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ult STUDIO_키덜트 스튜디오
기타
무료
마감
2015-05-21 ~ 2015-06-14
"유쾌한 공작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키드(kid)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Kidult)’는 2015년 우리 문화 지형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키워드 중 하나이다. 유년시절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의복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성인계층을 말하는 것으로 이들의 특징은 무엇보다 진지하고 무거운 것 대신 유치할 정도로 천진난만하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계속되는 경제 불황과 각박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가볍게 즐기는 소소한 취미와 가벼운 일탈은 현대인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과 다양한 감성적 삶을 경험하게끔 하는 새로운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키덜트 스튜디오’에서 선보이는 작품들 또한 결코 무겁고, 심각하지 않다. 도리어 심각하고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화제를 작가 특유의 재치로 재미있게 풀어내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펀(fun)한 이미지로 창조해낸다. Section A | My Little Heroes! 대중 문화 속 친숙한 캐릭터, 현대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는 문화적 아이콘 등을 작품에 적용 시켜 현대 미술의 다양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첫 번째 섹션에서는 어린 시절 향수를 이끌어 내는 추억의 영웅들, 놀이와 재미의 요소가 결합된 키네틱 아트, 동화 속이나 상상의 세계에게 막 튀어 나온 듯한 인형들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고근호의 팝아트 조각들은 온갖 색의 아크릴 컬러로 도색되고, 레이저 컷팅된 스테인리스와 금속 부속품들로 조여짐으로서, 작품만의 개성과 익살스러운 모양새를 뽐내고 있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라고 스스로도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듯이, 그는 작업의 원천을 즐겁고, 유쾌하고, 재미있는 무언가, 즉 조립식 로봇이라고 하는 어린 시절의 향수와 그 시절의 욕망이 담겨 있는 대상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만들어 낸 재미있고 유쾌한 조립식 로봇은 어떤 이에게는 어릴 적부터 갖고 싶었던 로망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유치한 장난감으로 여겨지는 등, 각자 다른 해석과 새로운 의미를 덧붙일 수 있다. 그밖에, 배불뚝이 아이언맨과 세상을 구원하리라는 사명감을 잃어버리고, 실직자 신세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인 듯한 스파이더맨은 우리가 매스컴을 통해 접했던 영웅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일명 ‘한때 영웅들’의 몰락 혹은 좌절을 우스꽝스럽고도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박우성 작가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작가의 눈을 통해 날카로우면서도 위트 있게 표현해내고 있다. 현대 사회의 모습을 경쾌하고 화려한 일러스트레이션과 키네틱(kinetic)한 요소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가고 있는 김영호의 작품에는 산업사회의 산물인 컨베이어 벨트와 각종 계기판, 회색 도시의 모습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마치 매일 반복되고 정신 없는 일상의 모습을 작품 속의 세계가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이처럼 별다를 것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의 일상 이미지에 변주를 시도한다. 관객은 작품 어딘가에 숨어 있는 버튼을 찾아, 멈춰 있던 이미지들에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 관객이 이 세계를 직접 조작하고, 관망하는 주인이 되는 것이다. 수심에 잠긴듯한 피노키오와 무표정한 얼굴의 비스크 인형, 앨리스와 달숲요정들… 도자기로 만들어진 인형들은 손 안에 들어올 정도의 작은 사이즈로 마치 동화 속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앙증맞다. 박세라의 작품은 이처럼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대와 친밀감 형성이 용이한 캐릭터들을 차용하여 탄생된다. 작가는 인형을 빚고 굽고, 그 위에 여러 차례의 붓질과 터치를 가함으로서 그들에게 생기와 숨결을 불어 넣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 작은 인형들은 각기의 캐릭터와 스토리에 맞는 의상과 헤어가 연출되는데, 그 인형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노라면 마치 어린 시절 추억 속의 인형의 집에 초대받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Section B | 과거와 미래 사이_해석과 재전유(re-appropriation)
<과거와 미래 사이>
섹션에서는 우리의 관념 속에서 상징적 이미지로 존재하는 ‘전통’, ‘공예’, ‘문화’에 현대적 감각과 위트 그리고 상상력을 가미시켜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세 명의 작가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들 작가에게 전통이란 ‘문화적 기억’의 산물이자,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를 접속시키는 하나의 메타포이다. 즉 역사적이고 문화적 함의를 내재한 사물은 각자의 언어로 재전유(re-appropriation)되는데, 이처럼 기존에 존재하는 의미를 추적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 가는 일련의 작업은 의외로 유머러스하고, 되려 쿨하기까지 하다. 동시대 문화 형태를 과거의 문화 유산과 혼용시키는 ‘브리콜라주(bricolage)’ 형식의 작업 형태를 취하고 있는 유의정 작가는 고급․ 상위․ 엘리트 식의 하이 컬쳐(High-Culture)로 일컬어지는 도자기 (예컨대 고려 청자, 조선 백자, 동․ 서양의 모뉴멘탈한 도기 등)와 싸구려 상업 문화 혹은 대중문화로 대별되는 로우 컬쳐(Low-Culture) 아이콘 간의 이종교합을 통하여 전통, 문화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의 의미에 대해 재고하고,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코카콜라, 루이뷔통, 애플, 나이키… 로 상정되는 현대인들의 은밀한 욕망이 깃든 상업문화의 유산들, 이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슈나 사회 문제와 같은 삶의 이야기가 그의 작품 면면에 드러나고 있다. 이는 우리 인류가 흙과 물, 불이라는 원초적인 질료들과 접촉하는 순간 이래, 지금에 이르기까지 동시대의 정신이나 당대의 이슈를 가장 민감하고도 면밀히 드러내는 역사적․ 정신적․ 문화적 기억의 산물이 도자에 담겨 있기 때문 아닐까. 윤호준 작가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려청자 향로, 주병 등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이에 작가의 상상력과 위트가 가미된 인간의 도상을 합성시킴으로서, 관객들로 하여금 유쾌한 상상력과 즐거움을 이끌어 내고 있다. ‘도자 유희’라는 작품의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윤호준의 청자는 박물관 유리장 속에 진열된 장구의 역사를 품은, 귀중한 보물이라기보다는 가까이 두고 편히 바라볼 수 있는 인형이나 장난감처럼 우리에게 편히 다가온다. ‘기억에 관한 고찰이 빚은 일상 속의 예술’을 주제로 Afterimage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는 금속공예가 박보미는 그 주제가 암시하는 것처럼‘기억’을 작품의 모티브로 하고 있다. 어린 시절 건축 현장에서 접한 격자 형태의 임시가설물의 형태를 떠올리며, 시간 속에서 파편화된 기억의 어렴풋한 형상을 반복적인 선의 겹침으로 실체화 시키는 것이다. 작가는 한국전통가구 시리즈(Korea Traditional Furniture)를 통해 ‘한국스러움’,‘전통’의 것을 기억하고 작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흔히 생각하는 가구의 매스(mass)와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금속 재질과 선의 중첩으로 이루어진 박보미의 가구에는 전통의 고풍스러운 멋과 현대적인 세련된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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