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블레이크, 조선, 영국, 일본, 중국 및 기타 아시아 민족문화에 대한 관심에 따라 진행되었던 그의 수집활동과 버나드리치와의 오랜 교우관계 등 문예사상가로서 야나기 무네요시의 업적과 활동을 일본민예관 소장품을 통해 살펴보는 전시이다.
일본의 근대 공예운동가이자 이론가, 수집가, 철학자로 널리 알려진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의 수집품과 작품 등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현민)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일본민예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야나기 무네요시’전을 진행한다. 7월21일까지 계속되는 전시는 야나기 무네요시가 평소 수집하고 소장했던 작품과 자료를 포함한 139점을 통해 그의 공예관 형성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조각가로부터 선물 받은 조선 도자기에 매료된 야나기는 1916년부터 1940년까지 21차례 한국을 방문, 수백여점의 공예품을 수집한다. 야나기는 공예품을 통해 한민족의 정서를 엿봤고 당시 식민치하에서 신음하는 조선인들에 대한 애정을 품게 됐다고 알려졌다.
1919년 3·1운동이 발발하자 요미우리신문에 ‘조선인을 생각한다’를 게재했고 이를 영어로 번역해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1924년 조선민족미술관을 설립했던 야나기는 수집활동과 연구,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한국의 미에 대한 체계적인 견해를 내세웠다. 그는 한국의 미를 ‘슬픔’이라고 정의했는데, 이는 야나기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엇갈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국정부는 1984년 그에게 외국인 최초로 보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이번 전시는 3부로 나눠 진행된다. 1부에서는 ‘유럽 근대문화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주제로 1910년부터 1923년까지 야나기가 관심을 가졌던 서양철학, 서양미술 등 서양문화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야나기는 영국의 도예가 ‘버나드 리치’와의 교우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안목을 심화시켰으며 1910년 발간된 잡지 ‘시라카바’의 기획·편집·표지디자인 등을 담당, 서구예술계를 동양에 소개했다. 1부에서는 잡지 ‘시라카바’, 버나드 리치의 ‘숲 속의 호랑이’ 등이 전시된다.
2부는 ‘조선과의 만남’을 주제로 조선을 여행하며 수집한 공예품 등을 선보인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철사운죽문 항아리’, ‘연잎형 개다리 소반’, ‘담배상자’ 등을 통해 야나기의 조선 공예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엿볼 수 있다.
3부는 조선을 넘어 중국·만주·일본 등 동양의 아름다움으로 확대되는 야나기의 시각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야나기는 조선과 중국여행을 통해 서구예술에서 동양의 미로 서서히 관심을 이동시킨다. 특히 1924년 모쿠지키의 불상을 시작으로 일본에서 300개 이상의 불상과 문서를 발견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야나기는 1925년 ‘모쿠지키쇼난연구’를 발간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야나기의 예술론은 옛것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퇴보적인 운동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시점·지역·자연에서 제작·사용·발견되는 일상적인 것의 가치를 되살려 내일의 창조를 이끌어나가려는 시도”라며 “인본주의, 평화주의 사상에 기반을 두고 20세기 초 동아시아의 험난했던 정치사회적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펼쳐졌던 야나기의 활동을 살펴보는 이번 전시는 한일 양국간의 상호이해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