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 Traveling Trunk
▶ 전시 서문
- 여행하는 코끼리
코끼리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코끼리가 인간처럼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는 공동체 안에서 혼잡한 사회적 환경을 살아가며 가지게 된 독특한 특징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한 곳에 정주하지 않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코끼리는 결코 무리를 이탈하지 않는다. 코끼리에게 무리를 이탈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다. 이번 전시 < Traveling Trunk> 의 주인공인 이 코끼리는 선글라스를 끼고 유유히 혼자 여행을 다닌다. 그 곳은 바다가 되기도 하고, 공항이 되기도 하고, 지금 이곳처럼 회사가 되기도 한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트렁크(Trunk)는 코끼리의 코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몸통, 여행 가방을 의미한다. 육중한 몸을 지탱하기에 지나치게 작고 불편한 하이힐(High-heel)을 신은 코끼리는 어딘가 모르게 애달픈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 온전한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홀로 떠난 여행에서 조차 코끼리는 자신이 짊어진 사회적 역할을 벗어버리지 못한다. 한 사회 안의 규범과 시스템에 맞춰 재단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달픈 삶이 하이힐을 신은 코끼리의 모습을 통해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정윤 작가는 먼저 드로잉 작업을 통해 작품을 자유롭게 구상하고, 이후 PVC 섬유를 사용하여 입체 작업을 완성한다. 정장 구두를 신고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파란 코끼리, 하이힐을 신은 채 행글라이더(Hang-glider)를 타고 아이들을 살피는 엄마 코끼리, 거대한 몸집이 다 들어가지도 않는 작은 무대 위에서 쳇바퀴 굴리듯 열심히 공을 돌리고 있는 서커스 단원 코끼리까지, 이들의 엉덩이에는 모두 슈퍼맨 마크가 자리잡고 있다. 매일매일 각기 주어진 역할을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인들은 슈퍼맨이 되어야만 이 모든 일들을 해낼 수가 있다. 작가는 구두, 넥타이, 가방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를 사용하여 작품을 완성하고, 일상적인 공간에 의도치 않게 작품을 마주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 그리고 우리는 가볍게 마주한 작품 안에서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우리 삶의 묵직함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하는 코끼리는 몹시 거대한 동시에 한 없이 가볍다. 누군가에겐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볍기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한 없이 무겁기도 한 인생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무게 중심을 잘 잡는 거라는 걸 코끼리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참여작가
- 이정윤
▶ 전시기간
- 2018. 3. 13~ 6. 10
▶ 전시장소
- KT& G 상상마당 대치 아트큐브
-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1002 KT& G타위 3층
▶ 관람시간
- 월~금 10am~ 7pm
▶ 관람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s://www.sangsangmadang.com/display/detail/686
▶ 문 의
- KT& G 상상마당 시각예술팀
- 02-330-6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