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는 습관이 있다. 다양한 형태로, 그리고 비슷한 질량으로 체내에 존재한다. 이는 꽤나 신체적인 것이어서 불쑥 나타나는 알레르기 증상처럼 자의와는 상관없이 작용한다. 의지대로 조절되지 않는다는 것은 두려움과 동시에 내가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외부항원에 대해 거부하기 힘든 반작용이자 존재증명의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자기계발 논리가 규정하는 ‘좋은 습관’, ‘나쁜 습관’ 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생각해보자. 습관은 삶을 자기답게 운용하는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만의 각도로 세계를 바라보는 창작자에게는 그의 ‘고유성’과 긴밀하다. 습관이 작가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은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그것에 주목하고자 하는 이유는, 예술가의 습관이란 다분히 과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균형법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주는 행동양식으로 치러진다. 그렇기에 예술가에게 습관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전시의 참여 작가들은 본인의 습관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작업을 했다. 이는 어떤 작업보다 자신에게 가깝다. 자기를 닮은 창작물이 각자에게 얼마나 유의미 할까. 짐작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 가지 확인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연유한 결과물들은 비슷한 온도를 가지고 있다. 뜨겁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냉랭하진 않다. 불필요한 수사들은 접어두고, 자신에게 솔직한 언어들에 수렴된 농축액을 추출한다. 이제 그것들이 얼마나 진하고 무거운지 이야기 해보자(최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