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展
교감하며 다가서다
경인미술관
2014. 3. 5(수) ▶ 2014. 3. 11(화)
Opening 2014. 3. 5(수) pm 5.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11-4 | T.02-733-4448
ww.gardenk.com
내가 다가선 제주 馬
어느 날 사진이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사진을 하기 전 나는 가정과 직장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바쁜 생활을 하다 퇴직후 가정에 안주하고 품 안의 아이들이 장성하여 빈 둥지의 허전함을 미리 걱정할 때에 생각지도 못한 병마가 날 찾아왔다. 나는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에 갇혀서 앞으로 삶의 여정이나 미래의 계획 같은 것을 생각할 수가 없었으며 그저 무섭고 두렵기만 했다. 그러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보니 그 앞에는 찬란한 빛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생명의 빛이요, 새로운 삶의 빛 이었다. 그 빛이 사진의 세상과 만나게 도와주었다. 이렇게 사진은 새로운 삶의 비타민이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하였다. 카메라 안의 세상은 이전에 알지 못했던 온전한 자연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드넓은 초원에서의 평온함과 대자연의 품에서 질주하는 역동적인 모습에 내 안 깊은 곳으로부터 분출되는 자유로움을 느꼈고 그것은 구속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 이었다. 자연의 품에서 인간의 품으로 들어와 사랑과 자유를 갈망하는 말은 우리 인간과 너무 유사하다.
좁은 마구간에 갇혀 제한적인 자유를 누리거나, 인간의 이권으로 가득 찬 경마장에서 사육당하지 않으며 마음껏 초원을 달리고, 잠자고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어미가 새끼를 돌보고 강한 자와 약한 자가 조화롭게 질서를 잡으며 서로 협동하고 사는 모습은 우리 사람들의 세상과 다를 바 없었다. 인간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구속이 싫어서 자유를 꿈꾸는 야생의 원초적 본능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초원을 박차고 내달리는 말의 모습에서 삶의 애잔함이 드러난다. 그들은 나를 경계하지 않으며 수줍어서 고개를 돌리는 새침데기, 호기심에 긴 얼굴을 마구 들이대는 애교 많은 귀여운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카메라 렌즈에 울렁증이 있거나 좀 더 예쁘게 보이려 하겠지만, 그네들은 그 모습 그대로 긴장을 하지 않는 채 멋진 포즈를 취해주었다.
이 책은 내가 보았던 그들만의 세상을, 그들의 삶을 담아 보았다. 촬영하면서 내가 본 그들의 세상을 잘 표현했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돌아와 기대한 것만큼 나오지 않은 사진을 보면서 아쉬움에 가슴이 답답한 시간이 계속되었다. 달(月)이 지나고 해(年)가 바뀌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평온한 그들을 바라보며, 내가 살아왔던 삶을 그들의 삶에 대입시켜 꾸미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 순간의 모습으로 담아 보았다.
사진을 알지 못한 나에게 사진을 가르쳐 주시고 용기를 갖게 해주신 양 양금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한줄기의 소나기조차 만나지 못한 폭염 속에서도 말들과의 교감을 도와주시고 발목이 묻히는 설원을 함께 누비며 촬영에 도움을 주신 권 기갑 선생님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이제 돌 지난 아이가 발걸음을 떼듯이 부족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출발하지만 좋은 사진을 향하는 나의 열정이 계속 되기를 원하며 부족한 나를 물심양면으로 밀어주고 격려해준 남편과, 엄마가 없는 공백을 채워준 아들과 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건져주시고 푸른초장 맑은 물가로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립니다.
2014. 3 김 정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