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 폴케_SIGMAR POLKE
YBA(Young British Artists)라는 현대 미술의 새로운 흐름이 통일 이후 탄력을 받아 온 독일의 작가들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예견 하에 아라리오는 지난 몇 년간 독일 미술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 오랜 노력과 준비의 결과 2005년 아라리오 갤러리는 이미 세계 미술계에서 인정을 받은 독일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현재 떠오르고 있는 젊은 독일 화가들의 작품을 연속적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시그마 폴케전은 이와 같은 연속되는 독일 작가 전시의 선두라는 점에서 우선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본 전시가 중요한 것은 폴케라는 작가가 지닌 위대성에 있을 것 이다. 1941년 지금의 폴란드인 실레시아(Silesia)에서 태어나 구동독의 튜린지아(Thuringia)에서 4살까지 살았으며, 3만명 이상의 이민자를 낳은 구동독 노동자 항쟁의 해(1953년)에 또 다시 뒤셀도르프로(구서독)로 이민한 폴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빠른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독일의 현대사 속에서 작업해 온 작가 이다. 특히 1950년대 이후 대량 생산과 이미지의 복제 기술 발달은 예술가들의 이미지 생산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유일 무이한 오브제 개념의 위기 속에서 작가들은 팝아트, 비디오 아트, 설치 미술, 개념 미술, 퍼포먼스 등등의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폴케의 작품들 또한 팝 아트나 개념 미술적인 측면을 지닌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단순히 팝 아트나 개념 미술 이라는 용어들로 한정될 수 없는 특징을 지닌다. “오직 회화를 위한 시간만이 존재한다(There is no time, only for painting)”는 폴케의 언급에서 엿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그는 “회화”라는 장르 속에 그 뿌리를 둔 채, 분열과 통합, 자본주의와 상업문화의 빠른 보급, 매스 미디어에 의한 가상 이미지와 세계의 등장과 확산 등의 요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회화”라는 장르 속으로 용해해 넣는다. 시대의 흐름을 간과하지도 않으면서 그것에 휩쓸려 가지도 않는다는 점, 바로 여기에 폴케의 위대성이 있으며 그가 항상 동시대 작가라 불리워지면서 젊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 이다.
이번 폴케전에는 아라리오의 컬렉션이자 작년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전시되었던 대작 “서부에서 가장 빠른 총(The Fastest Gun in the West)”(2002)을 포함하여 1970년대의 작품부터 2003년의 작품까지 총 24점이 전시 된다. 본 전시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시대 작가들 중 한명인 폴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더 없이 소중한 기회가 될 것 이다.