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하반기 갤러리도스 기획공모 선정작가
‘Moving, Drawing and Moving’
( 움직이다. 그리고 나아가다. )
최은혜 ‘SHAPE SPACE SENSE' 展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 최은혜 ‘SHAPE SPACE SENSE' 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15-52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 전시기간:2013. 7. 10(수) ~2013. 7. 16 (화) 7일간
2. 전시내용
갤러리 도스에서는 2013년 하반기에 ‘드로잉(Drawing)’을 주제로 릴레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Moving, Drawing and Moving’을 부제로 작가들을 공개모집하였으며 지원한 작가들 중 기획 주제에 부합하는 지와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을 기준으로 자체적으로 심사를 하였다. 그 결과 이주연, 최은혜, 이혜진, 김은송, 임영주 5명의 작가가 선정되었으며, 이들은 7월 3일부터 8월 13일까지 연이어 개인전을 펼치게 된다.
드로잉(Drawing)은 모든 작업의 기초이며 작가 안에 놓여 있던 이성과 논리, 감성과 감정이 시각적으로 형상화 되는 가장 첫 번째 작업이다. 전통적인 회화에서의 드로잉은 선적인 수단을 통하여 대상의 형태를 표현하는 것으로, 작품의 밑그림이나 준비단계로서의 의미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대예술에서 회화의 매개체는 오브제, 공간, 개념, 시간, 빛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되었고, 드로잉 역시 회화의 장르 확장과 함께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 잡아 개념과 매체를 점점 더 넓혀나가는 중이다.
Moving' 이란 단어에는 드로잉의 행위가 묻어나기도 하지만, 이는 단순히 움직임을 나타내는 단어가 아니다. 움직임을 통해 무언가가 바뀌고, 바뀌어가면서 한 발짝 나아간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갤러리 도스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드로잉을 움직여보려 한다. 그것은 작가와 작품 스스로가 움직이는 것일 수도 있으며, 드로잉이 가진 관습적 개념이 움직이는 것일 수도 있겠다.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낸 드로잉의 움직임을 통해 현대적 의미의 드로잉이 보여주는 탈 경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더 나아가 이번 전시가 보여주는 다양한 드로잉의 시도들이 보는 이에게 궁극적인 감동(Moving)을 이끌어내길 바란다.
3. 전시 서문
교감의 여정(旅程)을 공유하다.
예술가에게 있어 ‘빛’은 작품의 영원한 주제이다. 그 오래전 캔버스에 유화물감을 묻히며 풍경과 인물을 그렸던 화가들에서부터 컴퓨터를 활용한 미디어 영상 작업으로 시각 예술을 표현하는 현대 예술가들까지를 아우르는 중요한 조형 요소이다. 옛 화가들은 ‘빛’에 의해 변화되는 자연을 그리고자 했다. 즉 빛은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인 것이지 직접적인 표현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 예술가들은 ‘빛’ 그 자체를 탐구하고 해석하려한다. 그들에게 ‘빛’은 자연현상의 일부가 아닌 그 자체로서 하나의 오브제이며 표현하고 드러내고자 하는 대상이다. 최은혜에게도 ‘빛’이란 무궁무진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다. 그녀는 빛의 여정 속에서 스스로의 잠재된 가능성을 보며, 상상력을 결합하여 조형적 언어를 발견한다. 작가는 다양한 소재들로부터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공간과,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빛이 지나간 여정에서 느껴지는 교감을 통해 우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최은혜의 작업에서 전반적으로 흐르는 커다란 주제는 빛의 여정(旅程)과 그를 통해 느끼는 교감(交感)이다. 그녀는 빛, 공간, 그림자와 그것들을 연결하는 시공간의 여정이 만드는 교감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발견하고 표현한다. ‘빛’은 작가가 가진 의도를 표현하는 소재이나 스스로가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빛’이 가진 유연성은 작품 안에서 서로, 또는 다른 것들을 이동시키고, 결합하였다 다시 해체하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가진 성질을 극대화하여 새로운 공간과 관계를 맺으며 의미와 영역을 확장시켜 나간다. 새롭게 형성된 공간과 지나온 잔상들은 시간과 공간, 현재 눈에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를 하나로 드로잉한다. 최은혜는 빛이 이동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빛의 여정이라 생각한다. 빛의 여정이 보여주는 공간의 기록들은 그녀의 작품을 시각적 단상에 그치게 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함께 드로잉하며 재해석된 이미지로 나타낸다. 작가의 내면에서 출발한 빛의 이미지는 시공간의 여정을 거치며 보는 이에게 새로운 의도로 다가선다. 작가는 이러한 드로잉 행위를 통해 관객과의 교감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최은혜는 빛에 따른 공간과 시간을 드로잉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회화의 관점에서 보면 드로잉과의 연관성을 찾기 쉽지 않다. 자칫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그녀의 드로잉 소재와 표현방법은 시각 예술의 장르에 대한 경계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빛과 공간을 드로잉 하는 작가의 다양한 시도들은 전통적인 드로잉에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그녀만의 조형 언어로 찾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드로잉이 가진 관념적 의미와 한계를 뛰어 넘고자하는 작가의 신선하면서도 진지한 태도는 우리를 작품에 주목하게 만든다.
최은혜는 다양한 재료와 표현방식을 이용하여 빛의 여정을 통한 교감을 시도한다. 빛이라는 유연한 소재를 마음껏 이용하여 섬세하게 풀어낸 작가만의 조형적 드로잉을 통해 작품과 교감하면서 우리는 시각을 통한 공감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단편적 공간의 잔상이 아닌 빛과의 관계를 통한 공간의 여정은 잔상들을 투명하게 중첩시키며 하나의 재해석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머릿속으로 기억되어 다가오는 드로잉은 각각의 머릿속에 다른 이미지로 남아 또 다른 의미로 확장되고 변화된다. 작품과 교감하는 경험은 우리의 내면을 풍요롭게 만들고 상상력을 자극시켜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에 값진 것이다. 최은혜가 보여주는 빛의 자유로운 여정을 교감하면서 새롭게 재해석된 자신만의 이미지를 찾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4. 작가 노트
나는 시공간의 교감과 빛의 여정 속에서의 잠재된 가능성과 상상력의 결합 안에서 조형적 언어를 발견한다. 공간 속 잔상과 빛의 이동들, 또 이에 따라 만들어지는 관계들에 의해 파생되는 내적 동선들이 간결함 속에 내포되어 있다. 공간과 빛의 여정을 통해 끊임없이 순환하고 확장되는 영역 속에서 드러나는 투명한 교차점, 재발견되는 관계들을 이끌어내었다. 이는 공간, 시간, 빛, 그림자, 주변의 소소한 사건들 속에서의 교감을 통해 만들어가는 또 다른 공간들, 윤곽들이다. 또한 빛이 유동적인 공간 안에서 일으키는 결합, 이동, 해체 등의 다양한 변형과정들을 통해서 시각화된 공간 속 환영들과 그것들이 빛에 의해 또 다른 새로운 공간과 관계를 맺으며 의미와 영역이 새롭게 확장, 변화하는 것에 주목한다.
시각적 경험을 통한 공간의 기록들, 스며드는 빛과 채색된 그림자, 시공간을 여정하듯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빛에 의해서 생기는 공간의 유동적인 관계들, 동선들을 통한 소통을 섬세하게 이끌어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공간의 가능성, 재생, 교감 속에서의 유연한 흐름들, 유기적인 배치 안에서 구축되고 재해석된 풍경을 나타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