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오버(Cross-over)전
-행사명: 세오갤러리 젊은 작가 지원 초대展
-장소: 세오갤러리, 서울 서초구 서초1동 1666-12번지 꿈을 꾸는 세오빌딩
-문의: 02_522_5618
-URL: http://www.seogallery.com
오늘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축적된 정보와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의해 모든 국가와 국가 간의 경계가 없어지고 각 학문 간의 접목으로 혼성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술도 90년대 이후부터 일상을 소재로 한 작업을 통해 정치, 경제, 철학, 종교의 거대 주제가 아닌 일상자체가 조명되고 주목되고 있다. 현재는 이런 일상을 조금 더 깊고 세밀하게 관찰하고 연구해서 질을 한 단계 높이며 새로운 변화와 확장 해나가야 할 시기다.
오늘은 인간을 둘러싼 일상적 환경 즉 의식주 자체가 삶의 주제뿐만 아니라 예술의 주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일차적인 만족감을 위한 의식주의 개념보다는 예술이 침투되며 하나 된 이상적 삶의 형태를 추구한다. 아마 인류역사상 철학과 삶이 일치된 그리스시대, 종교와 현실이 조화된 르네상스시대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게 되는 삶과 예술이 일치되는 조화로운 시대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축척된 유산에서 현재에 맞는 것들을 재조명하며 새로운 문명과 접목시키면 얼마든지 새로운 역사를 쓰면서 발전을 해 나갈 수 있다. 크로스 오버는 원래 클래식과 팝, 국악과 양악의 혼합사용이라는 음악용어였으나 혼성문화가 주를 이루는 현재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확산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텍스타일디자인에서 출발해 설치미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중근, 회화에 건축의 공간적 해석을 조합한 이명진, 사진과 회화의 요소를 접목한 이주은, 유리공예를 일상적 오브제에 접목시킨 김성수 등 장르를 해체하고 가로지르며 실험적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업들로 구성된다.
이중근은 화려하고 경쾌한 무늬의 패턴작업으로 공간과 상황을 무한정확장, 변형 가능하게 한다.
그의 작업은 사진, 가구, 벽지, 천 등에 응용되어 전시된 공간과 환경 전체를 작품으로 변형시킨다. 패턴을 구성하는 모티브는 자신이나 가족의 사진, 자신의 신체일부, 세계를 지배하는 정치가나 영화배우 등으로 만화경처럼 구성되어 표면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모티브에 사용된 무거운 사회구조적 요소는 요지경의 무늬와 가볍고 명랑한 색채로 풍자되어 유머로 전환된다. 패턴으로서 배열과 그 연속성은 배치와 장르의 변환으로 기능성을 획득하며 실생활에 다양하게 접목된다. 이주은은 순간적으로 포착된 일상의 풍경을 담아낸 사진작업을 선보인다.
지금껏 예술의 주인공으로 등장되지 못하는 하찮은 사물의 부분은 이상한 풍경의 주인공이 되어 우리를 사로잡는다. 사물의 부분들은 부드럽고 섬세하면서 독특한 세계를 구성하고 표면을 덮고 있는 레진으로 그들의 가치를 높여 당당한 주인공으로서 보이게 한다. 일상에서의 순간과 부분은 흔히 지나칠 수 있지만 이주은의 미세한 감각적 작업은 사물의 모든 요소들을 예술로 끌어들이는 감성을 일깨운다.
김성수는 문명을 대표하는 유리라는 매체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실용적 작업을 보여준다. 자연에서 생산되는 보석의 빛깔, 바람이 만들어내는 형태, 풍경과 풍경사이의 여백 등을 용기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추상적 드로잉으로도 표현한다. 용해로에서 녹인 유리를 파이프에 말아 불어 만든 브로잉기법자체의 자연스러움 또한 재료의 투명성과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며 따뜻한 본능을 일깨운다. 김성수의 유리작업은 자연의 분위기를 담아냈지만 실내조명아래 더욱 빛을 발하며 그 진가를 드러낸다.
이명진은 회화의 공간을 오브제와 함께 건축적 공간으로 변형시킨다.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개인적 정체성을 문이라는 소재를 통해 새롭게 만나게 될 미지의 공간과 상황을 암시한다. 그려진 오브제로서의 문과 작은 공간으로 이루어진 작업들은 현실의 공간까지도 포함해 일상을 하나의 연극처럼 그려낸다. 그렇게 설정된 공간은 현재의 상황을 돌아보게 하고 또 다른 세계로 향해 나아가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건축, 디자인, 사진, 회화, 비디오, 패션, 요리 등 일상과 예술의 요소들을 접목하고 가로지르는 크로스 오버의 양식은 오늘날의 예술과 생활이 서로 상호 침투되어 이상적인 삶을 실천하게 할 것이다. 세오갤러리의 크로스 오브展은 매년 개최함으로 예술과 삶이 일치된 문화적 전성기를 만들어 나가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김미진( 홍익대 겸임교수, 조형예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