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사과는 일련의 변형과정을 거쳐 크기가 커지거나 길이가 늘어나는가 하면 속이
절개되고 그 안에 다른 것들이 개입되어 있다. 의인화된 식물이자 상징과 은유체로 설정
되어 있다. 눈속임을 불러일으키는 이 과일은 외형은 유사하지만 먹을 수 없고 냄새나
촉각이 다른 기이한 존재가 되었다. 어쩌면 작가는 이런 의사식물을 빌어 존재와 거짓
존재,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기 어려운 동시대의 가치관을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다.
겉으로는 매끈하고 보기 좋고 탐스러운 과일이지만 순간 흙으로 빚어 구워낸 딱딱하고
먹을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당혹스럽고 낯설 것이다. 그것들은 분명
과일로 존재하지만 분명 거짓이고 허상에 불과하다. 사실 모든 이미지는 허상이다.
허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허상을 빌어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미술의 운명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 허상을 적극 작업의 주제로 추인하고 있다.
이렇듯 자가의 작업은 존재와 허상에 대한 혼란을 주면서 과연 현실에서 존재하는 것은
진실 된 것인가 거짓된 것인가를 질문하고 있다. 그러니까 허상화를 통해 거짓된 현실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수많은 거짓과 진실의 커다란 대립적 구조가 공존하
고 있고 그러한 것들은 익숙한 식물과 언어, 행동 등에 의해 실제의 존재가 가려지고 허
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각자 자신의 메시지를 구현하고 있는 이 의인화된 과일,과장
되고 초현실적인 식물의 세계는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흥미로우면서도 기괴하다.
마치 우리네 삶의 풍경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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