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관 ' ELYSIUM' 展
bkpicture1-06, 사진위에 전자오브제, 에폭시 코팅, 10x115x140cm, 2013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 김봉관 ‘ELYSIUM' 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15-52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 전시기간: 2013. 10. 30 (수) ~2013. 11. 5 (화) 7일간
■ 오 프 닝: 2013. 10. 30 (수) 오후 6시
2. 기획의도 및 전시내용
가상과 실재의 미혹 (갤러리도스 김미향)
21세기의 현대인들에게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네트워크와 가상현실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지속적인 기술적 환경의 변화는 그동안 인류사회를 구성해 온 다양한 형태의 지식들을 디지털화시키고 비트(Bit)단위의 정보로 변환시켰다. 우리는 이를 무형의 정보공간에 위치시킨다. 실재와 가상, 현실과 재현, 원본과 복제의 차이는 점차 붕괴되고 두 대립 항들이 서로 구별되지 않고 하나로 결합된 거대한 세계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도시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토대로 마치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스스로를 무한대로 증식한다. 그 자체로 자연이 되어버린 도시의 확장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지구 그리고 우주까지 뒤덮는다. 여기까지는 김봉관이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기계적 황홀경을 위한 미래의 시나리오이다.
bkpicture1-03, 판넬에 캠퍼스천, 전자기판, 금박, 78x171cm, 2013
김봉관의 감성은 흔히 사이버펑크(Cyberpunk)라고 불리는 SF장르의 개념에서 비롯된다. 이는 인공지능의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저항문화인 펑크(Punk), 두 단어가 조합된 신조어로써 가상공간이 극도로 발전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네트워크로 인해 인간의 신경구조는 기계와 직접 연결되어 동일시되고 그와 함께 발생하는 신체의 결손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성향은 주로 부정적인 암흑의 미래관을 바탕으로 하며 서구 사회를 지탱해 온 휴머니즘 즉, 이성중심의 합리주의에 대항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모든 현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듯이 현재를 놓고 본다면 이는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디스토피아(Dystopia) 세계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인류의 다른 미래관을 보여주는 유토피아(Utopia)에 가깝다. 그는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을 하기 보다는 다름의 시각을 통해 예술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려고 한다. 사이버펑크(Cyberpunk)는 김봉관에게 오히려 거대한 기계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킨 원동력인 것이다. 엘리시움(Elysium)은 동양에서 말하는 무릉도원과 같은 행복의 이상향을 의미하며, 작가가 성장과정에서 상상하고 꿈꾸어왔던 세계를 예술로 행하는 행위 자체에서 느끼는 감정을 드러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작품에서 직관적으로 보이는 것은 한 때 기계의 일부 구성물이었을 복잡하게 얽힌 회로가 집적된 기기판들이다.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구축한다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작가는 역으로 재료에서 영감을 얻고 미래에 관한 공상을 구체적으로 형태화시킨다. 기계장치의 한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명령과 질서를 가지고 배열된 건축적인 요소를 발견하는 것이다. 여기에 작가적 상상을 투영하여 실제 재료를 통해 3차원 입체로 조합하거나 포토샵을 통해 2차원 사진으로 합성함으로써 미래의 도시를 구축한다. 작가가 수집한 기기판들이 가진 이미지는 작가적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험의 장이며, 보는 이와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공통분모의 역할을 하는 핵심매개체이다. 그 결과물은 대칭과 반복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는 철저히 통제되고 계획된 미래도시의 모습을 마치 항공사진으로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초기 작업이 도시라는 거대 군집에 집중되었다면 근작에서 그 규모는 우주로까지 확대된다. 과부하된 기계장치들이 복제되고 증식되는 과정은 결국 우주도 집어삼킬 정도의 무한한 깊이로 팽창될 수 있음을 가정한 것이다. 김봉관의 작품 안에는 이처럼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이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이루고 있다. 소우주 안에 대우주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철학이론과도 상통하는데, 대우주가 가진 질서와 요소들이 미래에는 결국 인간이 아닌 기계에 반영될 것임을 예언하는 듯하다. 작품을 보고 있자면 전체를 이루고 있는 각각의 기계회로들이 대우주를 거울처럼 비춰주는 소우주처럼 모든 것이 집약된 유기체로 느껴지는 것이다.
bkpicture1-04, 포맥스 박스, 전자기판, 금박, 11x120x120cm, 2013
현 시대의 가상과 현실의 혼돈은 이미 우리의 세계에 침투해있으며 일상화되고 있다. 작가는 이에 대한 도덕적 구분을 짓기보다는 내면에 간직하고 있는 기계적 환상을 매체를 넘나들며 다양하게 형상화시키는 것에 집중한다. 오브제가 가진 물성을 재조합하여 공간에 실재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사진합성으로 가상에 놓이게 함으로써 원하는 이미지를 연출한다. 여기에는 인간의 숨결이 배제된 채 기계가 가진 정보와 매체의 무한 증식된다는 미래에 대한 공상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작가는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허구의 세계를 표상하고 있다. 그렇기에 먼 미래에 대한 이질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서는 왜인지 모를 익숙함이 보이기도 한다. 김봉관은 미래에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 가상의 질서를 건축하듯 예술로써 표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들에 의한 자유로운 상상들은 앞으로의 작업까지 이끌 수 있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bkpicture1-01, 라이트 박스, 전자기판, 금박, 15x54x170cm, 2013
3. 작가 노트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가 자신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나의 유년 시절이 그러하다. 특히 만화방이나 학교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보았던 만화책 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를 느꼈다. 머리가 크고 많은 것들을 알게 되면서 그 무엇도 나에게 유년 시절의 행복을 채워주지 못했다. 나는 작업을 통해 다시 그때 그 시절로의 여행을 떠난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꿈꾸며.
-작가노트 中
bkpicture1-07, 잉크젯 프린트, 프레임리스, 115x180cm,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