설치 작품 < 코카콜라 병과 캔이 있는 풍경> 제작 지원
• 유년시절 가지고 놀았던 딱지를 새로운 소재로 등장시킨 2013년 신작 ‘딱지’ 시리즈, 딱지와 코카콜라의 유희적 만남
• 예술, 기업, 관람객이 모두 함께하는 전시: 코카콜라 병과 캔으로 제작된 작품을 관람객과 나눠 갖는
퍼포먼스 < 조영남 나눠 갖기> , 관람객에게 코카콜라 음료와 신작 ‘딱지’를 활용한 기념품 제공, 포토존 설치 등
• Coke-딱지, 꽃과(Coca)-콜라(Cola), 우리는 하나(we are the world), 코카콜라프렌즈(COCACOLAFRIENDS)의 작품들로 구성
나무모던앤컨템포러리(NaMu Modern& Contemporary)는 조영남의 작가 경력 40여년 동안 조명 받은 적이 없는 오브제 “코카콜라”에 주목하여, 새로운 각도에서 그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 < 조영남 – 코카콜라프렌즈> 를 개최한다. “코카콜라”는 작가 개인의 기호에 의해 선택된 소재이지만, 난해한 현대미술의 시류 가운데서도 그저 빙그레 웃게 만드는 친근한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팝아티스트로서의 조영남의 진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라 할 수 있다. < 조영남 – 코카콜라프렌즈> 展은 흔히 ‘화투’를 그리는 화가라고 회자되는 조영남을, 한국 고유의 정서를 바탕으로 세대를 넘나드는 동시대의 진정한 팝아티스트로서 재발견하고 조명하고자 한다.
작가 조영남은 일찍이 화투장, 트럼프카드, 바둑판, 대바구니, 미국달러 등 일상의 사물을 레디메이드 혹은 주요 소재로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전개해 왔다. 그러한 소재 가운데 “코카콜라”가 있는데, 수십년간 코카콜라를 마셔온 작가에게 콜라는 단순히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한 음료가 아닌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친구와 같이 애정을 갖는 소재로 작품에 등장한다. 이는 조영남이 화투, 트럼프와 같은 놀이도구 이미지를 작품에 차용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에 있다 할 수 있다. 코카콜라는 일상에서 친근하게 손에 잡히며 단순하고 명쾌한 즐거움을 주는 대상인 것이다. 따라서 코카콜라는 “꽃과 콜라”, “콕딱지” 등 작가가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언어의 유희들과 마찬가지로, 그가 다루는 여타 소재들과 어우러져 조영남 특유의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꽃피우는 일련의 작품들로 전개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작품들은 동시대 문화와 사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이를 시각화하여 생산한 팝아트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시대 한국에서 작가와의 동년배에게는 향수와 서구문명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키고, 현세대에게는 젊음의 상징인 코카콜라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세대를 넘나드는 팝아티스트 조영남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올해는 조영남이 1973년 한국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후 꼭 40년이 되어, 본 전시는 그의 작가 경력 40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기도 하다. 2013년 조영남은 유년시절 가지고 놀았던 원형의 딱지를 새로운 소재로 등장시킨 ‘딱지’ 연작들을 신작으로 선보인다. < 조영남 - 코카콜라프렌즈> 展에서 조영남은 회화, 콜라주, 오브제, 설치, 사진,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들로 이 시대의 전방위적 팝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한껏 펼치고 있다. 더불어 ‘LG 생활건강’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본 전시는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구성된다. 작가 조영남의 작품과 전시를 통해 동양과 서양, 미국의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과 한국의 팝아티스트 조영남, 기업과 예술, 작품과 관람객, 구세대와 신세대 모두가 친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Coke-딱지에서 조영남은 유년시절 갖고 놀았던 원형 딱지를 반복적으로 콜라주한 신작 ‘딱지 시리즈’를 선보인다. 딱지와 코카콜라의 유희적 만남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동심을 보여주고 있다.
코카콜라프렌즈 COCACOLAFRIENDS에서는 기업의 후원, 대중 매체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팝아티스트 조영남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특히 ‘LG 생활건강’의 ‘코카콜라 음료주식회사’의 후원으로 실제 코카콜라 병과 캔으로 제작한 레디메이드 대형 설치 작품 < 코카콜라프렌즈 COCACOLAFRIENDS> 는 코카콜라를 매개로 하여 모두가 친구가 된다는 본 기획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꽃과(Coca)-콜라(Cola)는 작가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꽃과 코카콜라”의 만남으로, 화투와 콜라 이미지를 꽃과 화병으로 위트 있게 해석한 작품들이다. 화투장의 꽃 이미지 그리고 코카콜라 로고의 주조색인 빨강과 흑백의 강렬한 조화는 작가의 언어유희 “꽃과 콜라”와 같이 유쾌함을 보여준다.
우리는 하나 (we are the world)에서는 서구문명의 상징물로 그려지는 코카콜라 이미지를 통해 동서양의 만남 등 사회 문화적 이슈들을 다루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코카콜라를 발견한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무심코 소비하는 제품의 문화적 영향력이 어떠한 고급문화보다 보다 강력하며, 세계인의 공통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평 론 : 문화의 아이콘이 있는 서사적 풍경 – 최 병 식 (미술평론가, 경희대 교수)
‘나는 안경이라는 미술품을 늘 얼굴에 설치하고 다닌다’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검은 사각의 안경까지도 오브제로 해석하려는 조영남 다운 말 한마디에 그가 견지하려는 미술의 관점이 잘 담겨져 있다.
조영남식 미술의 언어는 무엇인가? 그가 말하려는 예술의 관점은 남다르다. 성서처럼 존중되어온 미술사적 질서와 규범들과는 다른 그만의 ‘넘나들기’가 있다.
그의 작업은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대중적 소재나 삶의 흔적이 녹아있는 이미지들을 즐겨 사용하면서 위트와 재미를 더한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은 지도에 없다. 내 경우 판단 기준은 하나야.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그것이지”. 그의 ‘재미’는 평생 동안 남다른 화두였다.
조영남식 재미주의와 함께 그의 작업방식을 말한다면 ‘서사적 재해석’과 ‘패러디’를 우선적으로 언급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서사적 재해석’은 그가 저술한《현대인도 못 알아보는 현대미술》에서 잘 나타나있다. 조영남은 역사의 서사, 즉 시대적으로 등장해온 대표적인 미술사적 흐름과 의미를 매우 흥미롭게 꿰뚫어 보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는 웬만한 미술인들에게도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자료를 섭렵하고 미술사에 대한 관점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재구성한다. 대학의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전문지식의 습득 대신 독학으로서 그가 의지한 것은 다양한 정보를 통해 세계의 미술사를 통찰해보는 일이었던 것 같다.
동시에 그는 미술사를 단지 거룩한 교본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코드에 맞는 작가들의 작품을 조영남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시도한다. 선호되는 경향은 대체적으로 미래파, 입체파, 팝아트 계열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쿠르트 슈비터스(Kurt Schwitters), 필립 거스턴(Philip Guston),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 니콜라 드 스탈(Nicholas de Stael),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프란시스 피카비아(Francis Picabia), 앤디 워홀(Andy Warhol) 등이다.
발견은 다소 엉뚱하고 이중적이다. 이중적이라는 말은 직접적인 표현을 서슴치 않으며, 아이디어와 기법에서 패러디를 구사하되 항상 자신의 어법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한동안 그는 팝아트에서 강렬한 영향을 받았지만 정작 그가 애용하는 주제는 화투, 바둑판 등에 초가집, 문창살, 버선, 소쿠리 등과 태극기, 코카콜라로 이어지는 개념적 표현들을 구사한다. 조영남은 미국식 대중예술의 아이콘에 그가 성장해온 한국 고유의 소재를 오버랩 시켜가며, 미술사적 흐름과 그가 표현하려는 내용적 주제들을 이중적으로 구사한다.
도발적이고 거침없는 오버랩 현상은 기존 미술계에서는 이질적인 조영남식 아우라를 형성한다. 전형적인 명화반열에 오른 밀레의 작품을 패러디 하면서 바둑판에서 ‘이삭줍기’를 하고 ‘만종’이 그려지거나 신윤복의 애로틱한 ‘월하의 정인’이 그려진다. 역사적인 명화들을 바로 지금의 ‘재미 아이콘’중 하나인 바둑판으로 등장시킨 ‘팝 패러디’인 셈이다. 유려함이나 오리지널리티의 절대적 성역은 그에게 큰 의미가 없다. 은유적이기 보다는 직접적인 표현 또한 그의 특징이다. 1985년 작「마릴린 먼로와 어머니」같은 작업은 ‘먼로와 어머니 중 누가 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가?’ 라는 직접대비를 구사하는 대표적 경우이다.
여기서 세 가지의 요소가 스며있는 조영남의 작업을 발견하게 된다. 즉 팝아트 중심의 미술사적 문화아이콘, 한국의 서정성이 담긴 소재, 당대 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재미위주의 소재들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그의 방식대로 조합되어 개념적 의미가 부여되면서 다시 조형언어로 재구성된다.
이번 나무 컨템포러리의 전시는 ‘코카콜라’가 화두이다. 처음 주제를 대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할 수 있다. 과거 팝아트에서 대표적인 소재이자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상징이미지로 차용하고 재해석했던 테마를 개인전 주제로 설정한 것 자체가 이변인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코카콜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서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우선 조영남은 청년시절부터 현재까지 40여년간 코카콜라를 즐겨 마셨다. 기호음료로서 한결같았지만 최근 금주를 한 후 부터는 더욱 애용한다. 굳이 기록을 찾는다면 1970년과 1971년 두 차례 코카콜라 로고송까지 불렀을 정도이니 그 진실이 입증된 셈이다. 그는 식사자리에서도 커피 대신 얼음이 섞인 코카콜라를 곁에 둔다.
이와 같은 인연으로 20년 가까이 상당수의 작업에서 코카콜라의 이미지가 즐겨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경향들은 이미 1987년 「딸의 고향」에서 화투와 함께 코카콜라 이미지가 꼴라주로 등장하며, 1998년「콜라의 고향」이후로 1999년「History」, 2003년「코메리카의 낮과 밤」, 2005년「우리는 하나」, 2012년「대한민국의 집」등 수차례에 걸쳐 ‘소쿠리’와 함께 사용된다.
초가집 모양의 소쿠리 밑에 코카콜라가 등장하는 식으로 반복되는 작업형태는 조영남의 차용의도를 잘 말해주고 있다. 즉 워홀 등이 사용한 소비문화의 상징이미지로서 의미와 함께 이미 한국 근현대사의 한 부분에서 서구문화 아이콘으로 등장했던 의미를 되새긴 것이다.
‘콕딱지’, ‘꽃과 콜라’, ‘우리는 하나(We are the world)’, ‘코카콜라 병과 캔이 있는 풍경’ 네 가지로 나눠진 이번 전시의 주제들은 본래 1987년 「딸의 고향」과 ‘우리는 하나’ 시리즈에서 파생되어진 유형이다. 그 중에서 가장 최신작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는 ‘코카콜라 병과 캔이 있는 풍경’이다. 이 작업은 코카콜라 오브제를 박스로 집합하여 각기 다른 형태로 디자인된 캔과 병의 형태들을 자신의 풍경으로 개념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대형작업으로 벽면에 설치된 오브제들은 오방색이 칠해지고 터치를 추가하면서 ‘색동캔’ ‘색동병’으로 변화한다. 소비사회의 상징처럼 각인되어온 레디메이드가 조영남식으로 스크린 되어 한국적 문화코드로 옷을 바꿔 입는 새로운 시도가 진행된 것이다.
한편, 최근 변화된 작업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콕딱지’이다. 화려한 칼라, 둥근 원안에 삽입된 근대 만화이미지들과 한지, 코카콜라, 화투, 카드 등으로 구성된 이 작업은 ‘서사적 풍경’으로 이어지는 근대의 회상과 직결된다. 황학동 고물상을 뒤져서
구입했다는 옛날 딱지들은 이미 앤틱으로 분류되는 오래된 것들이다. ‘추억의 물방울’들을 나열한 것 같은 이 시간의 상자들은 연대기적으로 진열된 기억이고 한국, 또는 작가의 잔상으로 기억되는 퍼즐이다.
“습관적으로 ‘우리는 곧 세계다’를 입에 달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것을 한숨 쉬고 살펴보면 엄청난 모순이다. 패러독스다. 왜냐.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유일한 남북 분단 국가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하나(We are the world)’ 에 대한 작업노트이다. 태극기, 진시황 병마용, 벤츠, 초가집 모양의 소쿠리 등이 코카콜라와 함께 나타나는 소재에 그가 말하는 인류의 평화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
‘꽃과 콜라’는 그가 즐겨 그린 ‘화투’로 진행된다. 대외적인 조영남 이미지로 익히 알려진 ‘화투’는 가장 한국적인 놀이문화의 아이콘이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애용되어진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놀이문화이기는 하지만 이미 오랫동안 서민적이고 보편적인 상징이미지로 인식되어온 화투를 이용하여 꽃을 만들고 깃발을 연출하면서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코카콜라’ 주제전의 아이디어는 사실상 갤러리의 기획안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다. 작가로서도 고심 끝에 결정하였다. 그러나 주제의 부담감은 전시 직전까지 지속적으로 풀어야할 큰 과제였다. 즉, 수많은 미술사의 대가들이 남겼던 다의적 해석들과 차별화되어야 하고, 주제가 특정 상품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제약 등 넘어야 하는 난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상당수 작업은 이미 작가의 작업에 코카콜라 소재가 여러 형태로 반영되어있었으므로 과거 15년간 작품에서 선정하여 출품되었지만 동력은 미약했다. 새롭게 시도되는 작업들에서 기획의 성패가 좌우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콕딱지’, ‘코카콜라 병과 캔이 있는 풍경’ 은 이와 같은 과제에 화답하는 가장 최근의 작업으로서 상당부분에서 긍정적인 가능성을 열어보였다. 코카콜라를 마을 어귀에 서있는 미루나무처럼 ‘시간의 풍경’‘추억의 파트너’로 표현되는 조영남식 ‘개념의 집’이 등장한 것이다.
“앤디 워홀과 도널드 저드 등과 어떻게 하면 다르게 할까?” 과거 그의 작업에서 즐겨 사용된 ‘코카콜라’가 팝의 패러디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면 더욱 솔직한 고백이었다. 그러나 그의 솔직함 뒤에는 조형으로 풀어내는 새로운 번안곡의 아버지 다운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그를 ‘화수(畵手)’라 불러 노래와 미술을 함께하는 사람으로 칭한다. 그렇다면 ‘번안곡’과 ‘개념적 패러디’와는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그의 큰아버지, 아버지 두 분이 목수였다. 1973년 한국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후 꼭 40년이 흘렀다. 틈나는 대로 작업을 이어온 연유가 단순히 취미만은 아니며, 각진 검은 안경을 오브제로 해석하는 그의 익살스러운 개념 역시 단순한 치기만은 아닌 듯 싶다. 이번 ‘코카콜라 풍경’은 조영남 미술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짙다.
■ 조영남 프렌즈
그는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리며 글을 쓴다. 그래서 우린 그를 ‘가수’라 부르고 ‘화가’로 부르기도 하고 ‘작가’라고도 한다. 톨스토이는 예술활동에 대해 “자신이 경험했던 감정을 움직이는 선, 색채, 그리고 소리와 언어로 표현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여 자신의 경험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나는 오랜 시간 가까이서 그의 노래를 듣고 그의 그림을 보고 그의 글을 읽었으며 그가 만들어내는 예술적 체험을 함께 즐겨왔다. 특히 조영남씨가 만들어내는 그림 속에는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멜로디를 타고 흘러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 기분까지 들게하는 매력이 있다. 그의 그림을 감상하며 조영남의 삶과 예술을 더 많은 사람이 체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표미선 (한국화랑협회 회장)
저는 한때 조영남의 예술에 조롱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음악과 미술과 문학을 두렴없이 넘나드는 조영남에게 예술의 고귀함이 상처받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 30년 그를 지켜보고 난 지금은 아닙니다. 그가 깨뜨린 것은 예술의 허영이었고 그가 드러내 보여준 것은 벌거벗은 예술의 친숙함입니다. 조영남, 그는 우리시대의 장 꼭또입니다.
– 김한길 (정치인)
조영남은 스스로 여자를 사랑한다고 무척 이야기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여성편력을 입에 올리곤 한다. 아니다. 조영남은 절대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심리학자다. 내가 보는 게 정확한 거다!)
그가 진짜 사랑하는 것은 그리움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그 어떤 그리움 때문에 그렇게 자꾸 여자를 갈아치우는 거다. 그 치명적 존재론을 조영남은 그림으로 그린다.
(그림과 그리움의 어원이 모두 ' 그린다' 임을 아는가?)
그의 화투그림을 볼 때, 화투를 보면 안된다. 화투 뒷편에 처연한 그리움의 색을 봐야 한다.
(아, 왜 사람들은 조영남 그림의 형태만 보고 그의 슬픈 갈색은 보지 못할까? 이 망할 결핍의 원추세포적 색지각!)
가장 비싼 집 통유리창을 앞에 두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조영남의 늙고 처진 어깨너머로 나는 영원한 고독할 수 밖에 없는 그의 운명을 읽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초라하고 쓸쓸한 조영남을 사랑한다! 우리 모두 너무나 쓸쓸한데, 그래서 너무나 슬픈데, 하나도 안 쓸쓸한 것처럼 살고 있으므로..
조영남만 그게 아니라고 자꾸 우겨대고 있으므로 …
-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문화심리학)
대한민국에서 ‘화수(화가+가수)’ 조영남처럼 덜 생기고도 결이 잘난 사내는 매우 드물다. 정녕 보석 같은 화가임에도 가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비록 그가 자칭 ‘화수’라고 우기지만 아직은 ‘가화(가수+화가)’라 할 수밖에 없다. 가화 조영남은 달관 인생의 더듬이가 고장났을수도 있다. 어쨋거나 혈기 방자한 별종 문화재가 우리들 곁에 있어서 참 좋다
– 김홍신 (소설가, 교수)
나에겐 그림그리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예쁜 딸이 있다. 내가 보기엔 그림을 “잘 그리는 딸”이 아니라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딸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영남아저씨가 감탄하며 재능을 잘 키워보라 했지만 난 그저 픽 웃고 말았다. 그림 잘 그리는 애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런 딸이 이번에 미국의 명문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대박! 난 이제 평생 조영남에게 찍-소리도 못하게 되었다. 어설픈듯하지만 예리하고, 엉망인 것 같지만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내 오른쪽에 앉아있는 ‘조영남’이다.
– 최유라 (방송인)
■ Artist’s Statement : 코카콜라프렌즈 전시에 관한 한마디
나는 본업이 가수이다. 노래를 불러서 먹고 살아왔다. 그런데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습관처럼 해 왔더니 이곳 저곳으로부터 전시회 초청도 받게 되면서, 어느덧 화투를 그리는 화가로 굳어진 듯 하다. 그저 고맙고 신나는 일이다.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콜라 마시는걸 좋아했다. 대학 재학 당시 미8군 쇼단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 했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콜라를 마신 것 같은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뭐 몸에 해롭다느니, 치아가 쉬이 손상되느니, 어쩌구들 그랬지만 실제 내 몸 중에서 가장 멀쩡한 부위는 단연 치아이다. 옆에 친구들, 특히 가수 이장희가 나의 콜라 마시는걸 극도로 싫어했다. 나는 지금도 그가 커피, 소주, 막걸리 그리고 와인 같은걸 마시는 것보다 내가 콜라를 마시는 게 훨씬 유익하다고 믿기 때문에 나의 콜라에 대한 사랑을 접을 순 없다. 오히려 나는 그가 왜 콜라의 진정한 맛을 모르는지 너무 측은할 정도다. 콜라를 좋아하다 보니 특히 코카콜라 Coca Cola 의 빨간색과 흰색 로고의 형상은 나에게 미학적으로 완벽한 서양 문명, 특히 미국문명의 대표처럼 굳어졌다. 그래서 코카콜라 문양을 틈틈이 그림소재로 차용해 왔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양에서 미술 소재로 유명해졌다. 우연이었겠지만, 나는 『산뜻한 그 맛 목말라 애타게 찾는 바로 그것은 코카콜라 뿐!』 이라는 가사의 코카콜라 CM송을 불러 한국 최초로 선풍을 일으켰던 적 도 있다
2013년은 나에게 매우 특이한 해다. 왜냐하면 가수로 입지를 굳힌 후에 나는 군에 입대하기 바로 직전 당시 서울미대생이던 ‘아침이슬’의 김민기의 기획으로 안국동 소재 ‘한국화랑’에서 내생애 최초로 미술 전시회를 펼친 적이 있다. 그때가 내 미술의 출발지점이었다. 그 후 정확히 40년이 지난 2013년 딱! 40년만에 또 다시 비슷한 동네의 ‘나무컨템포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오래 버틴 덕도 있지만 그것의 공교로움이 기막힐 따름이다. 더욱 기막힌건 이번 전시회가 LG 생활건강의 코카콜라 음료 주식회사의 후원으로 『코카콜라프렌즈』 라는 타이틀로 열리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 동안 나는 앤디 워홀 못지 않게 나의 미술작품 이곳 저곳에 코카콜라 이미지를 섞어 왔다. 무엇보다도 그걸 이번에 본격적으로 발표할 수 있어 여간 기쁘지 않다.
■ Artist’s Statement : 코카콜라프렌즈 전시 작품에 관하여
콕 딱 지
나는 일찍부터 4권짜리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집을 소유하고 있었다. 가나아트 갤러리의 이호재 관장이 선물한 책이었다. 최근 나는 이젠 뭘 그릴까하는 소재 빈곤에 허덕이고 있었다. 하긴 소재 빈곤에 대한 갈망은 쉬지 않고 덤벼드는 아티스트의 전유물 이기도 하다. 데미안 허스트의 그림 중 가장 궁금한 것은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듯한 색색깔의 동그라미 원형, 점처럼 생긴 문양 같은 회화 들이었다. 『저것이 뭘 의미 하는 걸까』 하면서 천재 시인 이상(李䉘 )의 오감도도 떠올랐다. 매우 흡사 했다. 무의미의 나열, 그리고 그 나열 자체가 회화로 성립되는 뭐 그런 거라 생각 되었다. 나는 자칭 팝아티스트이고 개념미술인이고 싶다. 완전 추상은 생리에 맞질 않는 것 같다. 형태도 있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동그란 물건이 뭐 없을까 하다가 급기야 옛날 초등학교 때 맹렬하게 가지고 놀았던 종이딱지가 생각났다. 옳지, 바로 이거다. 황학동 고물상을 뒤져 옛날 딱지를 구입했다. 앤틱이라 제법 비쌌다. 그 딱지로 요즘의 코카 콜라 상징과 섞었다. 말하자면 그게 “콕딱지”의 출발점이다.
“꽃과 콜라”에 관한 변명
나의 그림은 굳이 따지자면 팝아트에 속하고 또한 개념 미술에 가깝다. 알아 먹기 어려운 추상적 미술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누가 봐도 금방 알 수 있는 구상적 그림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의 그림엔 반드시 제목이 따라 붙는다. 내 그림엔 그림을 그린 이유가 반드시 존재 한다는 의미다. 좀 유치하고 진부한 느낌이 든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그게 나의 속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노래도 마찬가지이고 책도 마찬가지이다. 제목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 가령 내 책 중에 종교해설서 『예수의 샅바를 잡다』는 姑 최윤희 여사와 합심해서 만든 제목이고 현대미술 해설서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 은 개그맨 친구와 함께 만들었다. 시인 이상의 시 해설서 『이상은 이상이상 이었다』는 내가 독자적으로 만든 제목인데 내 생각엔 아주 괜찮은 제목 같다. 『꽃과 콜라』 도 마찬가지다. 코카콜라 캔에 들어있는 꽃을 그리다 보니 어! “꽃과 콜라”가 어울리네, 그리 되었다. 말의 리듬상 썩 재미있는 제목 같다.
We are the world
세계는 하나다. 그리고 우리가 바로 세계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이후 세계는 급격히 세계는 하나의 모양이 형성되었다. 나는 물론 컴맹이다. 그러면서도 습관적으로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세계다’를 입에 달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것을 한박자 쉬고 살펴보면 엄청난 모순이다. 파라독스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유일한 남북 분단 국가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엄연히 하나가 아니고 둘이다. 둘이서 쌍방 으르릉 대면서 겉으로는 세계 평화, 하나의 세계를 운운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의 진정한 We are the world 는 희망 사항이다. 가수 존 레논의 이메진(imagine) 같은 것이다. 동과 서가 하나로 섞이는 것이다. 동쪽의 화투 이미지와 서쪽의 코카콜라 이미지가 한 캔버스 안에 섞여 녹아나는 것이다. 뭐 요즘 시국 같아서는 불가능 해 보이는 꿈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꿈까지 버려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조영남 작가와 나무컨템포러리의 QnA
Q1. 2013년 올해로 작가 활동이 40년이 되셨네요. 뜻밖에 긴 시간동안의 작업기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언제 어떻게 처음 그림을 그리게 되셨나요?
시골 충남 삽교초등학교 때부터 어느 정도의 재능을 보이다가 서울에 올라와 용문고등학교 때 미술부장을 맡게 되었고, 서울 음대 2학년 재학 중 대중음악가수로 변신하였다. 그후 군복무 때 당시 서울 미대 회화과 2학년 재학 중이던 김민기를 만나 미술에 강력 권유를 받고, 독학으로 그림그리기에 열중하다가 73년 첫 미술전시회를 치루고 오늘날 40년만에 ‘나무컨템포러리’ 갤러리에서 기념전시회를 펼치게 되었다. 그림에 재미를 느끼게 된 동기는 음악이 생업으로 돌변하는 바람에 재미와 취미삼아 뭔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택한게 그림이었다.
Q2. 이번 전시를 계기로 가수 조영남이 아닌 작가 조영남에게 관심이 높습니다. 어떤 감회가 있으신가요?
음악과 미술은 쌍둥이처럼 동일하게 예술에 포함되는 속성이 우선 같고, 그 둘의 다른점은 음악의 경우 귀를 통해 가슴으로 감동하는 것이고, 미술의 경우 눈을 통해 감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귀와 눈의 차이로 결국 음악과 미술은 한통속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선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선 노래를 잘 부를 줄 알아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Q3. 코카콜라여야 하는 특별한 이유는요? 펩시콜라도 있잖아요…
첫째, 코카콜라의 빨강과 하양으로 엮어지는 미술적 미학적 이미지의 탁월성
둘째, 다른 음료수를 압도하는 코카콜라만의 톡쏘는 맛과 시원한 맛
셋째, 세상의 모든 음식과 세상의 모든 먹거리와 잘 어우러지는 음료가 코카콜라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극히 내 개인의 경우임을 밝히면서 우리의 구수한 숭늉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Q4. 선생님 작품은 보기에 편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그 속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내 그림을 보고 느끼고 안느끼고는 원칙적으로 내 그림을 보는 사람 맘대로 절대 자유에 속하는 일이다. 나의 그림에서 화투는 인간의 원초적 모순 즉 우리는 좋건 싫건 모순적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화투는 원래 일본인들의 놀이기구인데 일본은 멀리해야하는 우리가 그내들보다 더 화투에 열광하는 것은 분명 모순이지만 모순을 모순으로만 여기지 말고 나의 화투 그림을 보면서 화투를 우리의 놀이 기구로 쟁취했다는 느낌을 갖길 바란다. 그리고 코카콜라 이미지에서는 우리가 분명 동양인이면서 좋건 싫건 서양문명에 흥건이 젖어있다는 것과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글로벌 혹은 “우리는 하나”를 부르짖을 수 밖에 없는 숙명성같은걸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내 최고의 바램이 될 수 있겠다.
전 시 명 조영남 – COCACOLAFRIENDS
전시기간 2013년 5월 9일(목) - 6월 22일(토)
주최/장소 NaMu Modern & Contemporary 나무 모던& 컨템포러리
후 원 LG생활건강
개관시간 11:00am ~ 7:00pm (전시 중 무휴)
행 사 PREVIEW 작가 40년 기념 특별 기획, 5월 7(화)-8(수)일
조영남과의 대화 “현대인도 못알아먹는 현대미술”, 5월 25일(토) 2:00pm
문 의 02-745-2207 namucontem@naver.com
※ 작가와의 개별 인터뷰 및 기타 문의 사항 있으시면 연락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