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두 달의 드로잉 - 이혜진展 』
Lee Hyejean Solo Exhibition :: Drawing
▲ 이혜진, 구름이 흐르는 마을 5, Pencil and Ink on Hanji, 73x35cm, 2013
전시작가 ▶ 이혜진(Lee Hyejean)
전시일정 ▶ 2013. 07. 24 ~ 2013. 07. 30
초대일시 ▶ 2013. 07. 24 PM 6:00
관람시간 ▶ Open 11:00 ~ Close 18:00
∽ ∥ ∽
갤러리 도스(Gallery DOS)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15-52
T. 02-737-4678
www.gallerydos.com
● 시간의 흐름 속, 추억을 공유하다.
★갤러리 도스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면 그 풍경이란 마치 정지된 시간 속에 멈춰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구름은 조금씩 천천히 또는 빠르게 움직여 끊임없이 모습을 바꾼다. 우리는 매일 매일 비슷하지만 다른 하늘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무심코 일상의 풍경으로 흘려보낸다. 바쁜 하루에 쫓겨 별 것 아닌 일상의 사소한 변화에는 특별한 감흥은 느끼지 못한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하늘 위 구름의 변화라든가 가로수 나뭇잎의 색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느끼는 것은 일상의 사치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혜진은 익숙하기 때문에 눈치 채지 못하는 주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예민한 반응이 감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느껴지는 변화를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그녀는 하늘의 움직임에 따라 매 순간 모습을 달리하는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의 흔적을 찾는다.
▲ 이혜진, 구름이 흐르는 마을 2, Pencil and Ink on Hanji, 40x162cm, 2013
▲ 이혜진, 구름이 흐르는 마을 1, Pencil and Ink on Hanji, 40x162cm, 2013
이혜진의 드로잉 주제는 시간의 흐름과 그 순간의 기억이다. 작가는 영국 생활 1년의 기억을 드로잉으로 풀어낸다. 예술가와 같은 예민한 직업의 사람 역시 익숙함은 곧 감성적인 관성에 젖게 한다. 익숙하다는 것은 편하지만 더 이상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며, 익숙한 풍경은 일상이 되어 마치 공기처럼 삶에 자리 잡는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할 것 없는 소재인 일상의 풍경은 매력적인 작업의 소재는 아니다. 그러나 이혜진의 유학 생활은 평범했던 일상을 낯선 일상으로 마주하게 하였다. 그것이 그녀의 감각을 예민하게 하였고 시각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놓치기 쉬운 주변의 작은 흐름의 변화와 순간순간에 느꼈던 감정의 기억을 그림으로 담아낸다. 여기에는 시각적인 풍경에만 머무르지 않고 소리, 향기, 촉감 등의 총체적인 감각을 투영하여 나타낸다. 연필과 수묵이라는 다른 듯 닮은 두 재료는 묘하게 섞여 차분한 어조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익숙하여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자연의 작은 산물들은 이혜진의 색 다른 시각과 감각에 의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는다. 그녀 작품에 등장하는 작은 씨앗, 솔방울, 도토리, 열매 등은 작가의 감각을 투영하는 매개체이다. 작가는 바람과 구름이 흐르고 비가 내리기를 반복하는 하늘 아래에서 이 존재들이 날아가고 흘러가기를 반복하며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것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 이 사이에는 다른 시간을 살아왔지만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기억을 나누는 순간이 존재한다. 이혜진의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우리 역시 이 공유의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 움직이는 것을 드로잉 한다는 것은 사물의 동세만을 쫓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움직이는 시간과 그 과정, 그 속에 담겨있는 기억과 추억까지 담으려 한다. 그림 속 등장하는 작은 집들은 매 순간 기억을 새기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간과 기억이 축척된 공간을 상징한다. 집이라는 매개체가 주는 안정된, 포근한 느낌은 그녀 작품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자연을 대하는 따스한 감성과도 어울린다.
이혜진은 일상의 소재들과 평범한 재료를 통하여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을 보여준다. 길을 걸으며 무심코 보아온 존재들을 전시장에서 다시 만나며 일상의 작은 것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 또한 흔하게만 생각했던 주변의 자연 환경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저마다의 기억과 추억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음에, 잊고 있었던 작은 기억들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을 감상하며 떠오른 추억들은 작품 속 작가의 기억과 공유되며 그녀의 감성과 교감한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삶이 무료한 것은 나와 함께 살아가는 많은 것들이 내는 소리와 그들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해서 일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눈치 채지 못한 익숙한 일상 속 숨어있는 많은 특별함에 대해 조금씩 깨달아 가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 이혜진, 구름이 흐르는 마을 3, Pencil and Ink on Hanji, 73x35cm, 2013
▲ 이혜진, 열두 달의 드로잉 11-2, Pencil and Ink on Hanji, 22x44cm, 2011
작가 노트 | 일상의 풍경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섬세한 마음으로 풍경을 바라보면 작은 움직임을 발견하고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하늘의 움직임에 따라 매 순간 그 모습을 달리하는 풍경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시간의 흔적을 찾고 그림을 통해 저의 이야기를 더해갑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드릴 작품들은 영국에서의 기억들을 담은 ‘열두 달의 드로잉’ 과 ‘구름이 흐르는 마을’ 연작입니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은 모든 감각을 예민하게 하고 많은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였습니다. 날씨의 변화가 많은 그곳에서 순간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풍경을 보며 시간의 흐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그 순간의 기억들을 드로잉으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숲과 공원을 찾아 자연을 관찰하고, 풍경에 마음을 투영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양의 나뭇잎을 찾고, 나무들이 나란히 선 길을 걸으며 자연의 움직임과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이따금 잊혀진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들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영국에서 머문 열두 달 동안 많은 시간을 걷고 또 걸으며 산책을 했고 그 산책길에는 항상 드로잉북이 함께 했습니다. 산책길에 마주친 작은 씨앗, 솔방울, 도토리, 열매, 나무, 호수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생각했습니다. 바람과 구름이 흐르고 비가 내리기를 반복하는 하늘 아래 이 존재들은 날아가고 흘러가기를 반복하며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비가 그치면 그들은 조용히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축적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존재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저의 모습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존재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 같은 시간을 공유하게 되고 그 시간 속에 담긴 기억들도 함께 나누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작은 집들은 매 순간 새로운 기억을 새기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간과 기억이 축적된 공간을 상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