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대표작
수묵채색화 부문은 덕수궁미술관 제 1, 2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제 1전시실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소장하고 있는 관전 출품작으로 이루어진다. 조선미전 14회 입선작 김기창의 <가을>(1934), 21회 입선작 허건의 <목포교외>(1942), 국전 4회 대통령상 박노수의 <선소운(仙嘯韻)>(1955), 국전 5회 대통령상 수상작 박래현의 <노점>(1956) 등이 그것이다.
조선미전 시대, 향토색 논란 및 일본화풍 유행에 관한 입장은 아직도 그 논란을 멈출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숙제이다. 국전 출품작들에는 이러한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수묵과 선의 강조, 현대성의 허용이라는 측면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 또한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할 우려가 있었다.
'아카데미즘’적 경향 작품들의 ‘너머’, 제 2전시실에 대칭적으로 전시되는 작품은 김용진, 김영기의 사군자 그림, 이응노의 <덕숭산 전경>(1950년대), 변관식의 <농촌의 만추>(1957) 등이다.
일제의 억압, 일본색의 유행 속에서 차라리 완전히 전통에 몰입하고 은거하는 처사가 되는 일, 아니면 한국 미술계라는 틀보다 더 넓은 지평에서 자신만의 영토를 그려나가는 일이 이들의 고단한 작업이었다.
유화수채화 부문은 덕수궁미술관 제 3, 4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이 부문의 관전 출품작으로는, 조선미전 15회 입선작 박상옥의 <정물>(1934), 국전 제1회 대통령상 류경채의 <폐림지근방>(1949), 국전 7회 대통령상 장리석의 <그늘의 노인>(1958) 등이 전시된다.
유화의 개념조차 잘 알려지지 않던 시기, 일본 유학파들에게도, 국내파 작가들, 지방의 작가들에게까지 그 문호가 열려있었던 조선미전은 당대 유화가들의 피할 수 없는 등용의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국전으로까지 이어지는 관전의 전통은 몇몇 신선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소재와 구도, 취향 면에 있어서의 일정한 정형성을 고수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소위 ‘아카데미즘’적 경향 작품들의 ‘너머’, 제 4전시실에 대칭적으로 전시되는 작품은 임용련의 <에르블레 풍경>(1930), 오지호의 <남향집>(1939), 이중섭의 <투계>(1955), 정규의 <작품>(1957) 등이다.
조선미전과 국전의 시대를 통털어, 토월미술회부터 목우회, 신미술가협회, 신사실파, 4인전, 모던아트협회에 이르기까지 작지만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던 소그룹의 작가들, 그리고 철저한 이론적 기반 위에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갔던 외로운 작가들이 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