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기간 : 2004. 12. 22 ~ 2005. 1. 15
☞ 전시장소 : 문화일보 갤러리
☞ 문의 : 3701.5760
☞ 주최 : 문화일보, 주한폴란드대사관, 폴란드작가협회
☞ 후원 : 논장, 사계절, 언어세상
1960, 1970년대의 공산 폴란드는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의 황금기를 맞고 있었다.
국가 주도의 출판 정책 아래서 활약하던 거대한 국정 출판사들은 시장 경쟁의 논리에서 벗어나 마음껏 가장 훌륭한 작가들을 선별하여 예술성 높은 어린이 책들을 엄청난 부수로 찍어내었다. 폴란드 뿐만의 상황이 아니었다. 소비에트 러시아나 체코슬로바키아의 어린이들 역시 세계의 어떤 어린이들보다 아름다운 책들에 둘러싸여 자라났다.
그 후 40여 년이 지났다. 시장 경쟁이라는 칼 바람 앞에 폴란드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의 전통은 맥없이 무너졌다. 폴란드 시장에 쳐들어 온 것은 무엇보다 저급의 싸구려 삽화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디즈니와 바비에 열광하였다. 운 좋은 몇몇 작가들은 서방으로 진출하여 명성과 부를 함께 얻었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승산 없는 싸움에서 점점 더 입지를 잃어갔다. 침체된 출판계는 독창적인 작품을 출간하기 꺼려하고 독자들의 입맛은 하향 평준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작가 정신을 잃지 않는 몇몇의 작가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의 앞날을 위해서 정말로 다행한 일이다. 이들 중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유구한 폴란드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끊임없이 새 것을 만들어 가는 작가이다.
흐미엘레프스카 작품에서 전통은, 언뜻 보기에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자연스럽게 바랜 듯한 배색, 이야기 뒤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건축물, 낡은 인형, 손뜨개 레이스, 장식된 가구, 고지도 등 오래된 물건에 대한 작가의 애착, 잘 알려진 명화 속의 한 장면은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에서 어린 주인공의 상상의 세계로, 때로는 주인공을 둘러싼 의미심장한 배경으로 탈바꿈한다 ([파란막대·파란상자 생각]). 흐미엘레프스카의 많은 작품들이 미술사에 대한 풍부한 인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작가가 중세 도시 토루인에서 태어나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과도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흐미엘레프스카가 계승하고 있는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의 전통은 언제나 오래된 미술사의 서랍 속에서 꺼내어진 것만은 아니다. 이불 속에 들어가지 않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며 잠들기 싫어하는 [발가락] 이야기나, 앤디 워홀의 구두들과 아이들의 인형놀이를 연상시키는 [신데렐라]의 장면 장면들은 기발한 연상과 유머를 이용한 이미지로 쉽고 빠른 의미 전달로 유명한 폴란드 포스터작가들과, 그보다 더 앞서 현대 어린이 일러스트레이션의 토대를 이루었던 1920-30년대 러시아와 동유럽 작가들의 단순하고도 명쾌한 그래픽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의 작품은 모두 텍스트와 일러스트레이션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직접 그림책을 쓰고 그리는 드문 작가들 중 하나이다.
그의 작품에서 글과 그림은 구상단계에서부터 똑같이 중요하다.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진 두 솔로의 이중창과 같다. 글은 그림을 지시하지 않으며 그림은 글을 설명하지 않는다. [발가락]의 한 행은 ‘먼 수평선을 보며 잠시 쉬어갈까’ 하고 말하고 있지만,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